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분석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의 ‘매출’은 진짜 3조원을 돌파했을까?

Numbers 2024. 1. 3. 15:22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진짜 연 매출 3조원을 돌파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국내 백화점 업계에선 대외적으로 단일점포 실적을 논할 때 오랜 관행이 있다. 바로 영수증이 합산된 전체 거래 규모를 ‘매출’로 치환해 표현한다는 것이다. 신세계 강남점도 예외는 아니다. 얼마 전 신세계백화점이 단일 점포 최초로 강남점의 연 매출이 3조를 돌파했다며 자축할 때 쓰인 ‘매출’은 국제 회계 기준에 맞춰 집계된 총매출액 또는 순매출액과는 거리가 먼, 거래액을 나타내는 지표다. 즉 기업이 자체적으로 발표하는 단일점포 매출과 금융감독원에 공시하는 사업보고서상 기재된 매출 사이에는 상당한 금액 차이가 존재하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발생하는 매출 왜곡이 소비자와 투자자들의 혼란을 야기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백화점 등 유통업계 사업 구조상 거래액은 순매출은 물론 총매출보다 월등히 금액이 높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엄격하게 구분될 필요가 있음에도, 단순 ‘매출’이란 틀 안에 혼재됨으로써 실질적인 매출보다 외형적으로 부풀려 보일 수 있단 우려다.  

여기에 백화점 전체 거래액과 순매출액 사이 발생하는 거대한 간극의 배경으로 명품매장이 꼽히는 것을 두고 사실상 명품 없이는 매출을 창출하지 못하는 백화점 사업의 한계라는 전망도 나온다. 대부분 임대수수료 방식으로 입점하는 명품브랜드는 개별 상품 가격이 비싸다 보니 거래액을 견인하는 일등 공신이지만 통상 백화점에 지급하는 판매분 수수료는 한 자릿수에 불과해, 정작 해당 수수료를 포함하는 순매출은 전체 거래액에 한참 못 미치기 때문이다. 최근 신세계 강남점을 비롯해 백화점 업계가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식품 특화 매장 등에 열 올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매출’ 3조원 달성의 진짜 의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사진=신세계백화점)


3일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신세계 강남점은 지난달 20일 기준 2023년 누적 매출 3조원을 돌파했다. 이는 단일 점포 최초의 기록으로, 신세계백화점은 한국 유통업계에 한 획을 그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신세계백화점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한 3분기 보고서를 보면 작년 서울지역 백화점(강남점·본점·타임스퀘어점 등) 3분기 누적 총매출액은 1조8747억원, 순매출액은 7499억원이다. 강남점의 연 매출 3조원에 한참 못 미치는 성적표다.  

비록 3분기 수치라곤 하지만 회계 기준으로 강남점을 포함한 서울 점포 3곳의 합산 순매출이 7500억원에 불과한데, 신세계백화점의 자체 발표 기준으론 강남점만 한 해 ‘매출’ 3조를 돌파해 버린 상황이다. 별도 점포라고 해서 회계상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느냐, 하면 그것도 아닌데 ‘매출’의 탈을 쓴 거래액이 과연 타당한 표현인지 의문이 남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일각에선 이를 겨냥해 실적 뻥튀기를 위한 노림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한 관계자는 “성숙한 자본시장 환경과 선진적인 투자 문화가 정착하는 데 타당하지 못한 관행”이라고 꼬집었다.

박성의 진짜유통연구소장은 “백화점은 수수료 임대 공간이기 때문에 절대적 거래 규모와 실질적 매출액 간 차이가 크다”며 “신세계강남점이 규모(덩치)는 가장 크지만 수주 조건이나 특정 점포 몰아주기 이슈에 따라 실질 매출액을 따져보면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때문에 단일점포 실적도 오픈마켓처럼 총거래액(GMV)으로 표기하던가, ‘거래액 X원에 매출액 Y원’처럼 따로 구분해서 표기하는 게 당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세계 강남점 3조 돌파’를 계기로 굴지의 상장사가 명확한 구분 없이 주요 지표 표기를 혼용하는 케케묵은 관행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통상 백화점에서 회계 기준 매출을 인식하는 방법은 총매출과 순매출 두 가지다. 순매출은 직매입 방식의 매출과 특정매입 매출 수수료, 임대계약에서의 매출 수수료 등으로 구성되며 총매출은 수수료 외에 납품 업체가 가져가는 부분인 특정매입원가를 순매출에 더한 값이다. 단일점포 발표가 아닌, 회계 기준 백화점 전체 실적을 공시할 때는 이 두가지 지표가 사용된다. 거래액은 다시 총매출액에서 매출에누리 등이 차감되기 전 금액이다. 말 그대로 개별 브랜드가 영업 현장에서 창출한 상품 판매액 전체를 의미한다.  

김재호 한국회계기준원 팀장은 “기업은 전문 애널리스트가 아닌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자체 발표하는 것이기 때문에 회계상 정형화된 기준이 아닌, 일상적 용어인 ‘매출’을 사용했을 것”이라면서 “오해의 소지가 있으니 주석을 표시해 별도 설명을 덧붙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는 3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될 2023년 사업보고서에는 강남점의 3조원 ‘매출’이 '거래액'으로 올바르게(?) 기재될 확률이 높다. 2021년과 2022년 각각 강남점 '연 매출'이란 표현으로 보도된 2조5000억원, 2조8000억원이 모두 당해년도 사업보고서엔 ‘매출’이 아닌 거래액으로 표기됐기 때문이다. 지난 2019년 국내 최초 연 매출 ‘2초 클럽’ 가입 당시에도 마찬가지로 사업보고서상엔 해당 금액이 거래 규모로 정의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명품’이 견인한 거래규모 3조원


이런 가운데 강남점 ‘거래액’ 3조원이라는 성과는 명품 판매가 없었다면 달성되지 못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통상 본사 브랜드별로 인테리어 컨셉이 정해져 있는 명품 매장은 대부분 공간을 임대해 판매분 수수료를 내는 거래형태로 백화점에 입점한다. 임대료를 월매출의 x% 형식으로 백화점에 지급하고 나머지는 브랜드가 챙기는 구조다. 이때 x%에 해당하는 수수료율이 매우 낮다는 점은 거래액과 회계상 매출의 갭(GAP)이 발생하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명품 매장의 경우 막대한 거래액을 창출하지만, 이들로부터 통상 한 자릿수 수수료율만 적용해 포함하는 순매출 및 총매출은 급격히 쪼그라드는 것이다. 일례로 지난해 강남점 거래액이 2조8000억원을 기록했을 때 서울 3개 점포 합산 총매출이 2조5844억원, 순매출이 1조118억원에 그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해 강남점은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를 중심으로 한 명품 매출 비중이 해외 의류 브랜드를 포함해 40%대에 달했으며 VIP 고객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9.9%를 차지했다. 유통 업계 한 관계자는 “명품이 전체 거래액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데 반해 실제 백화점 매출로 잡히는 부분은 비교적 작다”며 “사실 수익 측면에서 남는 게 없지만 명품 매장이 있어야 집객이 가능한 백화점으로선 ‘을’의 입장에서 명품 브랜드를 입점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형 기자 jhpark@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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