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spective

[박종면칼럼] 비정한 포스코 이사회의 다음 선택은

Numbers_ 2024. 1. 9. 07:19
최정우회장 쫓겨난 것처럼 돼 포스코 내부 '충격'
권영수 전 LG 부회장 기회주어진다면 봉사 의지

 

창사 이래 처음 3연임에 도전했던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의 꿈은 물거품이 됐습니다. 전원 포스코홀딩스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회장 후보 추천위원회가 지원서를 낸 내부 후보들 가운데 평판 조회 대상자로 뽑은 8명에서 최정우 회장이 빠졌습니다. 포스코 지분 6.71%를 갖는 국민연금공단 김태현 이사장이 “회장 선임은 내·외부인 차별 없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한 게 1차 원인입니다.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 발언에 “투명하고 공정하게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진행할 것이며, 최정우 회장이 3연임을 위해 지원한다면 그건 개인의 자유”일 뿐이라고 일축했던 회장 후보 추천위는 이를 실행에 옮겨 최 회장을 제외해 버렸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사회는 최 회장과 어떤 상의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회장 후보 선임의 공정성을 위한 것이라지만 비정하고 냉혹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2018년 취임 이래 최정우 회장과 포스코 이사회는 ‘공동경영’을 했다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기간 포스코그룹은 미래가 보이지 않던 철강기업에서 이차전지 소재와 친환경 기업으로 탈바꿈했습니다. 그룹 시가총액은 100조원에 육박할 만큼 주가도 급등했습니다. 포스코 이사회는 이런 성과를 낸 최 회장을 높이 평가했고 국민연금의 개입이 없었다면 3연임도 가능했다는 후문입니다.

 

그러나 국민연금이 최 회장 3연임에 강하게 반대하고 포스코 출신 인사보다 외부 인사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비치면서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특히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이 최정우 회장 재임 중 선임된 사외이사들에 불신임을 표하고 KT처럼 이사회를 재구성해야 한다는 식으로 발언하면서 포스코홀딩스 이사회는 겉으로는 큰소리를 쳤지만 실상 크게 흔들린 것으로 보입니다.

 

포스코 안팎에서는 최 회장 퇴진이 불가피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최 회장 스스로 모양새를 갖춰 물러나는 방식이 아니라 마치 쫓겨나는 것처럼 된 것에 안타까움을 표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대선비정(大善非情), 큰일을 하려면 비정할 수밖에 없다고 해도 재계 서열 5위의 포스코그룹 회장이 이런 식으로 퇴진해서야 되겠냐는 것입니다. 물론 최정우 회장의 자업자득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후임 회장을 선임하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윤석열 정부와 국민연금의 입장입니다. 애초부터 최 회장 퇴진이 최종 목표가 아니었던 만큼 그의 퇴진으로 이번 사태가 끝난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총선을 앞두고 낙하산 인사에 대한 부정 여론 등을 감안하면 계속해서 외부 인사를 무리하게 밀어붙이기도 쉽지 않습니다. 여러 변수가 물려있습니다.

 

최 회장은 재임 기간 중 포스코홀딩스가 ‘개미가 가장 사랑한 주식’이 될 정도로 큰 성과를 냈지만 3연임에 실패했습니다. 이에 반해 지배구조가 비슷한 KT&G의 백복인 사장은 재임 기간 중 회사 주가가 코스피 평균 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했는데도 4연임에 도전 중입니다. 더욱이 KT&G는 국민연금이 포스코와 비슷한 6.31%의 주식을 갖고, 정부가 주인인 기업은행이 6.93%로 1대 주주입니다. 그런데도 국민연금은 KT&G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않습니다. KT&G 백복인 사장과 그를 지지하는 이사회가 철옹성을 구축했기 때문입니다. 과거 검찰과 경찰, 기획재정부 등이 여러 방식으로 ‘KT&G 왕국’을 무너뜨리려 나섰지만 모두 실패했습니다. 내부가 단단하면 어떤 권력도 넘보지 못한다는 진리를 KT&G 백복인 사장과 그 이사회가 보여줍니다. 지금 KT&G는 정치권력도 넘보지 못하는 강자가 됐습니다. 

 

포스코 차기 회장 후보로 현재까지 드러난 외부 인사는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정도여서 오는 17일 ‘내·외부 롱리스트’가 최종 확정돼야 더 알 수 있습니다. 권영수 전 LG 부회장은 외부 출신이라는 단점은 있지만 경영역량이나 2차 전지에 대한 산업 전문성, 글로벌 역량, 리더십과 윤리성 등 자격요건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정계 경제계 문화계 등 두루두루 인간관계도 탁월합니다.

 

게다가 권영수 전 부회장 본인도 마지막 봉사의 자세로 기회가 주어진다면 국민기업 포스코를 ‘위대한 기업’으로 만들어 보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는 관료나 정치인 출신의 외부 인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자격을 갖췄습니다. 하지만 KT 김영섭 회장의 경우처럼 어떤 숨은 인물이 막판에 또 등장할지 아직 모르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합니다.

 

외부도 변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최종 후보를 결정할 포스코홀딩스 이사회와 회장 후보 추천위의 입장입니다. 이 시점에서 포스코홀딩스 이사회는 KT&G 이사회를 벤치마킹해야 합니다. 포스코는 주주구성에서도 국민연금 지분만 겨우 6.71%에 불과해 경영 독립성을 지키는 데 KT&G 보다 훨씬 유리합니다.

 

이런저런 압박도 이겨내야 하고 20~30명의 내·외부 후보 가운데 최적의 사람을 고르는 일이 쉽지 않겠지만 참고할만한 기본원칙은 있습니다. 사외이사들 대부분이 알고 있는, 이제는 고전이 된 경영학의 구루 짐 콜린스가 ‘굿 투 그레이트’(Good to Great)에서 지적한 내용입니다. CEO 인선에서

불변의 진리입니다. 

 

“비길 데 없는 겸손함을 보이며 대중 앞에 나서 떠벌리지 않는다. 자신이 아니라 회사를 위한 야망을 품는다. 후계자들이 더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는 기틀을 만들어 준다. 전설적인 명망가형 리더보

다 쟁기 끄는 말처럼 일꾼형의 근면한 리더가 낫다.” 

 

대선비정(大善非情)의 입장에서 현직인 최정우 회장을 날려버린 포스코홀딩스 이사회의 다음 선택이 궁금합니다.

 
 

박종면 발행인 myun041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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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면칼럼] 비정한 포스코 이사회의 다음 선택은

최정우회장 쫓겨난 것처럼 돼 포스코 내부 '충격'권영수 전 LG 부회장 기회주어진다면 봉사 의지창사 이래 처음 3연임에 도전했던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의 꿈은 물거품이 됐습니다. 전원 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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