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꼽히는 두산로보틱스가 기관투자가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성공한 가운데 남은 공모 일정도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장밋빛 전망으로 희망 공모가를 산정해 몸값 고평가 논란이 불거졌던 만큼 투자자들에게 기업가치의 적정성을 설득할 수 있을지가 관전포인트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두산로보틱스 이달 21일부터 22일까지 양일간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청약을 진행한다. 대표 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으로 상장 예정일은 10월 5일이다.
최종 공모가는 2만 6000원으로 희망 공모가 밴드(2만 1000원~2만 6000원) 최상단으로 확정했다. 9월 11일~15일 5일간 기관투자가 수요예측을 진행한 결과 국내외 총 1920개사가 참여해 27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총 공모주식수 1620만주에 따른 공모 금액은 4212억원이며 상장 후 시가총액은 약 1조 6853억원으로 추산된다. 두산로보틱스는 이번 기업공개(IPO)를 통해 확보한 공모자금을 단기차입금 상환과 기술기업 지분 인수, 연구개발 및 공장 신설 등 시설투자 자금 등에 활용할 예정이다.
2015년 출범한 두산로보틱스는 두산 계열의 로봇 제조 전문업체로 무인카페 운영 로봇 등 협동 로봇이 주력 제품이다. 협동 로봇은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작업하며 물리적으로 사람과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두산로보틱스는 지난해 매출액 450억원, 영업손실 132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매출액 237억원에 영업손실이 99억원에 달했다.
두산로보틱스 ‘1.7조’ 밸류 어떻게 나왔나
두산로보틱스가 영업 적자 상태를 이어오고 있는 탓에 몸값 고평가 논란에 시달린 가운데 업계는 두산로보틱스의 공모가 산출 과정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당초 두산로보틱스의 희망 공모가 밴드는 상장된 유사 회사를 이용한 상대가치 평가법(PER)를 활용해 산출됐다. 비교기업은 사업, 재무, 일반 유사성 검토 과정을 거친 삼익THK, 라온테크, 화낙(Fanuc), 야스카와 전기(Yaskawa Electric) 등 총 4개 회사다.
2023년 반기 연 환산 실적을 기준으로 한 PER는 △삼익THK 46.14 △라온테크 50.16 △화낙(Fanuc) 28.46 △야스카와 전기(Yaskawa Electric) 28.48 등이다. 두산로보틱스의 적용 PER는 이들의 평균 PER인 38.31배다.
대표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밸류에이션 책정을 위해 두산로보틱스의 2026년 추정 당기순이익(942억원)을 활용했다. 실현 가능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추정 당기순이익에 연 15% 수준의 할인율도 적용했다.
이에 따른 2025년 추정 당기순이익의 현재 가치는 577억원 수준이다. 이를 적용 주식 수(6481만 9980주)로 나누면 적용 주당 순이익은 891원이다. 여기에 PER(38.31배)를 적용하면 주당평가가액은 3만4136원이 나온다.
주당평가가액에 대표 주관사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추정한 적정 할인율 38.5~23.8%를 적용하면 공모가 밴드가 2만 1000원~2만 6000원이 산출된다. 최근 5개년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업의 평가액 대비 할인율 평균이 36.36~23.14%인 점을 감안하면 소폭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 상장 예정 주식수(6481만 9980주)를 적용하면 두산로보틱스의 몸값은 1조 6853억원으로 추산된다.
몸값 선정 과정 적절했나
두산로보틱스가 공모가 고평가 논란에 시달린 만큼 가격 산출 과정도 유의해야 할 전망이다. 공모가를 산정 과정에서 멀티플을 산출했던 비교기업의 재무 상황이 두산로보틱스와 다소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공모가 산출 과정에서 비교기업으로 선정된 기업들은 모두 지난해 영업손실(-132억원)과 순손실(-125억원)을 기록한 두산로보틱스와 달리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비교기업으로 선정된 △삼익THK △화낙(Fanuc)△야스카와 전기(Yaskawa Electric) 등은 지난해 각각 166억원, 1조 5596억원, 4734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공모가 산출 과정에서 비교기업으로 선정된 기업들은 모두 지난해 영업손실(-132억원)과 순손실(-125억원)을 기록한 두산로보틱스와 달리 흑자를 기록했다.
두산로보틱스는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이 99억원으로 순손실이 93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이들 기업보다 높은 멀티플이 적용됐다. PER의 경우 화낙(Fanuc)이 28.46, 야스카와 전기(Yaskawa Electric)가 28.48이다. 두산로보틱스의 적용 PER는 38.31배에 달한다.
두산로보틱스의 현금창출능력을 엿볼 수 있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94억원으로 현재로선 영업 활동을 통해 현금 흐름을 만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두산로보틱스가 공모가 산출 과정서 제시한 2026년 추정 순이익 942억원도 장밋빛 전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두산로보틱스 측은 내년부터 흑자 전환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류정훈 대표는 지난 14일 IPO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 시장 선점을 위한 선제적 투자를 많이 했다”며 “내년 판매가 늘면서 고정비 부담이 줄면 손익분기점을 넘어설 것이다”고 내다봤다. 증권신고서를 통해서도 내년 영업이익률 전망치를 3.2%로 제시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하고 2026년에는 이익률이 24.3%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오버행 우려 적어
두산로보틱스의 상장 직후 유통 가능 물량은 24.77%(1605만3986주)로 오버행(대규모 매도 대기 물량) 가능성은 없을 전망이다. 최대주주는 ㈜두산으로 지분 90.9%를 보유 중이고, 공모 후에는 지분율이 68.19%로 줄어든다.
다만 일부 임원 등이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을 가지고 있는 점을 유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양도제한조건부주식은 일정 조건에 충족되는 임직원에게 주식을 부여하는 것으로, 스톡옵션의 단점을 보완한 직원 보상 제도다.
두산로보틱스는 2022년과 올해 두 차례에 걸쳐 핵심 인력들에게 RSU를 부여했으나 지난 7월 상장한 반도체 기업 파두(5.33%) 등에 비하면 적은 편이다.
증권신고서 제출일 기준 현재 지급되지 않은 RSU는 총 10만 8440주에 달한다. 이는 상장예정주식수(6481만 9980주)의 0.16% 수준이다. 두 차례 부여된 RSU의 지급예정일은 각각 2025년 2월 25일, 2026년 2월 25일이다.
상장 이후 동 양도제한조건부주식이 지급될 경우 최대 주주 지분율의 감소에 이어 이물량이 유통 될 수 있어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이밖에 주식매수선택권, 전환사채 및 신주인수권부사채 등은 보유하고 있지 않다.
남지연 기자 njy@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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