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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리포트] 이익 급증해도 보험사 곳간은 ‘밑 빠진 독’
역대급 순이익에도 보험사 지급여력 악화업종대표 삼성생명 지급여력비율 180% 위협IFRS17과 K-ICS의 CSM 인식 차이로 혼란 키워주주 등 과잉 보상 후 고비용 자본확충 ‘문제’기업이 돈을 잘 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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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순이익에도 보험사 지급여력 악화
업종대표 삼성생명 지급여력비율 180% 위협
IFRS17과 K-ICS의 CSM 인식 차이로 혼란 키워
주주 등 과잉 보상 후 고비용 자본확충 ‘문제’
기업이 돈을 잘 벌면 곳간이 든든해질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상식이다. 돈을 잘 벌면 이익잉여금이 늘고 기업 건전성 최후의 보루인 자본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보험사 곳간은 밑 빠진 독인 것 같다. 새로운 회계제도(IFRS17) 도입 이후 보험사 당기순이익은 역대급으로 증가했지만 보험사 곳간은 늘 비어가는 느낌이다. 보험사 곳간 상태를 나타내는 지급여력비율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보험사마다 지급여력을 방어하기 위해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 등 자본증권의 발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보험사의 당기순이익 증가규모가 직전년도에 이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삼성생명이 2조2107억원, 11.2% 증가했고 삼성화재는 2조736억으로 14.0% 늘어 삼성그룹의 두 보험사 모두 당기순이익이 2조원을 넘었다. KB손보는 17.7% 증가한 8395억원이고 KB라이프는 2964억원으로 15.1% 늘어나며 KB금융의 보험부문 순이익이 1조1000억원을 훌쩍 넘겼다. 신한라이프 역시 5284억원으로 11.9% 증가하고 한화생명은 4.9% 증가한 8660억원으로 역대급이다. 이 밖에도 메리츠화재 1조7105억원(9.2%), 현대해상 1조307억원(33.4%), DB손보 1조7722억원(15.3%) 등 대부분의 보험사 순이익 증가율이 두 자릿수 이상이었다. IFRS17 회계제도 전환이 보험사 순이익에 여전히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처럼 매년 당기순이익을 대규모로 실현하지만 주요 보험사 지급여력비율(K-ICS)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업종대표 삼성생명은 지난해말 K-ICS비율을 180% 수준으로 지켜내는 것이 목표가 됐다. 2023년 218.8%에서 1년만에 40%포인트 가까이 하락한 것이다. 지난해 삼성생명 자본은 32조 7000억원으로 지난 1년 사이에 11조 6000억원이 줄었다. 삼성전자 주식평가손 6조 6000억원과 부채 할인율 하락 영향(0.67%포인트 축소) 8조 9000억원이 주 요인이다. 지난해말 삼성화재 K-ICS비율이 265.0%로 8.0%포인트 하락한 것을 비롯해 DB손보는 201.5%로 31.6%포인트 떨어졌다. 현대해상은 1조 8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후순위채 발행에도 불구하고 155.8%으로 17.3%포인트 하락하고 한화생명 역시 1조 9000억원의 자본증권 발행에도 165% 수준으로 18.8%포인트 하락했다. 금융지주계열 역시 신한라이프는 206.8%로 44%포인트 하락했고 KB손보와 KB라이프도 188.1%, 265.3%로 각각 28%포인트, 65%포인트 떨어졌다. 그 밖에 중소보험사와 M&A시장에 매물로 나온 회사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3분기와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보험사가 요구자본은 크게 증가하고 가용자본은 소폭 늘거나 오히려 감소했다. 이미 예정되어 있던 보험부채 할인율 산출기준의 강화 등 규제 강화의 영향이 크다. 최종관찰만기 확대(20년->30년), 장기선도금리 조정폭 한도 상향(0.15%포인트->0.25%포인트), 유동성 프리미엄 산출방법 변경 등 보험부채 할인율을 현실화하는 정책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운영위험량에 포함되는 기초가정위험액(예실차)이 지난해부터 산출돼 적용되면서 요구자본량이 증가한 영향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다. 신지급여력제도(K-ICS) 시행 이후 상승하던 시장금리가 하락세로 돌아선 것은 가용자본 감소로 보험사 건전성관리의 또 다른 부담요인이다. 그리고 논란이 있었던 해지율 적용 방식의 개정도 지급여력 하락에 큰 요인이 됐다.
