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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IT서비스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특징을 분석하고 그들이 풀어야 할 과제를 진단합니다.
이준희 삼성SDS 대표에게 삼성전자는 최대고객이자 극복해야 할 과제다. 삼성그룹의 IT서비스 계열사 삼성SDS는 그룹사들의 시스템을 구축(SI)하거나 운영·유지보수(SM)하는 것이 주요 임무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그룹사들을 고객으로 보유한 배경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삼성SDS에게 탄탄한 캐시카우(현금창출원)다. 경쟁력이 우수한 기업을 고객사로 둔 것은 삼성SDS의 신용등급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특정 고객에 대해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독이 될 수 있다. 그 고객의 실적이나 정보기술(IT)에 대한 투자 규모에 따라 회사의 실적이 휘청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반도체·모바일·인사' 전문가가 CEO로
지난 10년간 삼성SDS를 거쳐간 CEO들은 삼성전자 출신의 반도체·모바일·인사 전문가들이다. 이 기간 동안 삼성SDS에서 성장하며 IT서비스에 대한 역량을 키워 CEO까지 오른 인물은 없었다. 2013년말부터 2015년말까지 삼성SDS를 이끌었던 전동수 전 대표는 경북대에서 전자공학 학사와 석사학위를 취득한 후 삼성전자에 입사한 반도체 전문가다. 그는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와 시스템LSI사업부를 거쳐 제8대 한국반도체산업협회장까지 지냈다. 삼성SDS 대표 이후 삼성전자로 돌아가 CE부문의 의료기기사업부장(사장)을 지낸 후 삼성메디슨 대표를 맡았다. 2015년말부터 삼성SDS 대표를 맡았던 정유성 전 대표는 인사 전문가다. 삼성전자에서 인사팀에서 성장한 그는 경영지원총괄 인사팀장과 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팀장까지 지냈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삼성SDS를 이끌었던 홍원표 전 대표는 서울대에서 전자공학 학사 학위를, 미국 미시간대에서 전자공학 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통신 및 IT 전문가로 곱힌다. KTF와 KT를 거쳐 삼성전자에 합류해 사장까지 지낸 후 삼성SDS에 합류했다. 삼성SDS 대표에서 물러나 고려대에서 석좌교수를 맡은 후 SK쉴더스의 대표이사로 이동했다.
홍 전 대표 이후 대표를 맡았던 황성우 전 대표는 서울대에서 전자공학 학사와 석사 학위를,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전기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고려대 전자공학과 교수로 근무하던 그는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에 합류했다. 종합기술원장 사장까지 오른 그는 2021년부터 삼성SDS 대표를 맡았다. 황 전 대표는 비록 삼성SDS에서 성장한 인물은 아니지만 회사의 체질을 클라우드와 물류 중심으로 바꿔놓으며 직원들의 지지를 얻었다. 2024년말 그가 물러난다는 그룹의 사장단 인사가 나오자 상당수의 직원들이 아쉽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황 전 대표에 이어 삼성SDS 대표로 선임된 이 대표는 삼성전자 출신 모바일 전문가다. 그는 삼성전자 DMC연구소를 거쳐 무선사업부 기술전략팀장과 네트워크사업부 개발팀장·전략마케팅팀장을 지냈다.
그는 삼성전자와의 관계를 돈독히 가져가면서 캐시카우를 지켜야 하는 것이 우선 과제다. 2024년 3분기 누적 기준 삼성SDS가 삼성전자를 대상으로 올린 매출은 1조9099억원이다. 삼성 그룹사와 관계기업이 포함된 특수관계자 매출 8조1399억원의 약 23%에 해당되는 규모다. 회사의 연결기준 3분기 누적 전체 매출(10조1860억원)에서 특수관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80%, 삼성전자의 비중은 19%다.
CSP·물류 플랫폼 고객 확보 '관건'
이 대표는 올해 경기 둔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대외 고객도 늘려야 한다. IT서비스 산업은 경기에 민감한 산업이다. 경기가 악화되면 기업들은 IT에 대한 투자 규모를 우선적으로 줄인다. IT에 대한 투자를 줄여도 당장 매출 감소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이 때문에 신용평가기관들은 IT서비스 기업의 신용등급을 평가할 때 비즈니스 모델이 얼마나 다양한지도 중요한 지표로 삼는다.
