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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법정관리] 이마트 오너경영 vs 홈플러스 사모펀드 경영

Numbers_ 2025. 3. 10.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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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법정관리] 이마트 오너경영 vs 홈플러스 사모펀드 경영

국내 대형마트 양대 축의 표정이 엇갈렸다. 이달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취임 1주년을 맞아 자축포를 쏜 이마트가 본격 턴어라운드를 선언한 반면, 홈플러스는 최대주주 MBK파트너스의 경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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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형마트 업계 1, 2위 사업자인 이마트와 홈플러스의 분위기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 전경 /사진 제공=홈플러스


국내 대형마트 양대 축의 표정이 엇갈렸다. 이달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취임 1주년을 맞아 자축포를 쏜 이마트가 본격 턴어라운드를 선언한 반면, 홈플러스는 최대주주 MBK파트너스의 경영실책에 해묵은 노사분쟁까지 겪다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두 기업은 모두 대형마트를 둘러싼 외부의 위협 등으로 처지가 같았으나, 오너 경영과 사모펀드 경영이라는 체제의 차이가 컸다. 존속과 매각, 지향점이 다른 두 가지 방식의 ‘진정성’의 농도가 이마트와 홈플러스의 운명을 가르는 분수령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마트 주가는 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직전 거래일 대비 5.66% 오른 8만300원에 마감했다. 장중에는 6.18% 상승한 8만700원을 찍으며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다. 이는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신청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보인다. 롯데마트를 운영하는 롯데쇼핑 역시 장중 6% 가까운 상승률을 기록했다.  

홈플러스의 위기에도 대형마트에 대한 투자심리는 위축되지 않았다. 특히 이마트의 회복세가 돋보인 것은 정 회장의 ‘성장재개’ 선언과 맞물려 본업 투자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이달 초 정 회장 취임 1주년을 맞아 신규 부지 5곳 이상을 확보한 데 이어 2027년까지 점포 3개를 열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미 올해는 수도권에만 대형매장 3개를 오픈하기로 한 상태다. 

업계는 이마트의 장밋빛 포부와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신청 시점이 맞아 떨어진 것이 우연이 아니라고 본다. 비슷한 시기에 전면에 나선 오너 경영주와 사모펀드 경영주가 사업 방향에서 차이를 보인 결과라는 것이다. 통상 사모펀드가 차익을 실현하기 위해 단기 수익창출에 방점을 둔다면 오너 경영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장기투자에 베팅한다.  

벌써 1년... 상반된 ‘꿈’ 

정 회장은 지난해 3월 승진했고, 이보다 조금 이른 1월 말 김광일 MBK 부회장이 홈플러스 공동대표이사로 취임했다.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한 뒤 MBK 측 인사가 수장에 오른 것은 처음이었다. 

이후 대형마트 업계 1·2위의 전략은 판이했다. 선두주자인 이마트는 외부와의 협업을 눈에 띄게 늘렸다. 물류 인프라를 확장하기 위해 CJ와 손잡았고, 이커머스로서 경쟁력을 갖추려는 목적으로 알리바바의 힘을 빌렸다. 이는 과거 분산됐던 유통 역량을 본업에 집중할 수 있게 한 원천이 됐다.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의 성장과 지난해 하반기 데뷔한 신개념 쇼핑공간 스타필드마켓, 식료품 가격 혁신매장 푸드마켓 등이 이의 산물이다.  

스타필드 마켓 죽전 전경 /사진 제공=신세계그룹


홈플러스는 독립적인 색깔을 유지했다. 장기적 관점에서 연합관계를 구축하기보다 2022년부터 추진한 메가푸드마켓 전환에 집중했다. 그러나 시장은 한 달에 점포 하나꼴로 리뉴얼 오픈하는 프로젝트와 관련해 실질적인 변화에 대한 의문을 표시하기도 했다. 오프라인 마트(하이퍼)의 시장가치를 높이기 위한 형식적 마케팅이라는 지적이 나온 배경이다.  

무엇보다 양사가 슈퍼마켓사업부의 거취에 대해 내린 상반된 결정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해 6월 홈플러스는 홈플러스익스프레스를 매물로 내놓았고, 다음 달 이마트는 이마트에브리데이를 흡수합병했다. 홈플러스는 빚을 갚기 위한 방편이었지만 이마트는 상품과 조직 통합에 따른 비용효율화 조치였다. 이마트는 올해 20개 이상의 이마트에브리데이 매장을 낼 예정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MBK는 유통업에 대한 열정과 상인정신이 부족했다”며 “이마트가 더는 구식의 대형마트가 아닌 창고형 매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사이 홈플러스는 진정성 있는 혁신 없이 고립됐다”고 꼬집었다.  

수시인사와 겸직인사 

홈플러스 CI /사진 제공=홈플러스
인사정책에서도 기조가 갈렸다. 정 회장은 취임과 함께 성과제 중심의 수시인사를 도입했다. 위기에 맞서 경영조직의 긴장감을 유지하고, 외부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이다. 곧바로 이커머스 계열사 G마켓과 SSG닷컴 대표를 교체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홈플러스 등 18개 기업에서 대표이사 및 기타비상무이사 등을 겸하고 있다. 유통업에 대한 김 대표의 전문성에 의구심이 생기는 대목이다. 홈플러스 이사회를 포함한 수뇌부가 사실상 MBK에 반기를 들 수 없는 구조였다는 비판도 나온다. 심지어 회사의 경영활동을 감시하는 감사조차 MBK 출신이라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유통 업계의 한 관계자는 “홈플러스는 과거 이마트를 바짝 뒤쫓는 사업자로서 셀프계산대를 최초로 도입하는 등 혁신적인 모험도 즐겼다”며 “그러나 MBK에 속한 뒤로는 사모펀드 체제의 폐해를 대표하는 사례로 각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재형 기자 jhpark@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