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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엔터테인먼트사의 유동성을 점검합니다.
CJ ENM이 지난 2024년 주요 콘텐츠 흥행으로 선방했지만 유동성 악화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3분기 ‘K-컬처밸리’ 사업 손실에도 자산 매각으로 곳간을 채울 수 있었지만 4분기에는 운전자본 증가로 현금 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CJ ENM의 지난해 3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3분기 연결 누적기준 영업이익 63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흑자전환했음에도 불구하고 누적 당기순손실 556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두배 이상 불어난 규모다.
CJ ENM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자회사 티빙은 동명의 OTT가 월간활성사용자(MAU) 780만명을 돌파하고 △엄마 친구 아들 △서진이네2 △베테랑2 등이 큰 인기를 끌며 실적이 개선됐다. 하지만 CJ ENM은 다른 자회사 CJ라이브시티의 유형자산 처분손실 3222억원이 실적에 반영되면서 손실 확대를 피하지 못했다.
CJ라이브시티는 지난 2016년 K팝 전문 공연장을 만들기 위해 경기도 고양시에 'K-컬처밸리 복합개발' 사업을 추진했다. 이후 산업 폐기물·하천오염·행정절차 등의 이유로 무산 되면서 지난해 7월 사업 협약 해지를 발표했다.
CJ그룹은 이 사업에 약 7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했고, CJ ENM은 그중 1500억원을 지원했다.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 발행, 지급보증 등 다양한 수단을 동원했다. 사업이 백지화되면서 CJ ENM은 공연장 부지와 건설중인 자산 2600억원, 토지 반환에 따른 손실 618억원 등을 손실 처리했다.
순이익 감소에도 현금성 자산은 2023년 3분기 7618억원에서 7827억원으로 되레 2.7% 소폭 증가했다. 자산을 팔아 투자금을 거둬들이면서 공연장 사업 무산 손실을 만회했기 때문이다. 순이익은 현금흐름 산정의 기준이 된다. 순이익에서 현금이 들어오지 않은 수익과 자산을 빼고, 현금이 나가지 않은 비용과 부채를 더하면 기업이 실제 가진 현금이 산출된다.
CJ ENM은 넷마블 등 계열사 지분을 정리해 2450억원 규모의 현금을 거둬들이는 한편, 라이브시티 사업 협약 해지로 사용가치가 없어진 유형자산을 처분해 1680억원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CJ ENM의 3분기 연결기준 투자현금흐름은 -5500억원으로 전년 3분기 -1조2300억원대비 6800억원 가량 유출폭이 감소했다.
4분기는 실적 개선에도 유동성 악화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CJ ENM은 TV광고와 유선사업 매출은 비슷한 수준을 기록하지만 티빙은 매출이 하락한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2024 프로야구 시즌 종료 여파로 관련 트래픽이 감소하고 광고 매출은 10% 줄어들 것이란 분석이다. 넷플릭스의 네이버 멤버십 플러스 도입과 오징어게임 흥행으로 유료 가입자 이탈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계절적 성수기를 맞아 음악 부분은 수익성을 회복할 것으로 증권가는 예측한다.
흥국증권은 CJ ENM의 지난해 말 연결기준 현금성 자산은 9362억원으로 전년 1조1383억원 대비 17.8%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콘텐츠 제작비 증가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투자현금흐름이 같은 기간 -1조2676억원에서 -9479억원으로 유출폭이 25.2% 가량 줄어들고 재무현금흐름이 4013억원으로 유입 전환하지만, 순손실 확대로 영업현금흐름이 같은 기간 1조2960억원에서 3375억원으로 급감하면서 현금이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다.
영업현금흐름 급감은 운전자본이 늘어나기 때문으로 예측된다. 기업은 운전자본을 줄여 유동성을 관리한다. 외상으로 판매한 매출채권을 회수하거나 재고자산을 팔아 현금을 확보하는 식이다. 반대로 외상으로 가져온 물건이 많을수록 매입채무가 커져 현금이 늘어난다. 즉 운전자본이 줄어든 만큼 현금이 증가하고, 운전자본이 늘어난 만큼 현금이 감소하는 것이다. 흥국증권에 따르면 CJ ENM은 지난해 매출채권이 전년 대비 1546억원, 재고자산은 297억원 증가한다. 정산이 늦어지거나 납품이 지연되는 등 회전율이 떨어질 가능성을 내포한다.
CJ ENM 측은 “당사는 비핵심자산 유동화를 위해 시장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하는 등 재무건전성 제고를 위한 노력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조아라 기자 archo@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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