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원문 바로가기
[상장사 옥석가리기] ‘좀비기업’ 단계적 퇴출…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시험대
올해 금융당국이 ‘상장폐지’ 요건 강화를 선포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시험대에 올랐다. 증시의 저평가를 해소하고 자본시장의 건전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성장 가능성은 높지
www.numbers.co.kr
올해 금융당국이 ‘상장폐지’ 요건 강화를 선포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시험대에 올랐다. 증시의 저평가를 해소하고 자본시장의 건전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성장 가능성은 높지만 ‘신약 개발’ 실패 등으로 인해 시총이 급변하기 쉬운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위기관리 역량 증명이 중요한 시점이라는 분석이다.
코스피 시총 기준 10배 높인다
10일 한국거래소·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상장폐지 제도 개선을 위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상장규정 시행세칙을 개정했다. 지난 4일부터 시행된 이번 세칙은 코스피시장에서는 상장폐지 심사에서 기업에 부여할 수 있는 개선기간을 최대 2년→1년으로 축소한다.
코스닥시장의 경우 상장폐지 심사(실질심사) 중 기업심사위원회 및 코스닥시장위원회에서 부여할 수 있는 개선기간을 최대 2년→1년6개월로 단축한다. 감사의견 거절 등 형식적 상장폐지 사유와 횡령·배임 등 실질심사 사유가 중복 발생할 경우 각각의 절차를 별개로 진행한다. 둘 중 하나의 사유로 상장폐지가 결정될 시에는 즉시 상장폐지한다.
아울러 한국거래소는 올해 2분기부터 상장유지를 위한 시총 요건을 기존 5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늘리는 등 3년에 걸쳐 단계적인 개정을 통해 상장 요건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코스피의 경우 시총은 2028년까지 500억원, 매출은 2029년까지 300억원으로 상향한다. 시총 기준이 기존 50억에서 최대 10배까지 늘어나게 된 것이다. 이는 시총 1000억원을 밑도는 기업에 한해 적용된다. 같은 기간 코스닥은 시총과 매출을 각각 300억원과 100억원으로 높일 예정이다. 시총 600억원 이하의 기업에 한해서다.
다만 한국거래소는 미래 성장 가능성은 높으나 매출은 낮은 기업을 고려한 완충장치도 마련했다. 연구개발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바이오텍 등이 대상이다. 코스피는 1000억원, 코스닥은 600억원의 시총을 넘을 경우 매출 요건은 충족하지 않아도 된다.
국내 상장사 4곳 중 1곳 ‘부실기업’
금융당국이 이처럼 칼을 빼든 이유는 상장사들의 증시 진입에 비해 퇴출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은 탓에 자본시장의 신뢰 저하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통상적으로 미국·일본 등 국가에서는 상장기업은 건실하고 투명한 기업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국내 증시에서는 상장한 4개 중 1개 기업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내지 못하는 ‘좀비기업’(부실기업) 상태다. 허위공시나 횡령·배임 등 사건 등이 발생해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는 한국 증시의 낮은 신뢰도 및 주요 저평가 요인으로 지목됐었다.
특히 당장 매출을 내기 어려운 제약바이오기업들은 기술 인정을 통한 ‘특례 상장’ 등을 주로 이용해왔다. 2005년 도입된 기술특례 상장은 수익성은 낮지만 성장성이 큰 기업들이 상장할 수 있도록 상장 심사 기준을 낮춰주는 지원 제도다. 기술특례 상장 기업은 영업 실적이 악화하더라도, 상장 후 5년간은 상장폐지 요건이 적용되지 않는다. 사실상 자격 미달 기업의 상장 발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이러한 기회를 통해 상장한 ‘신라젠’ 등 일부 바이오 기업들이 부진한 실적에도 투자자들에게 큰 손실을 끼쳐왔다는 점이다. 경쟁력이 낮은 기업들이 ‘상장’ 이름표를 달고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신약 개발에 10년 넘게 걸리는 바이오시장의 특성을 감안하지 못하고 잠재력이 충분한 기업이 상장폐지 된다면 회생이 불가능해진다. 이런 측면에서 이들 기업에는 더욱 신중한 상장폐지 요건을 적용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영 성과가 단기간에 나오기 어려운 고질적인 한계를 반영해야한다는 것이다.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당장 실체가 나오기 어려운 제약바이오기업들은 기술특례를 이용해서 자본조달을 받고 신약 개발 등을 이어간다”며 “신라젠 등 일부 기업으로 인한 폐해도 있으나 긍정적인 점들을 고려해 일괄적인 규제가 아닌 핀셋 규제가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주샛별 기자 jsb31660@bloter.net
'Corporate Action > IPO'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상장사 옥석가리기] ‘상폐 위기’ 이의신청 접수…기사회생할까ㅣ한국유니온제약 (0) | 2025.03.13 |
---|---|
[IPO 워치] '630억 밸류' 바이오포트코리아, 글로벌 유통망 확대 기대감 반영 (0) | 2025.03.13 |
[IPO 워치] 유종만 오가노이드사이언스 대표 “복수 제약사와 L/O 논의중…2028년 흑자 전환 기대” (0) | 2025.03.06 |
서울보증보험, 수요예측 경쟁률 240대1…공모가 2만6000원 (0) | 2025.03.04 |
구광모는 왜 인도를 택했나?...LG전자 'IPO' 맞물린 승부수 (0) | 2025.03.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