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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 회장은 왜 권봉석 부회장을 '복심'으로 선택했나?

Numbers_ 2023. 12. 1.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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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봉석 ㈜LG 부회장.


권봉석 ㈜LG 부회장의 존재감은 특별하다.  권 부회장은 최근 단행한 정기인사를 통해 유임이 확정되며 다시 한 번 구광모 회장의 신임을 받게 됐다. '구광모 2.0 시대'의 서막이 오른만큼 향후 권 부회장의 입지는 더욱 견고해질 전망이다.


'권봉석·신학철' 2인 부회장 체제…다시 입지 굳혔다


LG그룹이 연말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한 가운데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의 용퇴가 결정됐다. 권 부회장의 퇴임으로 과거 고(故) 구본무 선대회장이 직접 임명한 6명의 부회장단(하현회·조성진·한상범·박진수·차석용·권영수)은 올해를 마지막으로 모두 LG를 떠났다. 이로써 LG그룹 부회장단에는 권 부회장과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2인만이 남게 됐다.

권 부회장과 신 부회장은 모두 구 회장 체제가 출범한 이후 승진·이동한 인물이다. 권 부회장의 공백을 메울 부회장 승진자도 없었다. 2018년 구 회장 체제가 오른 이후 5년에 걸친 세대교체가 사실상 마무리 됐다는 평가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이번 LG 인사에서는 구 회장의 경영 색깔이 드러날 수 있는 핵심 임원진을 전진 배치하려는 경향이 강하게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신 부회장이 외국계 기업 3M에서 영입된 외부인사라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구 회장과 직접 LG에서 손발을 맞춘 경험이 있는 권 부회장 쪽이 실질적인 'LG 2인자' 타이틀에 더 부합하는 인물이라 게 중론이다.

 
'회장님의 직속상사'…시너지팀으로 시작된 인연


1963년생인 권 부회장은 서울대학교에서 산업공학 학사를 거쳐 핀란드 헬싱키경제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MBA)를 취득하고 1987년 LG전자의 전신인 금성사에 입사했다. 이후 △모니터사업부장 △HE(홈엔터테인먼트)미디어사업부장 △MC(모바일커뮤니케이션)상품기획그룹장 △HE사업본부장 등을 거치며 LG전자 사업 전반을 두루 경험했다.

구 회장과 인연은 2014년부터 시작됐다. 권 부회장이 ㈜LG 시너지팀장(전무)으로 근무할 당시 같은 팀 부장이 구 회장이었다. 권 부회장은 직속 상사로서 구 회장에게 다양한 경영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구 회장은 이듬해 상무로 승진하며 권 부회장과 시너지팀 임원으로 함께 호흡을 맞췄다. 이후 구 회장은 전무, 부사장, 사장, 부회장의 단계를 건너뛰고 구본무 선대회장이 작고한 2018년 곧바로 LG 대표이사 회장으로 취임했다.

(그래픽=박진화 기자)

 
권 부회장은 구 회장의 신임을 받아 2020년 LG전자 대표이사 최고경영자(CEO)로 발탁했다. 특히 OLED TV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이끌며 현재 LG전자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만성 적자에 시달리던 스마트폰 사업부의 구조개편을 단행하고 전장사업을 육성하는 등 LG전자 포트폴리오 재편 작업도 추진했다. LG전자의 선택과 집중, 사업 체질 개선 작업이 '권봉석 CEO' 체제에서 이뤄진 셈이다. LG전자의 매출을 사상 최고치로 끌어올리며 경영 수완을 발휘하기도 했다.

이후 그룹 지주회사인 ㈜LG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승진·이동하며 구 회장과 함께 LG그룹의 지속가능한 성장 사업을 발굴하는 데 주력했다. 권 회장과 구 회장은 현재 지주사 ㈜LG를 각자대표 체제로 이끌고 있다.


포트폴리오 재편 보좌…그룹 미래 함께 그린다


구 회장은 그동안 LG그룹 오너로 외부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거의 없던 은둔의 황태자로 불려왔다. ㈜LG 대표이사 회장에 선임될 때까지도 그는 베일에 가려진 존재였다. 재계 4대 그룹 총수에 비해 비교적 젊은 탓에 외부 노출을 삼간다는 평가도 있었다.

하지만 구 회장은 최근 들어 활발한 행보를 보이며 주목을 받고 있다. 올 3월 국내 이공계 R&D 인재 초청행사인 'LG테크콘퍼런스'에 검은색 후드티에 청바지 차림으로 직접 오프닝 연설을 이어갔다. 그는 "거창한 기술이나 우리의 만족을 위한 사업 성과가 아니라, 고객 한 분 한 분의 작지만 의미 있는 경험들이 모여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LG에 대한 인정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게 우리가 추구하는 혁신의 목표와 방향"이라며 자신만의 경영 철학도 드러냈다.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 순방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하며 민간 외교 팀원으로도 활약하기도 했다.

구광모 LG 회장이 지난 8월 미국 보스턴의 다나파버를 방문해 연구진으로부터 세포치료제 생산에서 항암 기능을 강화시킨 세포를 선별하는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사진=LG)


이처럼 구 회장이 40대 총수로서 젊은 이미지를 앞세우고 총수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낸 시점은 권 부회장의 ㈜LG 부회장 부임 시기와도 맞물린다. 권 부회장에게는 구광모호 LG그룹의 미래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을 보좌해야하는 임무가 주어진 셈이다.

현재로서는 권 부회장의 '2인자' 자리를 위협할 인물은 없다는 게 중론이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의 부회장 승진이 유력하게 거론됐으나, 조 사장마저 이번 인사를 통해 사장에 머물게 됐다.

재계 한 관계자는 "권 부회장이 1963년생으로 비교적 젊은데다 부회장으로 승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향후 구광모호 LG그룹에서 주요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최지원 기자 frog@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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