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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HMM 매각' 유찰 변수 되나?

Numbers 2023. 10. 6. 17:19

(사진=포스코홀딩스)

 

포스코가 올해 HMM 매각의 돌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포스코의 새 경영진이 HMM 인수를 논의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진데 따른 것이다. 산업은행이 ‘고래의 등판’을 위해 판을 새로 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사회 12명 중 8명 내년 임기 만료...인수 논의 가능성↑ 

 

2023년 상반기 말 기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포스코홀딩스 반기보고서 참고

 

포스코는 내년 초 대대적인 변화를 앞두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포스코홀딩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최정우 회장 △정기섭 대표이사 사장 △유병옥 부사장 △김지용 미래기술연구원장 등 사내이사 4명의 임기가 내년 3월 8일 끝난다. 

이밖에 7명의 사외이사 중 △김성진 전 해양수산부 장관 △유영숙 전 환경부 장관 △권태균 전 조달청장 등 3명의 임기도 같은 날 만료된다. 기타비상무이사인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 등 임기도 이와 동일하다. 이사회 총 12명 중 8명이 연임되거나 물러난다는 얘기다. 

업계는 이를 근거로 포스코가 내년에 HMM 인수를 논의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경영진의 임기 만료 시기가 포스코의 HMM 인수설을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IB 업계에는 산업은행이 포스코 측에 HMM 인수를 제안했고 이에 대해 포스코 측은 "올해은 당장 논의가 어렵다"고 답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경영진 임기 만료가 코 앞이라 당장 인수를 논의할 수 없다는 이유다. 다만 내년 새로운 경영진 체제가 들어서면 논의가 가능하지 않겠냐며 여운을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IB업계 고위 관계자는 “HMM의 유력한 인수 후보로 의지가 강한 동부산업과 포스코가 꼽힌다”며 “산업은행의 인수 타진에 대해 포스코가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은 것으로 관측된다”고 전했다. 이어 “포스코가 내년에 HMM 인수를 논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놨다면 산업은행은 포스코와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 여러 카드를 활용할 것”이라고 의견을 냈다. 

 

산은 'HMM 매각 후 재인수' 최악 시나리오 

 

포스코는 산업은행이 HMM 매각을 추진하던 2021년 1월부터 단골 후보로 언급돼 왔다. 50조원에 가까운 자산을 보유해 8조원 안팎에 달하는 HMM을 인수할 여력이 충분하고 해운업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어 최적의 인수 기업으로 꼽혔다. 

정작 HMM 인수전이 ‘새우 싸움’ 양상을 보이면서 업계에서는 유찰 가능성이 제기됐다. 인수적격 후보자로 선정된 하림지주, LX인터내셔널, 동원산업 등이 HMM의 몸값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면서다. 이들 기업이 보유한 자산은 7조원에서 최대 14조원으로 인수 후 조달 자금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HMM의 재무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산업은행은 연내 매각 의지를 공언한 만큼 절차를 미루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인수 적격 기업들에 대한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내달 최종입찰과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후 12월에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다는 계획이다. 내년 상반기 중 기업결합신고를 완료하고 거래종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켠으로는 고래없는 매각을 추진하기도 쉽지 않다. 향후 인수기업이 HMM을 감당하지 못하고 다시 매물로 나와 산업은행이 이를 떠안는 게 가장 큰 리스크라는 분석이다. 앞서 언급한 IB업계 관계자는 “산업은행은 HMM 뿐만 아니라 아시아나항공과 KDB생명 등을 떠안게 됐다”며 “어렵게 매각한 HMM을 다시 지원해야 하는 상황을 절대 원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은 '입찰 평가기준' 공란으로

 

사정이 이렇다 보니 산업은행은 현행법과 공고대로 절차를 진행하되 포스코에 꾸준히 러브콜을 보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또 다른 IB관계자는 “산업은행이 매각 절차 중에 포스코 등 희망 대기업에 인수 의사를 타진하는 것은 통상적으로 있을 수 있는 일이며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며 “아직 계약이 완료되지 않아 변수가 많은 상황에서 포스코는 HMM 매각 공고 당시부터 거론된 기업으로 협상 테이블이 열려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관건은 매각 방법이다. 포스코의 인수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면 거래 문턱을 높여 유찰을 유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회계법인 소속의 IB관계자는 “국가기관이 임의로 유찰을 결정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면서도 “실사 과정에서 적격 인수기업이 없다고 판단한다면 평가 기준을 강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산업은행이 9월 7일 국회에 제출한 업무보고 자료에는 최종입찰 직전에 세부 평가 기준을 결정할 예정이라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산업은행이 유찰을 결정할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는 셈이다. 

포스코는 시간을 벌면서 논의 여지를 남겨두는 한편 인수가를 낮추는 등 유리한 조건을 제시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랫동안 해운업 진출을 모색해 온 상황에서 협상 테이블에 앉을 명분이 충분하다는 관측이다. 다만 높은 매각가는 여전히 걸림돌이다. 2021년 초 매물로 나온 HMM의 지분가치는 1조5000억원에 불과했다. 2년새 매각가가 5배 가까이 불어난 셈이다.  

산업은행 측은 포스코와 인수 논의 여부에 대해 “관련 내용 확인이 어렵다”고 답했다. 포스코 측은 "인수 논의는 사실무근"이라며 "IR 설명회 등 공식적인 자리에서 계속 이야기해온 바와 같이 HMM 인수 의사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조아라 기자 archo@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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