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분석

'분리매각' 화두 에어부산, 아시아나 없이 생존 가능할까

Numbers_ 2024. 2. 2.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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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매각' 화두 에어부산, 아시아나 없이 생존 가능할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이 진행 중인 가운데 아시아나항공 계열사 에어부산의 분리매각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해국제공항을 허브로 삼은 유일한 저비용항공사(LCC)이면서 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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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이 진행 중인 가운데 아시아나항공 계열사 에어부산의 분리매각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해국제공항을 허브로 삼은 유일한 저비용항공사(LCC)이면서 지역 항공사인 만큼 부산 지역 기반 기업들의 관심이 뜨겁다. 다만 에어부산의 아시아나항공 의존도가 높고 대한항공·아시아나 인수합병(M&A) 장기화로 재무 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분리매각 후에도 자립이 가능할지 여부에는 의문부호가 남았다.

 

‘백기사’ 아시아나항공…부산 지역사회 ‘분리매각’ 요청

 

에어부산은 2008년 부산광역시와 아시아나항공, 주변 지역 기업들이 공동 출자해 설립된 지역 항공사다. 부산시와 아시아나항공의 지원아래 2012년 국내 LCC 업체 가운데 가장 먼저 누적 결손을 해소했고 2018년 코스피 시장 상장에 성공했다. 하지만 다음해 발생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이익잉여금이 빠르게 감소했다. 2019년말 580억원의 이익잉여금을 보유했으나 결손금은 2020년말 727억원을 시작으로 2021년말 3382억원, 2022년말 4920억원으로 불어났다.
 


팬데믹 기간에 에어부산의 백기사로 나선 것은 아시아나항공이다. 아시아나항공은 2020년 에어부산의 836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300억원을 투입한 데 이어 2021년 2271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1000억원을 지원했다. 에어부산이 자본잠식 위기에 처한 2022년에도 1339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545억원을 출자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에어부산이 네 차례에 걸쳐 발행한 총 1200억원 규모 전환사채도 모두 인수했다. 또 에어부산이 운용 중인 아시아나항공 리스 여객기의 이자율은 연 4.71%로 타 항공기 리스사 연 이자율(최소 4.71%에서 최대 7.85%)에 비해 낮다.

한진그룹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결합을 마무리하면 산하 자회사인 LCC 3사의 통합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자회사 진에어를 중심으로 아시아나항공 산하의 에어부산·에어서울을 통합할 계획이다.

하지만 부산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에어부산의 별도 분리를 주장하는 여론이 나오고 있다. 부산시와 부산상공회의소는 지난달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인 한국산업은행에 에어부산 분리매각을 공식 요청했다. 당초 산은은 ‘분리매각은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으나 ‘EU의 기업결합 심사 이후 그 결과에 따라 부산과 분리매각 논의를 시작해 볼 수 있다’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독립 가능성 ‘경영·재무 개선’ 여부에 달려

 

 

에어부산의 독립 가능성은 인수 자금 마련과 독립 후 운영에 달렸다. 현재 에어부산의 최대 주주는 아시아나항공으로 41.8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어 동일(3.3%), 서원홀딩스(3.1%), 부산시(2.91%), 아이에스동서(2.7%), 부산은행(2.5%), 세운철강(1%), 부산롯데호텔(0.5%), 윈스틸(0.1%) 등 부산지역 기업들이 지분을 나눠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약 2000억원에 달하는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전량 사들여 동일을 최대주주로 올린다는 계획이다. 매각 자금 마련을 위한 시민공모주 발행도 검토하고 있으나 2000억원의 자금을 끌어올 수 있을지는 의문이 제기된다. 또 인수 추진 부산 향토 기업 가운데 항공 관련 기업이 없어 업계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운영 역시 쉽지 않을 전망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해외 기업 결합 심사 기간이 길어지면서 에어부산의 경영 상황은 나빠진 상태다. 최근 2년간 이뤄진 국토교통부의 국제선 운수권 배분 과정에서 사실상 배제됐고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임직원 임금 동결로 350명 이상이 회사를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에어부산은 설 연휴를 앞두고 20여 편에 가까운 증편을 하려했으나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이를 취소했다.

여기에 영구채 상환이 늦어지면서 갚아야 할 이자가 늘어 재무적 부담도 안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에어부산이 부담하는 연간 영구채 이자는 113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1250억원)의 9%에 달하는 수준이다. 부채비율도 2023년 3분기말 기준 646.6%로 LCC 업계 평균 620%에 비해 높다. 인력 충원, 기재 도입 등 투자에 나선다면 재무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여이레 기자 gore@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