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vernance/지배구조 분석

[제약사 승계전략 점검] '우주' 바라보는 김정균...성공 가능성은ㅣ보령④

Numbers_ 2025. 3. 14.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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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사 승계전략 점검] '우주' 바라보는 김정균...성공 가능성은ㅣ보령④

오너 3세 김정균 보령 대표가 선택한 신사업은 ‘우주 헬스케어’다. 흔치 않은 분야에 도전하면서 그의 경영 능력과 사업적 안목이 자연스럽게 시험대에 올랐다. 그러나 막대한 연구개발 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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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보령 사옥 전경. 사진 제공=보령


오너 3세 김정균 보령 대표가 선택한 신사업은 ‘우주 헬스케어’다. 흔치 않은 분야에 도전하면서 그의 경영 능력과 사업적 안목이 자연스럽게 시험대에 올랐다. 그러나 막대한 연구개발 비용과 긴 상용화 기간 등 현실적인 한계로 인해 신사업이 보령의 성장 동력이 되기보다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우주 헬스케어에 900억 베팅…추가 재원 4500억 확보

김정균은 보령 대표에 오르기 전부터 우주 헬스케어 진출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미국 존슨우주센터를 방문해 아픈 사람이 우주로 가는 방법을 물었으나 뚜렷한 답변을 듣지 못한 일을 계기로 우주시장 개척을 결심했다고 한다.

이후 2022년 김정균 대표는 취임 이후 신사업 부문을 총괄하며 기존의 내수 시장 중심 성장 전략에서 벗어나 글로벌 진출과 신사업 확장을 본격화했다. 그가 가장 먼저 선택한 사업은 우주 헬스케어를 통한 장기적 성장 기반 구축이었다.

김 대표는 취임 첫 해부터 관련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2022년 미국 민간 우주개발 전문기업 '액시엄스페이스'에 총 6000만달러(약 800억원)를 투자해 지분 2.7%를 확보했다. 이를 통해 보령은 국내 제약사 최초로 우주정거장 개발 및 우주 의료 연구에 본격적으로 참여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듬해 보령은 우주사업 확장을 위해 ‘브랙스 스페이스’를 설립했다. 브랙스는 보령이 우주헬스케어 산업 진출을 위해 미국 우주기업 액시엄과 올해 1월 합작 설립한 조인트벤처(JV) 법인이다. 당초 양사는 각각 51%와 49%의 지분을 나눠 갖기로 하면서 보령이 10억2000만원, 액시온 9억8000만원 등 총 20억원 출자를 약속했다. 다만 최근 액시엄스페이스의 재정이 좋지 못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우려를 낳고 있다.

이외에도 우주 관련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도 지속적으로 확대해왔다. 보령은 현재까지 약 900억원을 우주 헬스케어 산업에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투자를 위한 재원도 마련했다. 2023년 7월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본사 사옥(보령빌딩)을 1315억 원에, 지난해 6월 보령바이오파마를 3200억원에 매각했다. 업계에서는 이 자금이 김 대표의 승계 작업과 함께 우주 헬스케어 사업 등 신사업 투자에 활용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빅파마들도 아직 연구단계…김정균의 승부수 현실성은

김정균 대표에게 우주 헬스케어 진출은 단순한 신사업 확장을 넘어선 의미를 지닌다. 오너 3세인 그가 다소 현실성이 떨어져 보일 수 있는 우주 헬스케어 산업을 보령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직접 낙점했기 때문이다.

우주 헬스케어는 아직 명확한 수익 모델이 확립되지 않은 분야다. 머크, 일라이 릴리, 아스트라제네카 등 글로벌 빅파마들이 이미 우주 헬스케어 산업에 진출해 있지만 아직 연구 단계에 그친 상황이다.

특히 연구개발 비용이 막대하고 기술 검증과 상용화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단기간 내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성공할 경우 보령을 기존 제약사를 넘어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으로 도약시키는 핵심 동력이 될 수 있다. 특히 우주 헬스케어 사업을 안정적으로 구축한다면 이는 김 대표가 단순히 오너 3세로서 그룹을 승계하는 것이 아니라 경영자로서의 독자적인 성과를 입증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우주 헬스케어 사업은 장기적인 비전과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영역이지만, 성공한다면 보령의 기업 가치와 김 대표의 경영 리더십을 동시에 증명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업성' 여전히 물음표…선순환 구조 정비 과제

김정균 대표의 우주 헬스케어 산업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분명 존재한다. 특히 현실적인 한계가 지적된다.

가장 큰 문제는 막대한 연구개발 비용과 상용화까지의 긴 시간이다. 우주 환경에서의 실험과 연구는 지상 실험보다 훨씬 높은 비용이 소요되며 기술 검증과 임상 적용까지 수십년이 걸릴 수도 있다.

또한 시장 자체의 불확실성도 부담 요소다. 우주 헬스케어 산업이 성장 가능성은 높지만 실제 시장 규모가 얼마나 확대될지 그리고 언제 상업적으로 안정화될지는 아직 예측하기 어렵다.

현재 우주 헬스케어 기술은 주로 연구 및 실험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상용화까지는 수십 년의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NASA, SpaceX, 블루오리진 등 글로벌 우주 기업들이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민간 주도의 상업적 성공 사례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우주산업 자체가 정부 정책 및 글로벌 경제 상황에 따라 크게 좌우되는 만큼, 장기적인 투자 안정성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우주 헬스케어 산업이 장기적으로 유망한 분야인 것은 분명하지만,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수익 모델이 불확실한 만큼 보령이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더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보령이 우주 헬스케어 사업을 통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단순한 연구 개발을 넘어 상업화 가능성이 높은 기술을 중심으로 전략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천상우 기자 1000tkddn@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