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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M&A]⑦ 제3자 매각, 가능할까?

Numbers 2023. 11. 2. 20:52

 

아시아나항공의 제3자 매각이 성사되기 위한 주요 요인은 세 가지다. △KDB산업은행과 대한항공의 계약 해제 여부 △산업은행의 아시아나항공 지원 조건 △마지막으로 대한항공보다 아시아나항공을 더 높은 가격에 인수할 기업의 등장이다. 

문제는 이같은 요인이 법률상 내용에 그친다는 점이다. 현행법에 따라 인수합병(M&A) 절차가 진행된다면 아시아나항공 이사회는 자체적으로 제3자 매각을 추진할 권한을 가진다.

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 M&A 추진 과정을 두고 '법보다 산은'이라는 토로가 나온다. 산업은행의 정무적·정책적 판단이 법률적 판단을 넘어 섰다는 얘기다. 산업은행이 M&A 각 단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가운데, 제3자 매각도 결국 산업은행의 결정에 달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우선 전제 조건 '산업은행-대한항공' 계약 해제

 

제3자 매각이 가능하려면 우선 산업은행과 대한항공의 약속이 깨져야 한다. 산업은행은 자사가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대한항공에 매각해야 한다는 법적인 의무를 지고 있다. 

이 가운데 산업은행이 다른 기업에 매각 의사를 묻거나 제3자 매각을 검토하면 계약 위반에 해당된다. 최근 불거진 제3자 매각설에 대해 산업은행이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을 낸 이유다.

국내 로펌 소속의 IB 전문 변호사 A씨는 “거래구조나 구체적인 내용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의 경영권을 가져온다는 계약상 권리를 가지고 있다”며 “계약은 양립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은 대한항공에 지분을 매각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항공업계에 정통한 국내 로펌 소속의 IB 전문 변호사 B씨는 “산업은행의 ‘제3자 매각은 사실 무근’이라는 말의 속 뜻에는 ‘대한항공과의 계약이 살아있는 한’이라는 조건이 달려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산업은행이 약속에서 자유로워지려면 계약이 해제돼야 한다. 방법은 두 가지다. 우선 양사가 계약을 이행하지 않기로 합의하면 된다. 다만 대한항공과 산업은행이 무리하게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을 추진하는 상황을 보면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다른 방법은 계약 조건이 성립하지 않는 것이다. 합의가 필요하지 않은 ‘법률상 해제’다. 심사를 진행하는 국가 중 한 곳이라도 기업결합에 반대하면 계약은 무산된다. 이는 계약 조건의 불성립을 의미한다.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자사의 화물사업부 매각안을 포함한 대한항공의 시정조치안에 반대하면 산업은행의 법적 구속력이 사리지는 효과가 발생한다. 이 경우 산업은행은 다른 매수자를 찾을 수 있다. 반대로 이사회가 시정조치안에 동의하면 EC가 불승인을 할 때까지 산업은행은 제3자 매각을 검토할 수 없다. 

변호사 B씨는 “EC에 시정조치안을 제출하지 못하거나, 불승인이 나거나, 이사회에서 부결이 나면 산업은행과 대한항공의 계약은 바로 끝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돈줄' 쥔 산업은행의 초월적 권한

 

주목할 부분은 산업은행의 의사결정이 미치는 범위다. 법률적으로 산업은행은 대한항공과의 관계에서만 권한과 의무를 지닌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계약의 당사자는 산업은행과 대한항공이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에 대해서는 빌려준 돈을 갚으라는 요구만 할 수 있다. 

다만 대한항공이 기업결합 경쟁 제한성을 없애기 위해 자사의 화물사업부가 아닌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부를 매각하겠다고 나서면서 아시아나항공 이사회도 인수합병 추진의 핵심 역할을 맡게 됐다. 

여기서 법률과 현실의 차이가 발생한다. 전문가들은 하나 같이 산업은행이 가진 수많은 옵션을 근거로 법률상 권한을 넘어서는 ‘초월적’ 권한을 갖게 됐다고 지목한다. 산업은행이 초월 권한을 휘두를 수 있는 주요 수단은 ‘돈줄’이다.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을 정상화하기 위해 자금 대출과 함께 대출금 기한 연장, 금리 인하 등의 지원책을 쓸 수 있다. 마찬가지로 산업은행은 대출을 중단, 기한 단축, 금리 인상 등을 통해 자금줄을 쪼거나 중단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산업은행의 이같은 의사결정을 견제하거나 감시할 수단이 없다는 지적 나온다. 

