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vernance/지배구조 분석

[재계 세대교체 빅뱅] '분리론'까지 대두…4세 승계 방향 어디로 | GS

Numbers_ 2025. 1. 24.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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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세대교체 빅뱅] '분리론'까지 대두…4세 승계 방향 어디로 | GS

GS그룹은 허씨 일가 수십명이 경영권과 지배력을 나누고 있는 가족경영 체제를 유지해왔다. 특정 인물이 주도권을 독점하기 어려운 독특한 구조로 그룹 차기 총수는 최종적으로 가족회의와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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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그룹 본사 전경 /사진 제공=GS

 
GS그룹은 허씨 일가 수십명이 경영권과 지배력을 나누고 있는 가족경영 체제를 유지해왔다. 특정 인물이 주도권을 독점하기 어려운 독특한 구조로 그룹 차기 총수는 최종적으로 가족회의와 같은 내부 논의를 통해 결정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태수 회장이 현재 그룹을 이끌고 있어 차기 승계 논의까지는 아직 시간이 충분한 상황인 가운데  9명에 달하는 '홍'자 돌림 이름의 오너 4세들이 각 계열사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한편 친족 간 신뢰를 기반으로 한 전통적 가족경영 방식에서 벗어나 각 계열사의 독립적 발전을 추구하는 흐름은 먼 훗날 계열 분리 가능성까지 시사하고 있다. 


가계도로 본 승계 구도…중심은 허준구 일가


GS그룹의 4세 경영진이 본격적인 경영 활동에 나서면서 가계도를 통해 드러나는 승계 구조와 그 특징이 주목받는다. GS그룹은 고(故) 허만정 창업주를 중심으로 고 허준구 GS건설 명예회장을 거쳐 허창수 GS건설 회장과 허태수 현 G그룹 회장 등 형제 및 사촌 관계를 기반으로 한 승계 구도를 이어왔다.

창업주의 셋째아들인 고 허준구 GS건설 명예회장 일가는 그룹 내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허준구 명예회장은 LG그룹 구씨 일가와의 동업 시절부터 경영 전면에 나서며 GS그룹의 성장을 이끈 인물이다. 구인회 LG그룹 회장과 부친 허만정 창업주를 도운 창업 1세대로 평가받는다.

허준구 명예회장의 경영 철학은 그의 허창수·정수·진수·명수·태수 다섯 아들에게로 이어졌고 이들 3세 경영진은 현재 GS그룹의 주요 계열사를 이끌고 있다. 장남 허창수 명예회장이 그룹의 기틀을 다졌고 오남 허태수 현 GS그룹 회장이 현재 경영권을 이어받게 된 그림이다. 이 같은 승계 구도는 허준구 명예회장 일가가 GS그룹 내에서 사실상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배경이 됐다.

/그래픽=박진화 디자이너


장자 직계 혈통인 고 허정구 사업통상 명예회장의 일가는 최근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허정구 명예회장은 삼성그룹 제일제당과 삼성물산에서 임원으로 활동한 후, 1961년 삼양통상을 설립하며 독자적인 경영 노선을 걸었다.

장남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이 기업을 이어받아 성장시켰으며 현재는 그의 장남 허준홍 삼양통상 사장이 주요 역할을 맡고 있다. 삼남 허광수 회장은 삼양통상의 계열사인 삼양인터내셔널을 통해 일가의 입지를 다졌다. 반면 차남 허동수 명예회장은 GS칼텍스 회장을 맡으며 GS그룹 내에서의 역할을 유지했다.

하지만 허정구 일가는 그룹의 실질적 지배권에서는 상대적으로 한 발 물러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허준구 가문 중심의 승계 구도에서 비교적 독립성을 유지한 허정구 일가는 4세 경영진의 성장과 함께 GS그룹 내에서의 영향력 변화를 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가는 허세홍?


GS그룹은 지주사 ㈜GS를 활용해 GS칼텍스, GS리테일, GS건설 등 주요 계열사들을 거느리는 지배구조를 구축했다. 따라서 ㈜GS 지분율은 GS그룹 승계 구도에서 핵심적인 요소로 작용하며 각 경영진의 보유 지분이 향후 오너 4세 경영권 확보에 있어 중요한 지표로 평가된다.

