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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M&A]② 화물사업부 분리 매각, 왜 이상한가? 불편한 시선들

Numbers 2023. 10. 26. 14:00

 

아시아나항공 A350 항공기 (사진=아시아나항공)


대한항공과 기업결합 심사를 진행 중인 아시아나항공이 화물사업부를 매각하기로 하면서 업계 안팎에서 우려가 크다. 화물사업부의 예상 밸류에이션이 5000억~7000억원까지 거론되고 일부 저가항공사(LCC)가 인수후보자로 이름을 올리면서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양 알려지고 있으나 정작 항공업을 잘 아는 전문가들은 이번 딜의 맹목성, 화물사업 분리의 구조적 어려움, 그리고 트렌드 변화 등을 이유로 "상당히 상식적이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인수 프로세스에 등장하는 LCC들의 진성 의지 여부도 도마에 오른다. 꾸준히 언론을 통해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으나 현금여력으로나 사업구조적으로나 LCC가 인수하는 게 상식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견해가 많기 때문이다.

 
누구를 위한 거래? 딜의 맹목성

 

26일 항공업계와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인수전은 에어프레미아와 이스타항공, 에어인천 3파전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앞서 인수 의사가 있다고 알려졌다가 철회한 제주항공, 그리고 티웨이항공까지 포함하면 5개사가 인수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듯 흥행몰이에 성공한 딜로 비춰지고 있다.

하지만 대외적으로 비춰지는 딜의 양상과 달리 이번 거래는 오직 기업결합 심사 통과만을 목적으로 하는 '맹목적인 딜'로서 누구를 위한 거래인지 공감하는 관계자는 많지 않다.

언론에 보도된 유럽연합(EU)내 기업결합 심사를 담당하는 EU집행위원회(EC)와 대한항공측 의견 교환 내용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의 일부 유럽 여객 노선을 어떤 옵션 장치 없이 완전히 매각하고 △아시아나항공의 화물 사업부를 먼저 매각한 후 기업결합 심사를 요청하는 '선조치 후심사' 프로세스를 추진한다.

쉽게 말해 아시아나항공을 3개의 회사로 분할해 이 중 2개를 국내 저가항공사에 매각하고 나서야 기업결합 심사를 요청하고 이에 대한 승인을 받고서야 나머지 1개를 대한항공과 통합한다는 뜻이다.

이 딜은 대한항공과 산업은행이 내세우는 '국가 항공산업 경쟁력 강화' 취지에 반한다는 문제를 갖고 있다. 통상 경제적으로 기업이 3개 회사로 쪼개는 경우는 이전에 드러나지 않던 숨어있는 가치를 부각시켜 기업가치를 올리려 하는 경우다. 반면 아시아나항공에게 3개 사업의 분리는 사실상 공중분해를 의미한다.

여기에 일부 여객 노선과 화물사업부의 매각에는 사업·인원 구조조정이 뒤따른다.

 

화물사업 분리의 구조적 어려움


또 다른 쟁점은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부 분리가 사업구조적으로 가능한지 여부다. 화물기를 비롯한 모든 항공기는 임대 계약을 통해 운용하기 때문에 화물사업부를 떼어낼 경우 기업의 사정에 맞게 계약을 재검토해야 한다. 이 경우 소유권, 가격 조건 등과 관련해 복잡한 절차가 뒤따른다.

화물기는 출발할 때부터 돌아올 때를 고려해야 한다.  출발할 때 화물을 채우고 가면 돌아올 때도 다시 화물을 채우고 와야하는 시스템이다. 그렇지 않으면 화물기 운영 비용도 건지지 못하는 적자 운송이다. 모든 과정은 정밀한 소프트웨어와 훈련된 인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타국적 항공사와 코스쉐어 역시 필수다.

근본적으로 화물사업을 따로 떼어내 매각하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은 이 때문에 나온다.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오랜 기간 운영하면서 쌓은 글로벌 네트워크가 있지만 저가항공사는 네트워크가 없어 화물사업을 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화물사업 특성상 업다운 사이클을 견뎌야 한다. 실제 국내 LCC는 밸리카고 운용이 불가능한 협동체(실내 복도가 1개인 소형 항공기)를 사용한다. 또한 로어덱(Lower Deck)이 없는 LCC는 화물 사업을 영위하는 것 자체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화물기와 인력을 인수해 오는 것만으로 사업을 영위하기가 쉽지 않다.

화물사업을 인수하더라도 대한항공과 경쟁하는 점도 부담이다. 업계 관계자는 "화물사업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화주 네트워크를 통해 적시성을 갖추고 운항할 수 있어야 하는데 신생으로 들어온 LCC가 대한항공과 경쟁할 수 있겠냐는 의문이 제기된다"며 "대한항공이 초기 이행기간 동안은 어느정도 맞추겠지만 화주들 입장에서 뻔히 리스크가 보이는 업체와 거래를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간 수많은 LCC가 설립됐지만 화물사업은 시작도 못했다는 점만 보더라도 얼마나 부담이 큰 분야인지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한항공 여객기에 화물을 적재하는 모습 (사진=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총 78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다. 이중 여객기가 67대, 화물기가 11대다. 화물기로 물자를 실어나를 뿐 아니라 전체 화물의 약 20%를 여객기에서 ‘벨리카고(Belly Cargo)’ 방식으로 운송한다. 벨리카고는 여객기 하부 공간에 화물을 탑재하는 운송방식으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여객수요가 급감하면서 대안으로 주목받은 바 있다.

벨리카고 역시 구조적으로 아시아나항공이 화물사업부를 따로 분리하기 어려운 요소다. 최근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은 벨리카고의 비중을 늘리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 화물기로 개조한 항공기를 다시 여객기로 원상복귀시키는 중이기 때문이다.

벨리카고의 비중이 늘어날수록 화물사업 분리 매각을 통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결합 심사는 난항에 빠질 수 있다. EC 입장에서보면 화물사업부를 분리하더라도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이 벨리카고 영업을 통해 동일한 화물사업을 할 수 있다는 의심을 거두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엔데믹에 접어들면서 화물사업부의 매출 기여도는 실제 줄어들고 있다. 대신 벨리카고 비중은 더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의 매출 비중은 △2018년 23.5% △2019년 21.5% △2020년 60.6% △2021년 76.7% △2022년 53.1% △2023년 상반기 25.7%로 코로나19 기간을 제외하곤 20%대였다. 여기에서 벨리카고 매출을 제외할 시 아시아나항공이 화물기로 실어 나르는 화물 매출은 상반기 기준 전체의 15%~20% 사이일 것이란 계산이 나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대한항공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대한항공이 처음부터 성사가 어려운 딜을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설령 LCC 가운데 한 곳에서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를 인수한다고 해도 이를 EC에서 인정할 지 미지수고 대한항공에서도 그걸 모르고 추진했을 것 같지 않다”며 의구심을 드러냈다.

이 같은 시각에도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을 통해 기업결합 승인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를 매각하지 않으면 EC 측에서 기업결합을 승인해주지 않겠다고 해서 이 일이 시작된 것"이라며 "딜이 성사가 안 되면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사실상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매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시장 논리로만 보면 딜 성사가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박수현 기자 clapnow@bloter.net
윤필호 기자 nothing@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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