국내 시공능력 16위인 건설사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부동산 파이낸싱프로젝트(PF) 유동화시장과 단기자금시장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나아가 금융권과 정부 주도의 건설사 구조조정 사례가 늘어나는 한편 건설업계의 자금조달이 더욱 어려워 질 것이란 우려도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태영건설은 전날 ‘기업구조조정 촉진법’에 따른 공동관리절차(워크아웃)를 신청했다. 공격적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을 확대한 가운데 부동산 경기가 악화돼 PF대출 차환이 어려워져서다.
워크아웃이란 스스로 빚을 갚기 어려운 기업에 대해 채권단 75%가 동의하면 대출 만기를 연장하고 신규 자금을 지원하는 제도를 말한다. 태영건설은 회사를 어떻게 살릴지 자구안을 내놔야 한다. 사업이나 자산 매각, 구조조정안 등이 담긴다.
채권단인 KDB산업은행은 자구안을 바탕으로 태영건설이 살아날 수 있다고 판단하면 워크아웃을 결정한다. 결정 기한은 오는 2024년 1월 11일까지다.
금융권, 태영건설 사업장 익스포져 1조6000억원
올해 11월 말 별도기준으로 태영건설의 PF우발채무는 3조6000억원에 달한다. 아직 공사를 시작하지 않거나 분양 예정 단계의 PF우발채무는 2조원이다. 우발채무란 태영건설이 갚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 채무를 말한다.
9월 말 기준 태영건설의 자본총계는 9538억원, 현금성 자산은 4338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PF우발채무 규모가 큰 편에 속한다.
이중 금융권이 태영건설에 직접 빌려준 대출금액은 5000억원으로 많지 않다. 다만 연체 가능성이 높은 부동산 개발 사업장 익스포져 규모는 증권사·캐피탈·저축은행·부동산 신탁 기준 1조6000억원으로 높은 편이다. 모두 나이스신용평가 유효등급 보유 기준이다.
9월 말 기준 25개 증권사를 기준으로 태영건설 관련 부동산 개발 사업장 익스포져는 총 9000억원이다. 초대형사의 익스포져가 69%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약 6345억원 규모다. 이어 대형사 2144억원(23%), 중소형사 740억원(8%) 순이다.
다만 태영건설 관련 익스포져가 증권사 전체 부동산 익스포져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1.9%로 크지 않다. 자기자본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약 1.2%로 미미한 수준이다.
26개 캐피탈사 기준으로 태영건설 관련 부동산개발 사업장 익스포져는 총 6522억원이다. 이 중 신용등급 AA- 이상 캐피탈사가 보유하고 있는 익스포져가 6038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A+ 이하 캐피탈사의 익스포져는 484억원에 불과하다.
태영건설 익스포져를 보유하고 있는 캐피탈사 중 태영건설 익스포져가 전체 부동산금융 익스포져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3.5%로 크지 않다. 자기자본 대비 비율은 약 3.1% 수준이다.
16개 저축은행 기준으로는 익스포져 128억원, 7개 부동산 신탁사가 보유하고 있는 익스포져는 91억원이다. 두 업종 모두 익스포져가 총자산과 자기자본 대비 미미한 수준이다.
금융권 영향 미미...자금시장 경색·구조조정 속도 전망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28일 보고서를 통해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이 제2금융권 전반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연체 위험이 크지 않더라도 금융권 실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태영건설 관련 부동산개발 사업장 익스포져가 큰 회사를 중심으로 충담금 적립부담이 증가할 수 있으며, 건전성 저하와 더불어 수익성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관측했다.
PF유동화시장과 단기자금시장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특히 우려되는 지점이다. 증권사 우발부채의 대부분이 만기가 3개월에서 1년이내로 짧은 PF ABCP(Asset-Backed Commercial Paper)로 구성된 점이 리스크로 꼽힌다. ABCP란 유동화 전문회사인 특수목적회사(SPC)가 매출채권과 부동산 등의 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기업어음을 말한다. 이들 ABCP가 차환에 실패하면 우발부채가 현실화될 수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태영건설에 자금을 많이 빌려준 금융회사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PF유동화 시장과 단기자금시장 동향, 금융회사별 유동성 대응능력도 점검할 계획이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이 부실 건설사들의 조기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PF우발채무가 증가하고 유동성 대응이 어려운 기업들에 대해 자율적 구조조정이 아닌, 정부나 금융권 주도의 구조조정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신용평가는 29일 보고서를 통해 “정부 정책 및 금융시장의 기조 변화 등에 따라 일부 건설사에서 금융권 주도의 신속한 구조조정으로 회사채 등의 원리금 손상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PF우발채무, 유동성, 미분양 등의 제반 위험요인들의 신용도 반영이 더욱 필요한 상황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같은 우려로 당분간 건설사들의 자금 조달이 어렵다는 관측이다. 금융시장 내에서 건설 및 부동산 PF 관련 업종에 대한 기피 현상이 심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건설사들의 경우 당분간 신규 자금조달은
조아라 기자 archo@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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