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vernance/지배구조 분석

[SK 바이오 톺아보기] ①최태원·최창원 각자도생…계열사 간 리밸런싱 필요

Numbers_ 2025. 2. 18.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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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바이오 톺아보기] ①최태원·최창원 각자도생…계열사 간 리밸런싱 필요

SK그룹이 바이오를 차세대 먹거리로 삼아 핵심 사업으로 키우고 있다. 다만 SK그룹의 독특한 지배구조 때문에 최태원 SK㈜ 회장과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각각 바이오 사업을 진행해 계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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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서울 서린사옥 전경 /사진 제공=SK㈜


SK그룹이 바이오를 차세대 먹거리로 삼아 핵심 사업으로 키우고 있다. 다만 SK그룹의 독특한 지배구조 때문에 최태원 SK㈜ 회장과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각각 바이오 사업을 진행해 계열사 간 시너지가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는 사업을 성장시키려면 리밸런싱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최태원은 SK바이오팜·팜테코, 최창원은 SK바사·플라즈마

17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SK그룹의 제약·바이오 산업은 4개 대표 계열사인 △SK바이오팜 △SK팜테코 △SK바이오사이언스 △SK플라즈마 등으로 구성돼 있다.


SK바이오팜과 SK팜테코는 SK그룹 지주사 SK㈜의 계열사이며 SK바이오사이언스와 SK플라즈마는 SK디스커버리 소유다. SK㈜는 SK바이오팜의 최대주주로 지분 64.04%를 보유하고 있다. SK㈜는 17.9%를 가진 최태원 회장이 최대주주다. SK팜테코는 SK㈜의 100% 자회사다.

SK바이오사이언스와 SK플라즈마의 지분 피라미드 꼭대기에는 최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창원 부회장이 자리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SK케미칼의 자회사로 SK디스커버리가 지분 40.9%를 갖고 있다. 또 SK디스커버리는 SK플라즈마 지분 77.24%를 보유하고 있다. SK디스커버리의 최대주주는 40.72%를 확보한 최 부회장이다. 결국 최 회장이 SK바이오팜과 팜테코를, 최 부회장이 SK바이오사이언스와 SK플라즈마를 소유한 상황이다.

CDMO부터 신약·백신까지...4개 계열사 모두 각자도생

SK그룹의 제약·바이오 계열사가 4개인 것은 주력사업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먼저 신약 개발 전문기업인 SK바이오팜은 지난 2011년 SK㈜의 라이프사이언스 사업 부문 물적분할로 설립됐다. 특히 중추신경계 중 뇌전증 분야의 신약 개발에 집중해왔다.

주력 제품으로는 뇌전증치료제 ‘세노바메이트’가 있다. 2019년, 2021년 각각 미국과 유럽에서 승인을 받고 글로벌 시장에 진출했다. 이후 세노바메이트는 성장세를 거듭해 지난해에는 미국 시장에서 약 4387억원의 매출을 달성하며 전년 대비 62% 성장했다.

SK팜테코는 SK그룹의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을 통합 관리하는 자회사다. 2019년 SK㈜는 한국의 SK바이오텍, 아일랜드의 SK바이오텍아일랜드, 미국의 AMPAC를 통합 운영하기 위해 SK팜테코를 설립했다. 이후 SK팜테코는 2021년 프랑스의 세포·유전자치료제 CDMO 기업 이포스케시의 지분 70%를 인수하여 자회사로 편입했다. 현재 SK팜테코는 미국, 유럽, 한국 등에서 총 7개의 생산시설과 5개의 R&D센터를 운영하며 글로벌 CDMO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18년 SK케미칼 백신사업 부문에서 물적분할돼 설립됐다. 백신 개발과 CDMO가 주요 사업이다. 팬데믹 당시에는 자체 백신을 개발했고 글로벌 제약사의 백신 CDMO 등 투트랙으로 사업을 벌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인수한 독일 바이오 CDMO 전문기업 IDT바이오로지카에 거는 기대가 크다.

SK플라즈마는 혈액제제 전문기업으로 2015년 SK케미칼의 혈액제사업 부문이 인적분할되며 만들어졌다. 주요 제품으로는 화상, 신증후군 등에 따른 저알부민혈증 치료에 사용되는 '에스케이알부민주', 면역결핍질환 치료를 위한 '리브감마에스엔주', 파상풍 예방을 위한 '테타불린에스엔주' 등이 있다.

독특한 지배구조 탓에...계열사 간 교통정리 필요

업계에서는 현재 SK그룹 회사들이 제각각 제약·바이오 사업을 추진 중이지만 향후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4곳의 계열사가 따로 사업을 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것이다.

특히 겹치는 분야가 가장 큰 문제다. SK㈜ 계열의 SK팜테코와 SK디스커버리 계열사인 SK바이오사이언스는 CDMO와 세포유전자치료제(CGT) 사업을 이미 진행하고 있거나 신성장동력으로 선정했다. 실제로 지난해 SK바이오사이언스가 IDT바이오로지카 인수를 추진하던 시기에 이미 CDMO사업을 벌이던 SK팜테코와의 중복투자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이와 맞물려 SK팜테코의 매각설도 나돌았다.

이 같은 문제는 SK그룹의 특이한 지배구조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SK㈜와 SK디스커버리는 각각 최 회장과 최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SK라는 이름만 공유할 뿐 지분관계가 없는 다른 계열의 기업집단이기 때문이다. 바이오사업이 서로 다른 지배구조 때문에 제대로 된 소통 없이 사업을 추진하면서 발생한 일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큰 문제 없이 각 계열사가 각각의 사업을 영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향후 인수합병(M&A), 매각 등 리밸런싱이 필요한 시기가 반드시 올 것”이라고 말했다.

천상우 기자 1000tkddn@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