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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거래소가 기업들에 적극적으로 공시를 요구하는 등 주식시장에서의 역할이 밸류업 프로그램 시행에서 중요합니다."
조슈아 크랩 로베코자산운용 아시아태평양 주식운용 대표는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 FKI타워에서 '하반기 글로벌 주식시장 전망' 기자간담회를 열고 외국계 자산운용사로서 한국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크랩 대표는 우선 "전반적 규제 환경, 증권법 등에 관한 것도 밸류업 프로그램 시행에 도움되겠지만, 구조조정을 필요로 하는 기업의 경우 세제혜택도 중요할 것"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현상에 대해 모두가 알고 있지만 최근 한국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을 하는 것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자사주 소각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금융 업종 기업들이 강력한 주주환원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외국에서 바라보는 한국의 밸류업 프로그램이 신뢰도가 낮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 "양치기 소년 이야기에서도 결국 사람들이 믿지 않아서 양들이 늑대에게 잡아먹혔다"며 "한국에서는 기업들의 주주환원책이 단순히 공염불에서 그치지 않고 문서를 통해 주주환원에 대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 기업 주가가 저평가되는 원인에 대해서는 "기업이 주주에게 이익이 되는 방식으로 운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주주는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밸류업에서) 제일 중요한 주체는 기업의 경영진, 이사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로베코자산운용이 투입한 일본 자산 비중을 한국으로 옮기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의 밸류업 프로그램이 성공하면서 일본에 투입된 자금을 회수해 향후 증시 전망이 좋은 한국으로 재배치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며 "한국의 개별 기업 종목까지 언급하기는 어렵지만 투자비중을 시가총액 비중 이상으로 유지하는 초과 비중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글로벌 거시경제 전망에 관해서는 "앞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자금이) 신재생에너지나 이차전지와 같은 영역에서 더 많아질 것"이라며 "아시아 국가들이 제조하는 분야로 수혜를 예상해 볼 수 있다"고 했다.
국가별로 보면 일본,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을 좋은 투자처로 꼽았다. 크랩 대표는 일본의 경우 여전히 가계 금융자산에서 현금 비중이 54%에 달해 미국(13%), 유럽(35.5%) 등 다른 선진국 시장보다 큰 만큼 앞으로 주식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봤다.
중국은 최근 10년 가운데 주식 시장이 가장 저렴한 수준인 점을, 아세안 국가는 공급망 다각화에 따라 내수 경기가 성장 중인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인도 주식시장에 접근할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MSCI) 인도 지수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지난 4월 말 기준 22.7배로 역사적 고점 수준이기 때문이다.
크랩 대표는 "인도의 경우 긍정적 요인들이 이미 밸류에이션과 포지셔닝에 반영됐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로베코자산운용은 지난 1929년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본사를 두고 설립됐으며 현재 전 세계 16개 사무소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1분기 말 기준 로베코자산운용은 290조520억원 자산을 운용중이다. 2017년 12월에는 글로벌 자산운용사 중 최초로 한국 스튜어드십 코드에 참여하기도 했다.
임초롱 기자 twinkle@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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