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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봉석 ㈜LG 부회장의 존재감은 특별하다. 권 부회장은 최근 단행한 정기인사를 통해 유임이 확정되며 다시 한 번 구광모 회장의 신임을 받게 됐다. '구광모 2.0 시대'의 서막이 오른만큼 향후 권 부회장의 입지는 더욱 견고해질 전망이다.
'권봉석·신학철' 2인 부회장 체제…다시 입지 굳혔다
LG그룹이 연말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한 가운데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의 용퇴가 결정됐다. 권 부회장의 퇴임으로 과거 고(故) 구본무 선대회장이 직접 임명한 6명의 부회장단(하현회·조성진·한상범·박진수·차석용·권영수)은 올해를 마지막으로 모두 LG를 떠났다. 이로써 LG그룹 부회장단에는 권 부회장과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2인만이 남게 됐다.
권 부회장과 신 부회장은 모두 구 회장 체제가 출범한 이후 승진·이동한 인물이다. 권 부회장의 공백을 메울 부회장 승진자도 없었다. 2018년 구 회장 체제가 오른 이후 5년에 걸친 세대교체가 사실상 마무리 됐다는 평가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이번 LG 인사에서는 구 회장의 경영 색깔이 드러날 수 있는 핵심 임원진을 전진 배치하려는 경향이 강하게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신 부회장이 외국계 기업 3M에서 영입된 외부인사라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구 회장과 직접 LG에서 손발을 맞춘 경험이 있는 권 부회장 쪽이 실질적인 'LG 2인자' 타이틀에 더 부합하는 인물이라 게 중론이다.
'회장님의 직속상사'…시너지팀으로 시작된 인연
1963년생인 권 부회장은 서울대학교에서 산업공학 학사를 거쳐 핀란드 헬싱키경제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MBA)를 취득하고 1987년 LG전자의 전신인 금성사에 입사했다. 이후 △모니터사업부장 △HE(홈엔터테인먼트)미디어사업부장 △MC(모바일커뮤니케이션)상품기획그룹장 △HE사업본부장 등을 거치며 LG전자 사업 전반을 두루 경험했다.
구 회장과 인연은 2014년부터 시작됐다. 권 부회장이 ㈜LG 시너지팀장(전무)으로 근무할 당시 같은 팀 부장이 구 회장이었다. 권 부회장은 직속 상사로서 구 회장에게 다양한 경영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구 회장은 이듬해 상무로 승진하며 권 부회장과 시너지팀 임원으로 함께 호흡을 맞췄다. 이후 구 회장은 전무, 부사장, 사장, 부회장의 단계를 건너뛰고 구본무 선대회장이 작고한 2018년 곧바로 LG 대표이사 회장으로 취임했다.
권 부회장은 구 회장의 신임을 받아 2020년 LG전자 대표이사 최고경영자(CEO)로 발탁했다. 특히 OLED TV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이끌며 현재 LG전자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만성 적자에 시달리던 스마트폰 사업부의 구조개편을 단행하고 전장사업을 육성하는 등 LG전자 포트폴리오 재편 작업도 추진했다. LG전자의 선택과 집중, 사업 체질 개선 작업이 '권봉석 CEO' 체제에서 이뤄진 셈이다. LG전자의 매출을 사상 최고치로 끌어올리며 경영 수완을 발휘하기도 했다.
이후 그룹 지주회사인 ㈜LG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승진·이동하며 구 회장과 함께 LG그룹의 지속가능한 성장 사업을 발굴하는 데 주력했다. 권 회장과 구 회장은 현재 지주사 ㈜LG를 각자대표 체제로 이끌고 있다.
포트폴리오 재편 보좌…그룹 미래 함께 그린다
구 회장은 그동안 LG그룹 오너로 외부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거의 없던 은둔의 황태자로 불려왔다. ㈜LG 대표이사 회장에 선임될 때까지도 그는 베일에 가려진 존재였다. 재계 4대 그룹 총수에 비해 비교적 젊은 탓에 외부 노출을 삼간다는 평가도 있었다.
하지만 구 회장은 최근 들어 활발한 행보를 보이며 주목을 받고 있다. 올 3월 국내 이공계 R&D 인재 초청행사인 'LG테크콘퍼런스'에 검은색 후드티에 청바지 차림으로 직접 오프닝 연설을 이어갔다. 그는 "거창한 기술이나 우리의 만족을 위한 사업 성과가 아니라, 고객 한 분 한 분의 작지만 의미 있는 경험들이 모여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LG에 대한 인정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게 우리가 추구하는 혁신의 목표와 방향"이라며 자신만의 경영 철학도 드러냈다.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 순방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하며 민간 외교 팀원으로도 활약하기도 했다.
이처럼 구 회장이 40대 총수로서 젊은 이미지를 앞세우고 총수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낸 시점은 권 부회장의 ㈜LG 부회장 부임 시기와도 맞물린다. 권 부회장에게는 구광모호 LG그룹의 미래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을 보좌해야하는 임무가 주어진 셈이다.
현재로서는 권 부회장의 '2인자' 자리를 위협할 인물은 없다는 게 중론이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의 부회장 승진이 유력하게 거론됐으나, 조 사장마저 이번 인사를 통해 사장에 머물게 됐다.
재계 한 관계자는 "권 부회장이 1963년생으로 비교적 젊은데다 부회장으로 승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향후 구광모호 LG그룹에서 주요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최지원 기자 frog@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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