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분석

삼성 인수설까지 나왔던 클래시스, 풀어야 할 숙제들

Numbers_ 2025. 4. 22.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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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인수설까지 나왔던 클래시스, 풀어야 할 숙제들

K-뷰티의 대표 주자인 클래시스가 인수합병(M&A) 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해프닝으로 끝나긴 했지만, 한때 삼성 인수설까지 나올 정도로 몸값과 실적 모두 고공행진을 벌이며 스포트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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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시스 글로벌 커스터머 서밋 2025 행사장에 슈링크 유니버스 제품이 전시돼 있다. /사진=클래시스


K-뷰티의 대표 주자인 클래시스가 인수합병(M&A) 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해프닝으로 끝나긴 했지만, 한때 삼성 인수설까지 나올 정도로 몸값과 실적 모두 고공행진을 벌이며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눈에 띌 만한 설비 확충이 이뤄지지 않으며 투자처를 찾지 못한 현금이 쌓이고 있는 현실은 클래시스의 숙제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또 불어나는 수출과 함께 외상이 급격히 쌓이는 와중 미국발 관세 전쟁의 먹구름까지 드리우면서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3조 몸값' 이유 있는 'K-뷰티' 대표 주자

17일 투자금융(IB) 업계에 따르면 클래시스의 최대주주이자 글로벌 사모펀드(PE) 운용사인 베인캐피탈은 최근 지분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을 진행했다. 예비입찰에는 해외 PE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와 칼라일, 힐하우스캐피탈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클래시스는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미용 의료기기 업체다. 대표 제품은 슈링크다. 초음파 에너지를 피부 진피층에 쏴 눈썹 리프팅과 얼굴, 복부, 허벅지 피부 탄력을 높이는 의료기기다.

올해 들어서는 삼성전자가 클래시스를 사들일 수 있다는 소문까지 돌며 한층 주목을 받았다. 2012년부터 10년 넘게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이사를 맡아 온 고한승 사장이 지난해 말 삼성전자의 신사업 프로젝트를 발굴하는 미래사업기획단에 합류하면서 단초가 됐다. 이를 두고 전자와 바이오·헬스케어의 융합을 염두에 둔 인사라는 평가와 더불어 클래시스 인수 검토설이 제기됐다.

클래시스는 PE를 주인으로 맞이한 후 기업 가치가 치솟았다. 베인캐피탈은 2022년 4월 투자조합을 통해 클래시스 지분 60.8%를 손에 쥐었다. 이에 투입된 돈만 6700억원에 달했다. 그런데 이후 현재까지 3년 동안만 시가총액이 2조원 넘게 급증하며 3조원대 중반을 훌쩍 넘어섰다. 케인캐피탈에 인수되기 직전인 2022년 3월 말 종가 기준 1조4510억원이었던 클래시스의 시총은 지난달 말 3조6945억원으로 154.6%(2조2435억원) 늘었다.

그만큼 실적이 눈부셨다. 베인캐피탈이 등장하기 전과 비교하면 이익과 매출이 2배 이상 뛰었다. 클래시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224억원으로 베인캐피탈이 경영권을 갖기 직전이었던 2021년 대비 136.8% 증가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975억원으로, 매출도 2429억원으로 같은 기간 각각 122.6%와 141.5%씩 늘었다.

특히 M&A 거래에서 핵심 잣대로 쓰이는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이 1296억원으로 139.1%나 늘었다. EBITDA는 기업의 영업 활동에서 발생하는 현금 창출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비슷한 업종의 다른 회사들의 몸값이 EBITDA 대비 몇 배 정도인지를 살펴보며 기업 가치를 평가하게 된다.

미래 둘러싼 고민 와중 트럼프發 '먹구름'

이렇게 장밋빛 해석으로 가득한 클래시스지만, 속사정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신경 쓰이는 구석이 없는 건 아니다. 우선 설비투자(CAPEX)가 지지부진해진 현실은 눈여겨볼 만한 부분이다. CAPEX는 미래의 이윤 창출과 가치의 취득을 위해 지출된 유형자산 투자 과정에서의 비용이다.

클래시스의 최근 CAPEX는 2023년 45억원, 지난해 41억원에 그쳤다. 이 기간 연 매출이 2000억원 안팎이었던 걸 고려하면 이중 시설을 늘리는 데 쓴 비용은 2%가량에 그친 셈이다. 그 직전까지만 해도 클래시스는 CAPEX로만 연간 수백억원을 지출했다. 생산시설을 추가로 확보하는 등 CAPEX가 2021년 326억원, 2022년 275억원을 기록했다.

이처럼 돈은 잘 버는데 설비에 대한 투자가 적다 보니 금고에 현금은 쌓이고 있다. 안정적인 자산이 충분하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사업 확장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남는 지점이다. 미래 먹거리와 성장을 위해 쓰이지 못하고 갈 곳을 잃은 현금이 많다는 얘기일 수 있어서다.

실제로 클래시스의 지난해 말 당좌자산은 2042억원으로 3년 새 260.8% 증가했다. 현금과 현금성 자산이 227억원이고, 단기금융상품에도 1353억원에 이르는 돈을 넣어두고 있다. 당좌자산은 이 같이 상품 판매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1년 안에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을 일컫는 표현이다.

외상값이 크게 확대된 매출 구조도 과거와는 사뭇 달라진 현주소다. 이런 배경에는 부쩍 파이가 커진 수출의 영향이 자리하고 있다. 해외에서의 실적이 늘면서, 매출로 전환되기까지 상대적으로 오랜 시간이 걸리는 판매가 잦아지고 있다는 해석이다.

클래시스의 매출채권은 지난해 말 369억원으로 2021년 말 대비 2070.6% 폭증했다. 매출채권은 기업이 상품을 판매하고 고객에게서 아직 받지 못한 대금이다. 이 기간 클래시스의 수출은 1638억원으로 133.3% 증가했다.

이 가운데 불거진 미국의 고강도 관세 정책은 클래시스의 M&A는 물론 향후 경영 행보에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 연설에서 반도체와 철강 등 주요 품목과 함께 외국 의약품에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의약품 관세가 시작되면 의료기기도 자유롭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가뜩이나 클래시스는 지난해부터 세계 최대 미용 의료기기 시장인 미국 현지 진출에 가속페달을 밟은 상황이다. 클래시스는 지난해 10월 미국에 고주파 기기 에버레스를 내놨고, 올해부터 본격적인 매출 발생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IB 업계 관계자는 "클래시스가 속한 의료기기 업계는 미국 관세 정책의 직접 사정권에 놓인 주요 업종"이라며 "장기적으로는 리스크가 해소되며 성장을 이어갈 수 있겠지만, 당장 올해 M&A에는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