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분석

DB하이텍, ‘공격 투자’ 약속했는데…영업이익 65% 뚝

Numbers_ 2024. 2. 6.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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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하이텍, ‘공격 투자’ 약속했는데…영업이익 65% 뚝

최근 수년간 성장해 온 DB하이텍이 2023년 경기침체로 실적 직격탄을 맞았다. 고객사가 재고조정에 나선 탓에 8인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DB하이텍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시에 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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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하이텍 사옥 전경. (사진=DB하이텍)


최근 수년간 성장해 온 DB하이텍이 2023년 경기침체로 실적 직격탄을 맞았다. 고객사가 재고조정에 나선 탓에 8인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DB하이텍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시에 급감했다. DB하이텍은 올해 더한 실적 부진을 예상하면서도 12인치 파운드리 사업 진출을 위해 투자를 지속할 방침이다.

DB하이텍은 2023년 연결 누적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1조1578억원, 2663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5일 공시했다. 전년 동기대비 매출은 30.89%, 영업이익은 65.36%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56.2% 감소한 2448억원을 기록했다.

이번 실적 부진은 고객사의 재고 소진과 판가인하 압력이 원인이 됐다. 2023년 4분기부터 가전과 통신을 중심으로 수요와 매출이 회복됐지만 4분기 판가가 3분기대비 약 10% 하락하면서 실적이 위축됐다. 올해 파운드리 시장이 약 22% 회복되고 이 중 8인치 파운드리가 7%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투자 등의 영향으로 전체 매출은 10%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표=DB하이텍 IR자료

 

중국 발 '판가인하 압력' 위기…12인치 전환 예고

 

DB하이텍은 2018년 이후 매년 매출과 영업이익이 증가를 거듭했다. 2018년 연결기준 매출 6693억원을 시작으로 2019년 8074억원, 2020년 9359억원, 2021년 1조2147억원을 기록하며 1조원을 넘겼다. 2022년 1조6753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성장세를 이어온 DB하이텍은 지난해에 들어서며 실적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경기 침체로 고객사들이 주문을 줄이고 중국 업체들을 중심으로 경쟁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중국이 공격적으로 8인치 팹 확장에 나서며 한국, 대만의 기존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악화됐다.

이에 DB하이텍은 ‘소품종 다량생산’에 적합해 수익성이 높은 12인치 파운드리 전환을 선언한 상태다. 그간 보수적인 투자 전략을 취했던 DB하이텍은 12인치, 차세대 전력 반도체 등 신사업을 육성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최창식 DB하이텍 대표는 2023년 정기 주주총회에서 △12인치 웨이퍼 기반 파운드리 사업(2조5000억원) △SiC(실리콘카바이드) 기반 전력반도체 사업(8000억원) 등 총 3조3000억원을 투입한다고 설명했다. 

 

외부 차입 불가피…경영혁신안 속도


다만 예정된 투자를 진행하기 위해선 외부 차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2인치 전환을 위해선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야 하지만 DB하이텍은 실적이 악화되면서 현금흐름이 위축됐다. DB하이텍을 지배하는 DB그룹 지주사 DB도 당장 현금화 가능한 자산이 1000억원 미만이다.

DB하이텍이 현재 갖고 있는 현금성 자산도 예정된 투자에 비해선 부족하다. DB하이텍이 단시간 내 현금화할 수 있는 자금(현금 및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기타금융자산)은 2023년 3분기 기준 7739억원이다. 다행인 점은 그간 차입을 조달하지 않아 부채 상태가 건전하다는 것이다. DB하이텍의 2023년 3분기 기준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는 각각 17.9%, 4.6%로 사실상 빚이 없는 기업에 속한다.

향후 DB하이텍은 고부가 중심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경영혁신 계획안을 중심으로 주주들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계획이다.

DB하이텍은 2023년 12월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고 순이익의 30% 이상을 주주에게 환원하는 내용이 담긴 경영혁신 계획안을 발표했다. DB하이텍은 이번 IR 자료에도 배당성향을 종전 10%에서 최대 20% 확대하고 IR활동을 정례화 하는 등 주주환원 정책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DB하이텍 관계자는 “경기침체로 인한 전방산업 수요 부진으로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 회복이 지연됐다”며 “전력반도체 기술 격차를 지속 확대하고 차량용 비중을 높여 차세대 전력 반도체로 주목받는 GaN(갈륨나이트라이드)·SiC등 고부가·고성장 제품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윤아름 기자 arumi@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