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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경그룹, 제주항공 대신 ‘모체’ 애경산업 파는 이유는
애경그룹이 그룹의 모체인 애경산업을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내놓은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시장에서는 제주항공의 경우 제주시의 지분 관계가 얽혀있고, 인수자 입장에서도 리스부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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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경그룹이 그룹의 모체인 애경산업을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내놓은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시장에서는 제주항공의 경우 제주시의 지분 관계가 얽혀있고, 인수자 입장에서도 리스부채나 라이선스 획득 부담 등으로 매각 난도가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애경산업은 비교적 쉽게 원매자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애경그룹은 애경산업 매각을 위해 잠재적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티저레터(TM)를 배포하고 있다. 매각 주관은 삼정KPMG가 맡았다.
매각 추진 대상은 경영권 지분 약 63% 규모다. 애경산업은 생활용품 브랜드 ‘케라시스’, ‘2080’, 화장품 브랜드 ‘루나’, ‘에이지투웨니스’ 등을 보유한 뷰티·생활용품 기업으로, 그룹의 모태사업이기도 하다.
시장에서는 애경그룹이 그룹의 모태를 매각 물망에 올렸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애경그룹은 애경산업 외에도 제주항공, 애경케미칼 등 핵심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애경케미칼의 경우 화학 업황 악화로 매수자를 찾기 힘들 것으로 관측되더라도 항공사 매물의 경우 꾸준히 원매자가 있는 업종이다.
지난해 대명소노그룹의 소노인터내셔널이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 지분을 잇달아 인수했고, 아시아나항공 화물기사업부를 인수하는 에어인천 컨소시엄에 현대글로비스가 출자하는 등 투자가 활발히 이뤄졌다. 법정관리 절차를 밟았던 플라이강원(현 파라타항공)과 하이에어(현 체리에어)도 새 주인을 맞았다.
그럼에도 항공업은 특성상 새 인수자는 항공운항증명(AOC)을 재발급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AOC는 항공운송사업 운항을 허가하는 증명으로, 최대주주 변경 같은 중대한 변화가 발생하는 경우도 재취득 사유에 해당한다. 안전운항증명을 재취득하고 항공기를 재도입해 띄우기까지는 수 개월이 걸릴 수 있다. 또 새 주인은 항공사업법상 결격사유가 없는지 국토교통부의 대주주 심사도 통과해야 하기에 딜클로징(거래종결)까지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항공사는 항공기와 기자재를 리스할 때 달러로 비용을 내는데, 최근 환율이 크게 오른 상황에서 대규모 외화 리스부채를 져야 한다는 점도 인수자로선 부담 요소다. 제주항공의 지난해 유동성리스부채와 장기리스부채만 각각 1231억원, 3188억원에 이른다.
매도에 나선 애경그룹 입장에서 주주 구성에 제주특별자치도가 있는 점도 제주항공 매각에 부담 요소로 작용한다. 단순한 기업 매각이 아니라 지역 경제, 항공산업 특성 등이 얽혀 있어 매각이 쉽지 않다는 의미다. 제주항공은 2005년 애경그룹과 제주시가 공동출자한 지역항공사다. 제주도는 제주항공 주식 8064만주 가운데 256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지분율은 3.18% 수준이다. 원매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제주항공의 매각은 난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반면 애경산업의 매각은 수월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최근 뷰티 기업이 글로벌 시장의 K뷰티 열풍으로 각광받으며 높은 멀티플이 가능한 우호적인 환경에 있다. 애경산업의 매각가는 6000억원 수준이 거론되고 있다. 전거래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인 4136억원 대비 45% 높은 수치다. 지난해 상각전영업이익(629억원) 대비로는 약 10배의 멀티플이 붙었다.
IB 업계 관계자는 “애경그룹에서 사실상 매각할 정도로 매력있는 매물이 많지 않다”며 “애경산업과 제주항공 정도인데 제주항공은 항공산업 특성상 매각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애경산업의 경우 국내 전략적투자자(SI) 가운데 인수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지만 재무적투자자(FI)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매물이라 적극적으로 관심 가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애경그룹이 최근 유동성 위기로 계열사 매각 등 자산 유동화를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가 꾸준히 나왔다. 백화점·쇼핑몰 계열사인 AK플라자의 유동성 어려움이 컸던 점이 주효했다는 후문이다. AK홀딩스는 2015년 AK플라자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그룹차원에서 막대한 지원을 했다. 올 1월에는 AK플라자에 단기차입 방식으로 1000억원을 지원했고, 지난해 말에는 6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도 진행했다. 한 달 사이에 총 1600억원을 AK플라자에 지원한 셈이다.
남지연 기자 njy@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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