지급여력비율을 단기에 회복시키기 위해 보험사가 선택할 수 있는 손쉬운 수단이 자본증권을 발행하는 것이다. K-ICS 도입에 대비해 시간과 노력이 많이 소요되는 자산부채 포트폴리오 조정보다 상대적으로 효과가 빠른 자본증권 발행으로 대응해온 것이다. 2020년~2024년 동안 보험사 자본증권 발행추이를 보면 2023년 K-ICS 도입을 계기로 크게 증가했다. 2020년 9680억원으로 1조원 미만이던 연간 신규발행액이 2022년 4조550억원, 2024년 8조6550억원으로 급격히 늘었다.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한 후순위채권을 중심으로 5년만에 9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지난해 보험업권별 자본증권 신규발행은 손보 4조 3600억원, 생보 4조 2950억원이며 평균조달금리는 각각 5.05%, 4.85%로 전체 평균 4.95% 수준이다. 지난 한 해 보험사가 신규로 발행한 자본증권의 금융비용이 4300억원에 달한다.
2025년 1월말 자본증권 잔액은 손보 10조940억원, 생보 13조598억원으로 모두 23조1538억원이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후순위채 비중이 70% 정도지만 보험사가 매년 부담하는 자본증권 이자비용이 1조원은 족히 넘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파악된 올해 4월까지 예정된 발행규모는 지난달 31일 한화손보 5000억원을 포함해 2조1000억원으로 상당한 규모다. 특히 규제기준 강화, 할인율 하락, 영업경쟁 심화 등 지급여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증가하고 있어 자본증권 발행규모는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보험사의 당기순이익이 급증하면서 임직원 성과보상과 주주환원율이 크게 개선됐다. 특히 정부의 밸류업 정책에 힘입어 높아진 주주환원율은 지난해 보험사 주가수준과 업종지수를 크게 상승시켰다. 돈을 많이 벌어 고생한 임직원과 주주에게 보상하는 것은 적극 권장할 일이다. 하지만 이익잉여금을 헐어 성과를 나눠가진 후 다시 자본을 확충하려고 고비용으로 후순위채 등 자본증권을 발행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 지난달 23일 제6차 보험개혁회의에서 금융당국은 보험사의 장기안정적 경영을 유도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단기실적 위주 경영이 소비자 분쟁 등으로 이어지면 보험업 전반의 신뢰하락과 재무건전성을 약화시켜 지속가능 성장을 저해한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성과보수 이연지급 등 보험사 경영진의 보상체계 모범관행(best practice)을 마련해 시행한다는 것이다.
경영진 성과평가와 보상시스템 개선은 필요하다. 하지만 막대한 순이익 증가에도 대규모 자본증권 발행을 계속 늘려가는 이상한 행동의 치유책으로써 금융당국의 조치는 많이 부족해 보인다. 보험감독회계기준과 건전성감독기준의 자본에 대한 인식 차이가 혼란의 근본 원인일 수 있다. 논란의 대상은 역시 보험계약서비스마진(CSM)이다. 건전성 감독기준의 신지급여력(K-ICS)에서 CSM은 조정준비금으로 자본을 구성하는 핵심적 요소다. 반면 보험감독회계기준(IFRS17)에서 CSM은 부채로 인식하고 상각을 통해 당기순이익으로 전환된다. CSM 상각이 늘어나면 보험사 당기순이익은 증가하지만 K-ICS 지급여력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당기순이익이 증가하면 임직원 주주 등 이해관계자 기대수준이 높아지고 법인세 부담으로 사외 누출이 늘어난다.
계리적 가정 강화, 해약환급금 준비금 운용 등 금융당국의 모든 규제는 오로지 보험사 순이익을 줄이는 방향으로 단편적으로 맞춰지는 것 같다. 과도한 이익을 무리하게 취해 나눠먹는 불합리한 제도와 부정적 인식을 바꾸려는 노력은 필요하다. 하지만 보험사 자본건전성을 지키고 지속가능성을 높이려면 이익과 리스크 인식의 근본적 틀을 재점검하고 보험사의 실질 가치를 제고하는 일도 필요해 보인다.
허정수 전문위원 jshuh.jh@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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