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vernance/지배구조 분석

[코스닥 딜 인사이드] '2세 승계' 가속 파인그룹, '코데스' 중심 지배구조 구축

Numbers_ 2025. 3. 13.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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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딜 인사이드] '2세 승계' 가속 파인그룹, '코데스' 중심 지배구조 구축

파인그룹이 오너일가의 가족회사 ‘코데스’를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구축하며 2세 승계 퍼즐을 맞추고 있다. 코데스는 과거 계열사들이 발행했던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활용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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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파인테크닉스


파인그룹이 오너일가의 가족회사 ‘코데스’를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구축하며 2세 승계 퍼즐을 맞추고 있다. 코데스는 과거 계열사들이 발행했던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활용하며 존재감을 키웠다. 여기에 최근 파인테크닉스 매각을 통해 수십억원대 현금도 손에 쥐었다. 코데스는 오너 2세인 홍준기 파인엠텍 상무이사가 최대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어 승계 과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코데스, 오너 2세 지배력 확대 발판

코스닥 상장사 파인디앤씨와 파인테크닉스, 파인엠텍을 거느리고 있는 파인그룹은 비상장사 코데스를 주축으로 지배구조를 확립했다. 코데스는 이달 10일 기준으로 파인테크닉스 지분 12.5%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파인디앤씨과 파인엠텍도 각각 13.04%, 5.4% 지분을 보유한 주요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코데스는 파인그룹의 창업주인 홍성천 회장을 포함한 가족들이 지분 100%를 갖고 있다. 2023년 말 기준 홍 회장의 자녀인 홍준기 파인엠텍 상무이사와 홍정아씨가 각각 45%, 16.15%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코데스가 파인그룹 상장 계열사들에 대한 지분을 늘리면 오너 2세의 지배력이 확대되는 구조다. 이외에 홍 회장과 그 배우자인 조명숙씨의 지분율도 23.47%, 15.38%에 달한다.

/그래픽=박진화 기자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한 홍 상무는 코데스를 기반으로 파인그룹 지배력을 키우며 승계 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풀이된다. 1988년생인 홍 상무는 2016년부터 6년간 파인테크닉스에 근무했다. 2022년 임원진으로 합류했으며, 인적분할 이후 파인엠텍 출범과 함께 자리를 옮겼다.

코데스는 2000년 자본금 5000만원으로 설립된 TFT-LCD 부품 제조업체 디앤씨테크놀로지에서 출발했다. 2006년 상호를 코데스로 바꿨다. 이때만 해도 회사의 최대주주는 지분 89%를 보유한 홍 회장이었지만 2019년부터 홍 이사가 홍 회장의 지분율을 넘어섰다.

인수 후 권리 행사…코데스의 계열사 메자닌 활용법

코데스는 계열사들이 발행한 메자닌을 기반으로 삼아 그룹의 지배구조를 구축했다. 일례로 2008년 인적분할로 파인테크닉스가 설립되기 전 존속기업이었던 파인디앤씨의 주식을 총 26차례 장내에서 매입한 바 있다. 분할 이후 2009년 3월부터 7월까지 21차례에 걸쳐 파인테크닉스의 지분을 확보했다. 총 투입금액은 25억원이다.

해당 주식은 2013년 3~4월 한 달 만에 대부분 처분했다. 처분금액으로 35억원을 확보했고, 해당 자금 중 9억원은 유상증자에 투입해 다시 지분을 늘렸다. 이후 2018년 17억원 규모 파인테크닉스의 4회차 CB를 투자자로부터 인수한 뒤 전환권을 행사해 주식으로 바꿨다. 2020년과 2021년에도 8억원의 6회차 CB에 대한 인수, 권리 행사를 반복했다. 2021년 말 기준 코데스가 보유한 파인테크닉스 지분율은 3.62%였다.

코데스의 그룹 지배력이 큰 폭으로 강화된 계기는 2022년 인적분할로 파인엠텍을 설립하면서다. 2세 승계 전략도 더욱 명확해졌다. LED 조명사업을 주력하는 파인테크닉스가 존속법인으로 남고, IT부품 사업이 주력인 파인엠텍을 새롭게 설립했다. 매출의 90% 가까이 차지하던 사업부를 떼어낸 것이다.

당시 파인엠텍은 파인테크닉스가 발행했던 7회차 CB(250억원)와 8회차 BW(250억원)를 승계했고, 콜옵션(매도청구권)을 행사해 일부를 되돌려 받았다. 이렇게 손에 들어온 메자닌을 계열사들에게 분산시켰는데, 코데스가 7회차 CB와 8회차 CB를 각각 25억원씩 갖게 됐다.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코데스는 메자닌 일부를 주식으로 전환해 파인엠텍 지분율을 올렸다.

/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코데스는 아직 파인엠텍의 모든 메자닌을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았다. 더욱이 7회차 CB와 8회차 CB는 지난해 하반기 시가하락에 따라 리픽싱(행사가액 조정)이 이뤄져 전환가능 주식 수가 늘어난 상태다. 잔여물량까지 모두 주식으로 바꾸면 코데스의 지분율은 7%로 소폭 상승한다.

계열사 메자닌을 활용한 지배력 강화는 파인테크닉스와 파인엠텍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코데스는 2022년 2월부터 2023년 7월까지 파인디앤씨의 CB와 BW 110억원 가량 매입했다. 메자닌은 잇따른 리픽싱(행사가액 조정)으로 물량이 늘었고, 코데스는 지난해 9월을 마지막으로 주식 전환을 완료했다. 이 기간 코데스는 장내매수 없이 1% 미만이었던 파인디앤씨 지분율을 12.74%까지 끌어올렸다.

현재 코데스와 파인그룹 오너일가는 파인테크닉스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미술품 경매 플랫폼을 운영하는 엄진성 아트컨티뉴 대표와 벤처캐피탈(VC) 아이원인베스트에 보유 지분 전량을 넘길 예정이다. 오는 5월 잔금 납입이 완료되면 코데스가 확보하는 자금은 총 112억원이다. 여기에는 300%에 육박하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적용됐다. 지난해 하반기 홍 회장과 홍 상무로부터 파인테크닉스 지분 9.1%를 15억원에 매입했던 점을 고려하면 7.5배의 멀티플로 회수하는 셈이다.

파인테크닉스 매각이 끝나면 3사(파인디앤씨·파인테크닉스·파인엠텍)로 분산된 지배구조가 비교적 단순화된다. 코데스를 가진 홍 상무 입장에서도 파인테크닉스 매각자금으로 나머지 계열사 지배력 확립에 집중할 수 있다.

지배구조에 정통한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상속세가 높다 보니 경영승계를 위해 분할이나 합병 등 다양한 방법이 동원되곤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파인테크닉스 측은 답변을 거부했다.

 박수현 기자 clapnow@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