실제 산업은행은 올해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지원금 만기를 1년에서 3개월로 축소했다. 게다가 이사회가 동의안에 부결하면 추가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내용을 EC와 아시아나항공에 전달했다는 소식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아시아나항공 독자 결정 권한, 가능성 낮아 

 

아시아나항공의 독자 생존 방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아시아나항공은 회생 신청을 통해 제3자 매각을 추진할 권리가 있다. 다만 이 또한 법률상 권한에 그친다는 한계가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회생절차에 돌입하려면 한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해외 기업의 아시아나항공 여객기에 대한 압류 금지와 아시아나항공의 최소한의 영업을 보장하는 방식이다. 마찬가지로 산업은행의 의사결정이 선행되야 한다. 

서울 회생법원 부장판사 출신의 이정엽 법무법인 LKB앤파트너스 대표 변호사는 “아시아나항공은 산업은행과 대한항공의 계약 해제와 무관하게 회생을 신청할 수 있다”며 “포괄적 금지명령을 통해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강제집행이 정지된 상태에서 여객·화물 운송 등 필수적인 영업이 가능하도록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업을 통한 회생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제3자가 인수하는 것을 조건으로 회생을 신청하는 방법도 있다”고 덧붙였다. 

변호사 B씨는 “회생 절차를 진행하려면 아시아나항공의 비행기가 압류당하지 않도록 정부에서 보증을 해주는 등 사전 준비 작업이 수반돼야 한다”며 “준비가 없으면 한진해운 사례처럼 회생이 파산으로 넘어가게 된다”고 당부했다.

전문가들은 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 파산을 막기위해 지원책을 제시하면서도 또 다시 시간을 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아시아나항공에 이른바 ‘괘씸죄’를 적용, 또 다시 아시아나항공의 정상화를 늦출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실적으로 아시아나항공이 자체적으로 제3자 매각을 추진하기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자금 지원 조건이다. 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에 자금을 지원하면서 독자적으로 회생절차에 돌입하는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도록 조건을 달았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관측한다. 

국내 로펌 소속의 IB 전문 변호사 C씨는 “M&A를 위한 자금 지원 계약을 진행할 때 인수 대상 기업이 자체 판단으로 회생절차에 돌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안전장치를 명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이 산업은행의 영향력이 미치는 범위를 벗어나는 것을 꺼릴 것이다. 이사회가 자체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여지를 최소화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운영자금만 지원하면...정상화 가능성 높다"

 

그렇다면 산업은행이 의사결정을 바꿀 가능성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인수를 희망하는 기업의 등장이 제3자 매각을 추진하는 핵심 요인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기업결합 심사를 거칠 필요가 없는 이종사업 기업, 그리고 지배 구조와 재무 상태가 안정적인 기업을 최상으로 꼽는다. 일각에서는 LS그룹과 한화 등을 유력한 인수 후보자로 꼽는다. 

아시아나항공 노조 측은 제3자 매각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노조 측은 “현재 아시아나항공은 지원금 3조3000억원 중 1조원을 상환했다. 이 때문에 유동성이 약화됐지만, 채권단이 높은 금리를 낮춰 이자 부담을 줄여주고, 시간을 준다면 충분히 상환할 수 있다. 나아가 이를 기반으로 재무 정상화를 이룰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매각 추진 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의 경쟁력이 약화된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무엇보다 M&A 과정에서 화주가 줄어 실적이 감소했다는 주장이다. 대한항공에 팔려 없어질 기업과 계약을 하느니 대한항공에 집중하는 게 나을 것이란 판단이 화주들 사이에 깔렸다는 설명이다. 

노초 측은 “화물기는 화물을 실을 수 있는 공간이 한정돼있다. 화주들은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물량을 싣는 데 애를 쓴다. 합병 발표가 난 마당에 굳이 아시나아항공에 영업력을 높일 필요가 없다”면서 “3년 반 동안 아시아나항공의 재정이 어려워진 데는 이러한 이유도 자리한다. 산업은행이 한진칼과 계약한 수준으로 제3자 매각을 추진한다면 성사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변호사 B씨는 “코로나19 당시 보다 여객운송 업황이 좋아진 점이 제3자 매각에 우호적인 조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채 규모에 대해서는 “회계규정이 바뀌면서 리스 비용을 부채로 산입한 결과 부채가 늘어난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여객기를 운영하면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채무다. 악성 부채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단순히 운영자금이 조금 부족한 상황에 불과한데 아시아나항공의 재무 사정이 다소 과장된 것으로 보인다. 이것만 조금 메꿔주면 제3자 매각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조아라 기자 archo@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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