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vernance/지배구조 분석

[제약사 승계전략 점검] 김정균의 개인회사, '보령파트너스'의 숨은 역할은ㅣ보령⑤

Numbers_ 2025. 3. 14.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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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사 승계전략 점검] 김정균의 개인회사, '보령파트너스'의 숨은 역할은ㅣ보령⑤

보령그룹이 오너3세인 김정균 보령 대표의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을 본격화하면서 비상장사 보령파트너스의 역할이 주목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추후 김 대표의 그룹 총수 승계 과정에서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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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균 보령 대표 /사진 제공=보령

보령그룹이 오너3세인 김정균 보령 대표의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을 본격화하면서 비상장사 보령파트너스의 역할이 주목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추후 김 대표의 그룹 총수 승계 과정에서 보령파트너스가 핵심 도구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령파트너스, 보령 유증 참여하며 존재감 키워

보령파트너스는 2015년 보령수앤수 투자부문을 물적분할해 설립된 비상장회사다. 보령수앤수는 보령제약그룹 계열사로 건강기능식품 및 토털헬스케어 도소매업을 한다. 이 회사는 김 대표가 100% 지분을 보유한 개인회사로 알려졌으며, 이를 기반으로 투자 및 경영 컨설팅 부문을 분리하면서 보령파트너스가 설립됐다.

법인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보령파트너스의 발행주식 총수는 9만주, 자본금은 4억5000만원이다. 이 중 김 대표가 지분 88%를 가져 사실상 보령수앤수와 마찬가지로 개인회사로 간주된다. 소재지는 그룹 지주사인 보령홀딩스와 같은 건물이다.

보령파트너스는 설립 10년까지 별다른 사업활동이 없었다. 하지만 보령이 실시한 유상증자에 참여하며 주목을 받았다. 보령은 지난해 말 보령파트너스를 대상으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해 1750억원을 조달했다. 발행된 신주는 1809만7207주이며 신주 발행가는 주당 9670원이었다.

이번 유증으로 보령파트너스는 보령 지분 20.85%를 확보했고, 보령에 대한 김 대표의 지배력도 한층 강화됐다. 현재 김 대표의 보령 지분율은 29% 내외로 추산된다. 보령파트너스를 통한 20.85%와 개인 지분 0.94%, 여기에 보령홀딩스를 통한 7% 내외를 더한 수치다.

보령파트너스 활용 방안은

업계에서는 보령파트너스가 김 대표의 보령 지배력을 강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룹 총수 승계에도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여전히 지주사 최대주주가 김은선 회장(44.93%)인 만큼 지분 승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보령파트너스 활용 방법은 크게 합병과 지분인수 등 두 가지로 나뉜다. 이 중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보령파트너스를 보령홀딩스와 합병하는 것이다.

보령파트너스는 김 대표가 지배하는 법인이기 때문에 합병되면 그가 보령홀딩스 지분을 자연스럽게 확보하게 된다. 이 방식의 가장 큰 장점은 증여세 부담을 줄이면서도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김 대표가 김은선 회장의 보령홀딩스 지분을 직접 증여 받을 경우 수천억원대의 증여세가 발생할 수 있지만, 보령파트너스를 활용하면 보다 유리한 방식으로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특히 그룹의 정점에 있는 보령홀딩스가 비상장사인 만큼 합병비율 전략에 따라 김 대표가 보령홀딩스의 최대주주가 될 수도 있다.

다만 합병 과정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절차, 기존 주주들의 반발 등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합병이 김 대표의 지배력 강화를 위한 편법이라는 논란이 제기될 가능성도 나온다.

또 다른 가능성은 보령파트너스를 이용해 보령홀딩스의 추가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이다. 김 대표가 보령파트너스를 통해 지속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이를 활용해 보령홀딩스 지분을 확보하면 사실상 경영권 승계를 마무리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보령파트너스를 통한 추가 유상증자, 지분 스와프, 전략적 투자 유치 등이 동원될 가능성이 높다.

이 방법은 자금조달 여력에 변수가 있다. 보령파트너스가 보령홀딩스 지분을 사들이려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유상증자나 대출을 실행할 경우 이자 부담이 커질 수 있으며 추가 재무 리스크가 발생할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김 대표가 승계를 완성하는 데는 보령홀딩스 지분 44.93%를 보유한 김은선 회장의 지분 승계가 핵심 과제”라며 “직접적인 증여보다는 보령파트너스를 활용한 단계적 지배력 강화가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분석했다.

오너 승계·지배력 강화에 숨은 열쇠 '개인회사'

실제로 제약 업계에서는 승계 및 지배력 강화를 위해 오너일가의 개인회사를 이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일동제약은 오너3세 윤웅섭 대표가 승계하는 과정에서 개인회사 CMJC를 활용했다. 윤원영 회장은 CMJC 지분 90%를 아들인 윤 대표에게 증여했으며 이후 CMJC가 일동홀딩스의 주요주주로 자리 잡으면서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일동제약은 2016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며 오너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했다.

종근당은 이장한 회장의 장남 이주원 종근당바이오 상무가 최대주주인 벨에스엠을 동원해 지배력을 확대해왔다. 벨에스엠은 이 상무가 지분 40%를 보유한 회사로 이 회장과 그의 두 딸이 나머지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이를 통해 종근당홀딩스 지분율은 2019년 말 45.84%에서 최근 47.62%로 늘며 그룹 지배력이 한층 강화됐다.

다른 업계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다. 하이트진로그룹은 박문덕 회장의 장남 박태영 부사장이 2007년 생맥주통 제조 업체인 서영이앤티 지분 73%를 인수하며 승계에 착수했다. 이후 서영이앤티는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하이트맥주 지분을 보유했으며, 현재 박 부사장은 서영이앤티를 통해 지주사 하이트진로홀딩스와 하이트맥주를 지배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천상우 기자 1000tkddn@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