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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파트너스·영풍, 공개매수 다음 스텝 '이사회 수싸움'

Numbers_ 2024. 9. 20.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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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파트너스·영풍, 공개매수 다음 스텝 '이사회 수싸움'

영풍이 고려아연 이사회 입성을 검토하고 있다. 선대 시절에 맺은 약속에 따라 고려아연은 다른 오너인 최 씨 일가가 경영해왔다. 이에 따라 이사회 내 영풍의 입지도 크지 않았지만, MBK파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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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와 영풍이 1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개최한 고려아연 공개매수 기자간담회에 (왼쪽부터)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강성두 영풍 사장, 이성훈 베이커매킨지코리아 변호사가 참석했다.

 
영풍이 고려아연 이사회 입성을 검토하고 있다. 선대 시절에 맺은 약속에 따라 고려아연은 다른 오너인 최 씨 일가가 경영해왔다. 이에 따라 이사회 내 영풍의 입지도 크지 않았지만, MBK파트너스와 함께 추진한 공개매수가 이사회 수싸움으로 번진 양상이다. 구성원의 과반은 영풍과 MBK가 추대하는 인물로 채울 방침이다.

 

장형진 홀로 등기임원 구조 깨지나


강성두 영풍 사장은 1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기자와 만나 "현재 이사회 구성원 비율은 '13대1'"이라며 "이사를 추가 선임해 기울어진 이사회 비율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사장이 언급한 13대1은 고려아연 등기임원 13명 가운데 최대주주인 영풍 측 인사가 1명뿐이라는 뜻이다. 유일하게 장형진 영풍 고문이 고려아연의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 1970년대 자원이 부족한 한국에 비철금속 제련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영풍은 고려아연을 설립하고 1978년 연산 5만톤 규모의 아연 제련 공장을 세웠다. 영풍그룹이 장 씨와 최 씨의 공동경영 체제인 만큼 고려아연도 장 씨 측이 경영권을 소유했지만 기업을 일구는 일은 최 씨 측이 도맡았다. 

설립 초반에는 영풍에 근무하던 인력이 고려아연으로 넘어가기도 했다. 성두용 전 부사장과 박인태 전 인사담당 등이 대표적이다. 성 전 부사장은 고려아연 대표이사였던 인물이다. 그러다 최창걸·최창영·최창근 명예회장으로 이어진 2세 경영이 자리잡으면서 고려아연 이사회에는 장 고문만 남게 됐다.

선대 일가의 공동경영 기조에 따라 최 씨 측도 장 고문의 임기를 보장하고 있지만, 비상근 임원이라 역할은 제한적이다. 발언권도 크지 않다. 2022년 이사회에서 승인한 이그니오 투자가 대표적이다. 영풍과 MBK는 당시 이그니오에 대한 제한적 정보만 듣고 장 고문이 찬성했다고 주장했다. 강 사장은 "실사보고서 등을 추가로 요청했지만 보고서 1장이 전부였다"며 "다수가 찬성했기 때문에 장 고문이 반대해도 결과는 같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대주주 의견 충분히 반영되도록 노력 "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최 회장과 박기덕 TD사업부 총괄, 정태웅 제련사업부문 총괄 등 사내이사 3명과 장 고문, 최내현 켐코 대표, 김우주 현대자동차 본부장 등 기타비상무이사 3명, 사외이사 7명 등  총 13명으로 구성됐다. 이 중 5명의 임기가 내년 3월 종료된다. 만약 영풍과 MBK가 공개매수에 성공한다면 이들을 먼저 교체할 가능성이 높다.

영풍과 MBK가 맺은 약정에 따르면 영풍 측 추천 인사보다 MBK 측 추천 인사가 1명 더 많아야 한다. MBK는 C레벨 임원 2명 이상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진 상황이라 영풍은 1명 이상을 추천할 것으로 관측된다.

최종적으로 사외이사까지 포함해 등기임원의 절반 이상을 영풍과 MBK 추천 인사로 채우는 것이 목표다. 이는 MBK가 향후 콜옵션을 행사하기 위한 전제조건이기도 하다. 경영협력계약에는 "콜옵션 행사 가능 시점은 본 공개매수 완료일부터 2년이 경과한 날 또는 대상 회사의 재적이사 과반수가 공개매수자(MBK) 및 공개매수자(영풍)가 지명하는 이사로 선임된 날 중 먼저 도래한 날"이라고 명시됐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이사회에 우리 의사가 반영될 수 있도록 이사 추가선임안 제출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수정 기자 crystal7@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