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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투그룹 생보업 진출] ② 보험사 없는 한국금융지주, 손보사 보단 '생보사' 우선 왜

Numbers_ 2025. 3. 17.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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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투그룹 생보업 진출] ② 보험사 없는 한국금융지주, 손보사 보단 '생보사' 우선 왜

생명보험업 진출 준비 'N년', 한국투자금융그룹을 조명해 봅니다.한국투자금융지주가 보험사 인수 여부에 신중모드를 견지한 가운데, 손해보험사가 아닌 생명보험사에 무게를 싣고 있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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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보험업 진출 준비 'N년', 한국투자금융그룹을 조명해 봅니다.

/그래픽=임초롱 기자

 

한국투자금융지주가 보험사 인수 여부에 신중모드를 견지한 가운데, 손해보험사가 아닌 생명보험사에 무게를 싣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손보사 대비 생보사들의 보유 상품 만기가 길고 금액이 커 금융투자업에 쏠린 한투금융 전체 포트폴리오를 볼 때 생보사 인수에 따른 자산운용 등 매력도가 높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국금융지주는 수년째 시장에 매물로 나온 보험사들마다 들여다보며 적합한 인수처를 찾는 데 골몰하고 있다. 이 가운데 손보사보다는 생보사를 주안점으로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인수합병(M&A) 시장에 보험사들이 매물로 나오면 한국금융지주가 스터디 차원에서 투자설명서(IM)를 받아간 곳 모두 생보사였다. 2023년 당시 ABL생명과 KBL생명이 매물로 나왔을 때나 지난해 동양생명·ABL생명이 패키지로 매물이 나왔을 때가 대표적이다. IM을 받아갔다고 해서 거래에 직접 참여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비용을 지불하면 받아볼 수 있다. 이는 앞으로 나올 수 있는 보험사 매물을 대비한 목적이 크다는 게 업계 안팎의 중론이다.

다만, 롯데손해보험이나 MG손해보험 등 손보사 인수전이 열렸을 때 한투그룹은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았다. 보험업을 포함한 금융업은 라이선스 사업이기 때문에 초기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다. 그럼에도 한투그룹은 손보사 M&A 시장에서 얼굴을 비추지 않는 대신 한화생명의 보험대리점(GA) 자회사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에 1000억원 규모 투자금을 집행하는 데 그쳤다.

그동안의 행보를 미뤄보면 한투그룹은 보험업 중에서도 생보사에 대한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더 높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는 생보사가 손보사보다 자산 규모가 커 인수 직후 곧바로 몸집을 키우는 효과를 볼 수 있는 데다가 계열사들을 동원해 자산운용 등의 협업에 있어 효용성이 더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생보사가 주력으로 판매하는 연금보험 등 저축성보험은 안정적인 현금흐름 확보 차원에서, 보장성보험은 수익성 차원에서 유리한 측면도 있다.

이에 대해 한국금융지주 관계자는 "생보사가 됐든 손보사가 됐든 업종을 확정 짓고 인수에 나선 적은 없다"며 "롯데손보나 MG손보 인수전 당시 당사의 참여 여부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으며, 현재로서는 구체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내용이 없어 부가적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밝혔다.
 
금융투자업-보험업 시너지…미래에셋·메리츠 비교해보니

금융투자업을 중심으로 영위하다가 생명보험업에 진출한 대표적인 사례로는 미래에셋그룹을 꼽을 수 있다. 미래에셋그룹은 박현주 회장이 1997년 그룹의 모태가 되는 캐피털 계열사 미래에셋벤처캐피탈을 설립한 뒤 같은 해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설립하고 1999년 미래에셋증권을 세우면서 지금의 금융투자 전문 그룹사 기틀을 만들었다.

2005년에는 SK생명을 인수해 지금의 미래에셋생명으로 이름을 바꿨다. 증권과 자산운용 등 금융투자업에 쏠려있던 그룹의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함으로써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박 회장은 생보사 인수를 통해 기존 계열사들과의 시너지를 기대했다.

실제로 미래에셋생명은 변액보험 등 투자형 보험상품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미래에셋그룹의 브랜드 파워를 활용해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웠다. 이와 함께 생보사가 고객들로부터 받은 보험료와 책임준비금을 운용해야 하는 만큼 미래에셋생명도 계열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에 일부 자산을 위탁해 굴리는 중이다.

생보사는 아니지만 금융투자 계열사와 협업을 통해 수익성을 크게 키우고 있는 곳 중에서는 메리츠금융그룹을 들 수 있다. 메리츠금융은 손보사인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 등 계열사들과 함께 기업금융(IB) 영업에 나서며 수익성 제고에 나서는 전략을 보여준다.

메리츠금융은 국내 증시에 상장된 비은행 금융지주사로서 한국금융지주와 함께 비교선상에 올려지긴 하지만, 한투그룹 전반적으로 보면 메리츠금융에 한참 밀린다. 순이익만 봐도 메리츠금융은 지난해 2조3334억원으로, 5대 금융지주의 막내인 농협금융의 2조4537억원을 넘보는 상황이다. 반면 한투그룹 순이익은 1조391억원으로 메리츠그룹 순익의 반토막도 채 되지 않는다. 이 마저도 한투증권에 대한 의존도가 107%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는 상태다.

윤소정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한국금융지주는 주력 자회사인 한투증권의 자산 내 비중과 이익기여도가 절대적으로 커 포트폴리오 다각화 수준이 미흡하다"며 "한투증권 외의 주요 자회사로는 캐피털·저축은행·신탁·운용 등이 있어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진행하고 있지만, 자회사들의 실적 저하로 한투증권의 이익 내 기여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임초롱 기자 twinkle@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