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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바웃 C]'은둔 경영자' 네이버 이해진의 'AI' 전략에 쏠린 눈
기업 최고 의사결정권자(CEO, CFO, COO, CIO 등)의 행보에서 투자 인사이트를 얻어가세요.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은둔의 경영자'로 불릴 만큼 조용히 전략을 구상하는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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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최고 의사결정권자(CEO, CFO, COO, CIO 등)의 행보에서 투자 인사이트를 얻어가세요.
이해진 네이버 GIO와 최수연 대표,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가 지난해 6월2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엔비디아 본사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만나 소버린AI 협력을 논의했다. (왼쪽부터) 이 GIO, 황 CEO, 최 CEO /사진=네이버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은둔의 경영자'로 불릴 만큼 조용히 전략을 구상하는 경영방식을 고수했다. 그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후 한성숙 전 최고경영자(CEO), 최수연 CEO에게 경영 전반을 맡기고 GIO로서 글로벌 사업 확장에 집중했다.
그러던 이 GIO가 치열해진 인공지능(AI) 경쟁으로 다시 이사회 의장을 맡고 경영에 복귀하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이번 주 중 이사회를 열고 이 GIO를 사내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이 GIO는 네이버 지분율이 지난해 9월 기준 3.81%로 낮지만 여전히 회사의 미래 비전과 주요 사업에 깊이 관여해왔다.
일본·미국 진출 성공한 이해진, 다음 목표는 글로벌 AI
네이버는 마이크로소프트(MS)·구글·메타 등 빅테크가 주도하는 AI 시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딥시크가 AI 시장에 새로운 강자로 등장하며 미국·중국을 중심으로 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네이버는 자체개발 대규모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X'를 기반으로 각종 AI 서비스를 내놓고 있지만, 여전히 국내 중심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메신저앱 라인, 웹툰 등으로 글로벌 사업을 성공시킨 이 GIO는 이사회 의장으로 복귀해 AI 사업의 해외 시장 확장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 GIO의 첫 해외 사업 성과는 일본에서 성과를 낸 라인이다. 그는 2011년 일본에서 라인을 출범시켰다. 당시 작은 아파트에 머무르며 이에 집중했다고 알려졌다. 라인은 동일본대지진으로 전화망이 불안해졌을 때 새로운 연락수단으로 부상했다. 이후 인도네시아, 태국 등 동남아시아로 확장해 이용자를 모았다. 이는 네이버 해외 사업의 시작이기도 했다.
이후 이 GIO는 2019년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가 보유한 포털 야후재팬과 라인의 합병을 추진했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2020년 통합법인 라인야후를 설립하고, 지분을 절반씩 나눠 공동경영권을 행사하기로 합의했다. 라인은 전 세계 월간활성이용자(MAU) 2억명을 확보한 거대 메신저 플랫폼이다. 이를 기반으로 커머스·금융·모빌리티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AI 개발에 필요한 데이터를 모을 수 있었다.
하지만 라인야후는 지난해 한 차례 논란에 휩싸였다. 일본 정부가 개인정보 보호를 명분으로 소프트뱅크에 라인야후 지분 매입을 강요하며 네이버가 공들여 키운 라인이 일본 기업에 강제로 넘어갈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이 GIO가 일본 다음으로 공략한 해외 사업지는 북미다. 네이버 웹툰의 미국법인 웹툰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나스닥시장에 상장했다. 한국에서 시작한 웹툰 창작자·이용자 중심의 사업방식을 북미·유럽으로 확장하는 전략이다. 창작자가 콘텐츠를 올리면 이용자가 이를 구매하고, 수익은 네이버와 창작자가 나누는 방식이다. 이외에도 네이버는 유럽투자펀드에 1억유로(약 1233억원)를 출자하는 등 유럽 시장 진출의 밑그림을 그렸다.
미중이 선점한 AI 시장서 쉽지 않은 복귀
이 GIO는 이사회 의장으로 돌아오면 연임이 확실시되는 최수연 CEO와 함께 AI 사업의 해외 확장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이 GIO가 이례적으로 모습을 나타낸 곳도 AI 관련 글로벌 네트워킹이었다. 그는 지난해 5월 'AI 서울 정상회의' 정상 세션에 비공개로 참여했다. 이어 6월 미국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만났다. 네이버는 최 CEO 등 주요 경영진이 동석해 소버린AI에 관해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 GIO가 글로벌 사업 확장의 실험정신을 AI에서도 보일지에 주목하고 있다. 네이버는 빠르게 대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여전히 스타트업과 비슷한 조직문화를 가졌다. 일례로 지난해 조직개편에서도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 치지직, 폐쇄형 소셜미디어(SNS) 밴드 등은 비교적 작은 사업 단위인 '셀(Cell)' 조직으로 남겨놓았다. 스타트업처럼 민첩하게 운영해 독립 성장을 이루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이 GIO가 이끌 AI 시장의 경쟁이 네이버에는 유리하지 않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미 AI모델 시장은 오픈AI의 GPT, 메타의 라마(LLaMA) 등이 이끌고 있다. 네이버도 하이퍼클로바X를 고도화하고 있지만, 빅테크처럼 전 세계 개발자를 끌어모으는 수준에 도달하지는 못했다. 네이버의 주요 서비스인 검색 또한 AI로 무장한 기업들이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기존 시장의 강자인 구글은 생성형AI 제미나이를 탑재한 검색엔진을 출시했다. AI모델을 자체개발하지 않은 기업 중에서도 퍼플렉시티 등 기술 스타트업은 AI 검색 시장에서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SK텔레콤, KT, 카카오 등도 AI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SKT는 AI에이전트 '에이닷'으로 이용자를 모으고, 퍼플렉시티와 지분 동맹을 맺었다. KT는 MS와 전략적 협력 관계로 한국어 특화 모델, 클라우드 솔루션을 공동 개발한다. AI에이전트, 클라우드 솔루션 등은 네이버의 사업 영역과 겹친다. 카카오는 오픈AI와 함께 AI 상품을 개발한다.
익명을 요구한 정보기술(IT) 업계 주요 인사는 "네이버는 국내에서 몇 안 될 정도로 우수한 인력과 자본력을 가진 기업이지만, 글로벌 AI 시장에서는 뚜렷하게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소버린AI 수출을 계속 말하지만, 빅테크가 자리 잡은 해외 시장에서 얼마나 수요가 있을지는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AI 시장에서 네이버가 더욱 분발해야 한다는 뜻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이 GIO의 경영 복귀에 관해 "확인해줄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윤상은 기자 eun@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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