오너 4세 중 ㈜GS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한 인물은 허준홍 삼양통상 사장(보통주 3.44%)이다. 단일 주주로는 허용수 GS에너지 대표(5.26%)와 허창수 명예회장(4.68%)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지분을 들고 있다.

허준홍 사장은 허만정 창업주의 장손인 만큼 차기 총수로 주목받아왔으나 2019년 부친이 이끄는 삼양통상으로 자리를 옮기며 그룹 중심부에서 다소 멀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삼양통상은 공정거래위원회 기준 GS그룹 기업집단에 속하지만 다른 계열사들과 독자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허준홍 사장은 가업에 집중하면서도 꾸준히 지분을 매입해 여전히 그룹 내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어 후계 구도에서 완전히 배제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상황에 따라 그의 역할이 다시 부각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허세홍 GS칼텍스 사장은 ㈜GS 지분 2.37%를 보유해 허준홍 사장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지분율을 기록하고 있다. 그는 2016년 오너 4세 중 처음으로 GS칼텍스 등기이사로 선임되며 승계 레이스에서 선두로 자리 잡았다. 이후 2019년부터 GS칼텍스 대표이사를 맡아 정유 부문의 의존도를 낮추고 신규 사업 발굴에 주력하고 있다. 향후 승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확실한 경영 성과가 뒷받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GS리테일 대표이사로 선임된 허서홍 부사장도 부상했다. ㈜GS 지분율은 2.15%로 오너 4세 중 상위권에 속한다. GS리테일은 편의점, 슈퍼마켓, 홈쇼핑, 개발·임대 등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운영 중인데 최근 허 부사장의 취임에 따라 경영 방향성이 주목받는다. 특히 GS리테일이 지난해 말 파르나스호텔 사업 부문을 인적분할하며 유통 사업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한 건 긍정적으로 해석된다.

일부에서는 GS그룹 차기 총수의 윤곽이 가문별 지주사 지분율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나온다. 일가별로 보면 허준구 일가(허창수·정수·진수·명수·윤홍·철홍·치홍·진홍·주홍·태홍 등)의 ㈜GS 지분율은 15.82%, 허정구 일가(허남각·동수·광수·준홍·세홍·서홍 등)의 지분율은 14.5%로 아직 허준구 일가가 1.32%p 앞선다. 다만 그러나 허정구 일가의 4세들이 그룹 주요 직책에 속속 배치되면서 양 가문의 균형이 맞춰지는 상황이다.

 

장기적으로는 결국 GS건설 분리?

 

GS그룹은 친족 간 신뢰를 기반으로 한 독특한 가족경영 방식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4세 경영 체제가 본격화되고, 경영 참여 범위가 6촌까지 확장되면서 가족 간 결속력이 자연스럽게 약화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세대교체와 함께 친밀감은 희석되고 이해관계와 가치관의 차이가 더욱 부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GS그룹 4세들은 기존의 공동체적 운영 방식에서 벗어나 각 계열사의 독자적 발전을 추구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허세홍 사장은 GS칼텍스 대표이사로서 지속 가능 경영과 에너지 전환 전략에 집중하며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허준홍 사장은 GS그룹과의 연계를 유지하면서도 삼양통상을 독자적으로 발전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허윤홍 GS건설 사장 역시 스마트시티와 친환경 건설 분야에서 성과를 내며 GS건설의 성장 가능성을 모색 중이다.

이 같은 변화 속에서 GS그룹의 승계 구조가 장기적으로 그룹 분리로 이어질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특히 GS건설은 ㈜GS와 지분 관계가 얽히지 않은 데다 허준구 일가의 개인회사로 불릴 만큼 독립적 성격을 띠고 있다. 그룹 내 다른 계열사들과의 사업적 연계성도 낮아 독립 운영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는 점이 계열 분리설의 주요 근거로 작용한다.

재계 관계자는 "GS그룹의 향후 승계 작업은 가족회의라는 전통적 합의 시스템을 유지하면서도 4세 경영인들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어떻게 조화시킬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지원 기자 frog@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