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분석

[강소기업 줌인] 아스트, 재무 정상화 '성큼'…'턴어라운드' 넘본다

Numbers_ 2025. 1. 15.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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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기업 줌인] 아스트, 재무 정상화 '성큼'…'턴어라운드' 넘본다

항공기 정밀구조물 제조기업 아스트가 최근 400억원 규모의 공모 신주인수권부사채(BW) 잔여물량을 모두 상환했다. 지난해 주요 재무건전성 지표가 일제히 개선된 상황에서 남은 재무적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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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아스트


항공기 정밀구조물 제조기업 아스트가 최근 400억원 규모의 공모 신주인수권부사채(BW) 잔여물량을 모두 상환했다. 지난해 주요 재무건전성 지표가 일제히 개선된 상황에서 남은 재무적 리스크를 대부분 해소한 모습이다. 여기에 수주잔고가 4조원을 넘어서면서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워크아웃(재무개선 작업) ‘조기 졸업’ 가능성이 한층 현실화되고 있다.


400억 BW 털어냈다…재무건전성 청신호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아스트는 총 400억원 규모로 발행된 11회차 공모 BW의 잔여 물량(131억원)을 전일 모두 만기 상환했다. 해당 BW는 투자자에게 채권과 신주인수권(워런트)을 나눠서 제공하는 ‘분리형 BW’다. 신주인수권의 경우 총 917만9134주 물량이 행사됐으며, 지난달 13일 행사기간이 종료됐다. 이번 상환을 끝으로 11회차 BW에 따른 재무적 리스크는 해소된 셈이다.

이에 따라 아스트의 재무구조도 더욱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 BW는 재무제표상 부채로 인식된다. 만기가 1년 이내로 다가오면 단기차입금으로 계상된다. 아스트 입장에선 11회차 BW 상환으로 잔여 물량분이었던 131억원 규모의 부채가 감소했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행사된 신주인수권 물량만큼 신규 자본유입 효과까지 거둔 것으로 파악된다.

눈여겨 볼 부분은 재무구조가 이미 상당 부분 회복된 상태라는 점이다. 아스트는 지난해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 유동비율 등 대부분의 재무건전성 지표를 개선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지표들은 재무구조가 부채 부담을 완화하고 유동성을 강화하면서 더욱 안정적이고 유연해졌음을 알리고 있다.

세부적으로 부채비율은 지난해 3분기 말 93.5%로 2023년 말 1552.1%과 비교해 1458.5%p 낮아졌다. 부채총계가 기존의 60% 수준인 2696억원으로 감소한 반면, 자기자본은 2882억원으로 10배가량 증가한 영향이다. 같은 기간 차입금의존도는 79%에서 32%로 57%p 하락했고 단기채무 상환능력을 나타내는 유동비율은 72.6%에서 407.9%로 335.3%p 상승했다. 통상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논할 때 △부채비율 200% 이하 △차입금의존도 30% 이하 △유동비율 200% 이상을 적정 수준으로 본다.

 


이와 관련해 유암코(연합자산관리)의 아스트 재무 정상화 작업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암코는 우리·신한·농협·국민·하나 등 5대 시중은행과 산업은행, 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이 주요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구조조정 전문회사다. 지난 2023년 3월 사모투자합자회사 알파에어로를 통해 아스트를 인수했으며, 같은 해 7월 경영정상화를 위한 워크아웃을 결정했다.

아스트는 유암코 산하에서 출자전환 유상증자, 영구채 발행 등을 잇따라 실시하며 채무를 탕감하거나 만기를 연장했다. 유상증자는 대표적인 주식자본시장(ECM) 영역의 자금조달 방식이며, 영구채는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되는 자본성 증권이다.

일례로 아스트는 지난해 산업은행과 우리은행 등 채권자들을 대상으로 700억원 상당의 3자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채권단에 신주를 배정하고 출자전환 방식으로 채무를 변제하는 유상증자다. 채권자들에게 현금 대신 주식으로 빚을 갚아 자본 증가와 부채 감소라는 일석이조 효과를 누린 것이다. 회사의 재무건전성 지표가 큰 폭으로 개선될 수 있었던 배경이다.

 

4조원대 수주잔고 '눈길'…워크아웃 조기 졸업 가능성


4조원대의 넉넉한 수주잔고도 주목할 부분이다. 아스트의 국외 수주잔고는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29억 달러(한화 약 4조2138억원)에 이른다. 특히 5월 브라질 항공기 제조사인 엠브라에르(Embraer)와 군용 수송기 추가 수주계약을 체결했으며 6월에는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와는 기존 계약에 대한 단가 인상을 진행했다.

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이에 아스트의 실적 개선 기대감도 자연스럽게 커지고 있다. 아스트는 2017년부터 줄곧 적자를 면치 못해왔다. 2018~2019년 고객사인 보잉(Boeing)의 항공기가 잇따라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20년에는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며 시장 전반이 침체됐다. 올해 흑자전환할 경우 회사로선 8년 만에 적자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이원재 한국IR협의회 연구원은 “재무구조가 안정화됐을 뿐만 아니라 신규 수주 증가와 고객사와의 단가인상 협상으로 2025년에는 수년간 고착화된 적자구조에서 탈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워크아웃 조기 졸업 가능성도 커졌다. 아스트와 금융채권자협의회가 기업개선 계획의 이행을 위해 체결한 약정기간은 2026년 9월30일까지다. 협의회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기한을 단축 또는 연장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아스트 관계자는 “채권단 측에서 회사의 실적, 재무 등의 요건을 보고 (워크아웃 종결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올해 수익성 부분에서 개선되는 걸 보여준다면 가능성이 없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현 기자 clapnow@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