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분석

카카오엔터, 공격적 인수 효과 있었지만…숨은 '아킬레스건'

Numbers_ 2025. 4. 22.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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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엔터, 공격적 인수 효과 있었지만…숨은 '아킬레스건'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공격적인 기업 인수 이후 명과 암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미래 성장성에 대한 가치 평가가 신통치 않아 당장은 회계적 손실을 떠안았지만, 그래도 실적 증대와 실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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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한 넷플릭스 시리즈 '악연'과 MBC 드라마 '바니와 오빠들' /사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공격적인 기업 인수 이후 명과 암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미래 성장성에 대한 가치 평가가 신통치 않아 당장은 회계적 손실을 떠안았지만, 그래도 실적 증대와 실질적인 현금 창출력 개선 효과는 분명히 확인됐다.

다만 인수전에서 소모한 자금 규모를 고려하면 만족하기 힘든 성적인 만큼, 현재 기업 가치는 가장 최근 투자를 받을 때 책정됐던 11조원에 미치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카카오엔터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 1조8128억원, 영업이익 80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3.2%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6.4% 증가했다. 카카오페이지 시절이었던 2020년까지만 해도 매출액은 3591억원이었다. 4년 만에 5배나 늘은 셈이다.

하지만 순이익 규모만 보면 역성장하고 있다. 2021년까지만 해도 순이익 298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듬해인 2022년과 2023년 각각 순손실 6298억원, 1조223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259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연결 실적 추이.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카카오엔터의 몸집이 큰 것과 반대로 순손실이 수천억원을 기록하고 있는 이유는 인수한 기업에 대해 대규모 손상차손을 반영한 탓이다. 카카오엔터의 지난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누적 영업권 취득원가 3조1011억원 중 2조8511억원을 손상차손으로 인식했다. 2023년과 지난해 각각 9245억원, 1889억원의 무형자산 영업권 손상을 반영했다.

영업권 손상은 장부가액이 회수가능 금액보다 클 경우 그 차이를 손실로 인식하는 것이다. 취득원가 중 대부분을 손상으로 털어내면서 올해는 순이익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수조원을 들여 인수한 기업들의 연결 실적 증대 효과는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엔터의 2020년 연결 기준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은 585억원이다. EBITDA는 영업이익에 감가상각비를 더한 값으로 실질적인 현금 창출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대규모 투자에 나섰을 때마다 EBITDA는 상승세를 보였다. 카카오엔터는 2021년 5월 미국 웹소설 플랫폼인 래디쉬와 미국 웹툰 플랫폼 타파스 인수에 약 1조1000억원을 들였다. 인수 후인 2021년 카카오엔터의 EBITDA는 1167억원을 기록했다. 2023년 3월에는 SM엔터테인먼트 지분 19.13%를 인수하는 데 6250억원을 썼다. SM엔터 인수 효과를 보며 2023년 EBITDA는 1747억원으로 다시 한 번 점프했다. 지난해 EBITDA는 1806억원이다.

결과적으로 인수 효과가 분명히 나타나긴 했지만, 투입한 자금 규모를 고려하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이기도 하다. 래디쉬와 타파스, SM엔터를 품에 안은 후 발생한 에비타 상승 효과는 약 1200억원 수준이다. 그리고 이들을 사들이며 투입한 돈은 1조7250억원이다. 별다른 성장 없이 지금의 흐름을 유지한다면 수익을 통한 투자금 회수까지는 10년이 넘게 걸릴 수 있다는 얘기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EBITDA 추이.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카카오는 카카오엔터 지분 매각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카카오는 카카오엔터 주주들과 성장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공시했다.

2023년 2월 카카오엔터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인 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PIF)와 싱가포르투자청(GIC)에게 1조154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당시 기업가치는 11조3000억원으로 평가받았다. 현재 시장에서 거론되는 카카오엔터의 기업가치도 11조원 수준이다. 하지만 고평가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통상 M&A 시장에서 기업가치를 산정할 때 'EV/EBITDA(에비타 멀티플)'를 활용한다. EV/EBITDA는 기업가치(Enterprise Value·EV)를 에비타로 나눈 값이다. 해당 계산법을 활용하면 시장에서 거론되는 카카오엔터 기업가치의 에비타 멀티플은 60.91배가 나온다.

카카오엔터가 영위하는 사업은 크게 광고, 음악 제작, 웹툰, 연예 매니지먼트 등이다. 국내 기업에서 가장 유사한 사업을 영위하는 곳은 하이브다. 하이브의 지난해 말 에비타 멀티플은 24.1배다. 하이브가 2020년 상장할 때 적용한 에비타 멀티플 배수는 42.36배다. 당시 비교기업으로 JYP엔터엔인먼트(23.00배)와 YG엔터테인먼트(42.94배), YG플러스(63.25배), 네이버(33.26배), 카카오(49.37배) 등을 선정했는데 지난해 말 기준 이들의 평균 에비타 멀티플은 25.41배다. 만약 하이브까지 포함하면 6곳의 평균 에비타 멀티플은 25.2배다. 카카오엔터에 이들의 에비타 멀티플 배수를 적용하면 기업가치는 4조5505억원으로 추산된다.

증권가도 카카오엔터의 기업가치가 11조원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봤다. 김진구 키움증권 연구원은 카카오엔터의 기업가치를 5조9847억원으로 평가했다. 카카오가 보유한 카카오엔터의 지분 66.03%의 가치는 3조9517억원으로 봤다.

유한새 기자 sae@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