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원문 바로가기
한글과컴퓨터가 방위·안전장비 전문 자회사 한컴라이프케어의 매각을 철회한 원인으로는 △인수합병(M&A) 시장의 한파 △국방사업 호조 △탄탄한 재무상황 등이 꼽힌다.
한컴은 회사의 본업인 소프트웨어(SW)를 중심으로 그룹사 포트폴리오를 정비하는 과정에서 한컴라이프케어 매각을 추진했다. 방위·안전장비를 제작해 국방 시장에 판매하는 한컴라이프케어의 비즈니스 모델이 SW 중심의 한컴과 시너지를 내기에는 결이 다르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경기둔화가 이어진 가운데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겹치며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다. 이 때문에 M&A 시장의 매수 후보기업들도 쉽게 투자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짙어진 가운데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M&A는 보류하고 현금을 보유하는 전략을 택한 기업들이 늘면서 한컴은 매수자를 찾기 어려웠다.
이런 가운데 한컴라이프케어의 실적이 개선됐다. 한컴라이프케어의 연결기준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은 735억원, 영업이익은 63억원이었다. 전년동기 대비 각각 14%, 271% 늘었다. 한국뿐 아니라 해외 주요 국가들도 국방력을 강화하고 방위비를 늘리면서 한컴라이프케어는 연이어 수주에 성공했다. 지난해 12월 필리핀 육군과 100억원 규모의 군복 납품 계약을 맺은 데 이어 미국 시장 진출에도 성공했다. 한컴라이프케어는 10일 미국의 개인안전장비(PPE) 전문 업체와 K3·K11방독면 독점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으로 한컴라이프케어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북미 시장에 K3·K11방독면을 납품한다. 회사는 앞서 K3·K11방독면을 앞세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기준을 충족하는 성능과 유럽인증(CE)을 획득하며 미국·유럽 시장 진출을 준비했다. 한컴라이프케어는 방독면뿐 아니라 다양한 국방사업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K77사격지휘장갑차 후방카메라 장착 사업과 지상레이저표적지시기 국산화 등 현존 전력 극대화 사업에 참여했다. 회사는 전기자동차 화재진압 시스템도 갖춰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한컴라이프케어의 실적이 개선됐어도 한컴의 곳간 상황이 어려웠다면 매각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매각가를 낮춰서라도 한컴라이프케어를 팔아 현금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컴은 기존 캐시카우(현금창출원)인 오피스 사업을 기반으로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에서도 성과를 내며 안정적인 재무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한컴라이프케어를 매각하지 않고 함께 가는 쪽으로 결정할 수 있었다.
한컴의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 부채총계는 1885억원, 자본총계는 5056억원으로 부채비율은 37.3%다. 업종과 기업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200% 이하를 안정적인 부채비율로 보는 기준에 비춰보면 한컴은 상당히 양호하다. 같은 기간 유동자산은 2884억원, 유동부채는 1227억원으로 유동비율은 235%다. 유동자산은 1년 안에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자산, 유동부채는 1년 안에 갚아야 할 부채를 말한다. 보통 유동비율이 150%를 넘기면 안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컴은 당장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이 부채보다 2.3배 많은 상황이다.
한컴은 845억원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보유했다. 327억원의 단기금융상품까지 더하면 1172억원의 현금성자산을 가진 셈이다. 반면 1년 안에 갚아야 할 단기차입금은 44억원, 유동성장기차입금은 6억원이다. 유동성장기차입금은 장기차입금 중 상환기일이 1년 이내에 돌아오는 차입금이다. 단기차입금과 유동성장기차입금을 더해도 50억원으로 회사의 현금성자산과 비교하면 상환 부담은 작다.
김연수 한컴 대표는 한컴인스페이스의 위성과 드론 사업을 비롯해 그룹사와 한컴라이프케어가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사업 경험도 있는 그는 한컴라이프케어가 글로벌 시장에서 보다 큰 성과를 내도록 이끌 계획이다.
박현준 기자 hj@bloter.net
'Deal > M&A' 카테고리의 다른 글
H&Q코리아, 한국OGK 인수 SPA 체결...2월 딜클로징 (0) | 2025.01.14 |
---|---|
에이프로젠, 지오릿에너지 M&A 최종 마무리 (0) | 2025.01.13 |
어피니티 “중국계 사모펀드 아냐…中 BYD 협력관계 사실무근” (0) | 2025.01.13 |
친환경 건설자재 특허기술 보유 기업, M&A 매물로 (0) | 2025.01.13 |
'연매출 700억' 찍던 조인트리, 인수자 나타날까 (0) | 2025.01.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