삼성SDS는 전통적인 SI·SM 사업 외에 클라우드와 물류를 주요 사업으로 삼고 있다. 클라우드는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클라우드 서비스(CSP) △클라우드 관리 서비스(MSP)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등을 모두 제공한다. 클라우드 사업에서도 그룹 계열사들이 최대 고객이다. 대외 시장에는 쟁쟁한 경쟁자들이 포진하고 있다. CSP에서는 국내·외 시장 1위 아마존웹서비스(AWS)가 있고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도 경쟁자다. 토종 CSP는 △NHN클라우드 △네이버클라우드 △KT클라우드 등이 있다.
민간 클라우드 시장에서 멀티클라우드를 채택하는 기업들이 삼성SDS의 주요 타깃이다. 멀티클라우드는 2개 이상의 CSP를 이용하는 업무환경을 말한다. 1개의 CSP만 이용하면 해당 CSP의 데이터센터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서비스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기업들은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기 위해 2개 이상의 CSP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CSP는 초기에는 데이터센터 구축 비용이 대규모로 들어가지만 안정화 이후에는 이익률이 MSP보다 높다. 비용은 일정 수준을 유지하는 반면 기업 고객들이 늘어나면 그만큼 매출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MSP 시장에서는 메가존클라우드와 베스핀글로벌이 강자다. 이들은 일찌감치 국내에서 MSP 사업을 펼치며 다양한 업종에 대한 전문성과 AWS·MS 등 기업 고객이 주로 찾는 CSP들과의 협업체계를 갖췄다. LG CNS와 안랩도 MSP 사업에 적극적이다. 모두 삼성SDS가 대외시장에서 맞닥뜨려야 할 경쟁자들이다. MSP는 삼성SDS의 업무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분야다. 하지만 기존 SI와 SM 사업처럼 인력이 지속적으로 투입되어야 하기에 이익률이 낮다.
삼성SDS의 물류 부문은 이익률이 1%대에 머물고 있다. 삼성SDS는 고객의 물품을 원하는 곳까지 최적의 경로로 안전하게 배송되도록 하는 시스템을 제공한다. 고객에게 받는 비용만큼 항공·해상 및 육로로 물품을 이동시키는 과정에서 삼성SDS도 운임을 부담해야 한다. 이 때문에 회사는 이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디지털 물류 플랫폼 '첼로스퀘어' 고객사를 늘리는데 힘을 쏟고 있다. 첼로스퀘어는 플랫폼이기에 구축 후 고도화를 하는 것 외에 추가적으로 들어가는 비용 규모가 크지 않다.
이 대표가 회사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인수합병(M&A)에 나설지도 관심이다. 삼성SDS가 2024년 3분기 기준 보유한 현금·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은 총 5조3643억원이다. 반면 차입금은 '0'이다. 부채총계는 1조3357억원, 자본총계는 6조9037억원으로 부채비율은 19%다. 일반적으로 200% 이하를 적정 부채비율로 보는 기준에 비춰보면 상당히 안정적이다. 그만큼 삼성SDS는 충분한 투자 여력을 갖췄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0년간의 연결기준 실적 추이를 보면 매출은 2018년에 10조원을 돌파한 이후 상승곡선을 그리며 2022년 17조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2023년에는 13조원대로 감소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물류 부문 매출이 줄어든 영향이다. 영업이익도 2022년 9000억원을 넘어섰지만 2023년 8000억원 초반대로 감소했다. 2019년 9%를 넘어섰던 영업이익률도 조금씩 줄어 2023년에는 6.1%에 그쳤다. 영업이익률은 매출에서 영업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기업 영업활동의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다.
삼성SDS의 매출 규모가 줄어들긴 했지만 국내 IT서비스 기업 중에서는 여전히 최대 규모다. 주요 IT 서비스 기업들의 2023년 연결기준 매출 규모를 보면 △LG CNS 5조6053억원 △현대오토에버 3조650억원 △포스코DX 1조4859억원이다. 별도기준으로 공개되는 SK㈜ C&C(별도)의 2023년 매출은 2조4127억원이다.
박현준 기자 hj@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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