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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 위기 속 '곳간' 방어…3500억 손실 메꾼 '건강보험' 적중
삼성생명이 금융당국의 보험 정책 변경에서 야기된 위기 속에서도 탁월한 '곳간' 운영능력을 입증했다. 수익성 저하가 우려됐으나 '건강보험상품'이라는 히든카드가 적중했다는 분석이다.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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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이 금융당국의 보험 정책 변경에서 야기된 위기 속에서도 탁월한 '곳간' 운영능력을 입증했다. 수익성 저하가 우려됐으나 '건강보험상품'이라는 히든카드가 적중했다는 분석이다.
12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보험사의 미래 수익 창출 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과 관련, 삼성생명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12조9020억원으로 집계됐다. 직전년도 말에 기록한 12조2470억원에 비해 5.3% 순증했다. 생보 업계에서 CSM을 꾸준히 10조원 이상 기록한 곳은 삼성생명이 유일하다.
업계는 당국의 정책 변경이 처음 적용된 지난해 결산 실적 발표부터 실적의 감소를 우려했다. 앞서 당국은 근래 판매량이 급증한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 가정을 지금보다 보수적인 접근으로 산출하는 개선안을 제시했다. 개선안을 적용하면 보유하고 있는 계약 즉, 보험부채의 수익성이 저하된다. 이는 부채 항목 구성요소 중 CSM을 줄이는 효과를 가져온다.
이 같은 영향으로 삼성생명은 지난해 4분기에만 CSM이 6660억원 줄어든 타격을 입게 됐다. 삼성생명 측은 "3000억원 정도 조정액은 분기 단위의 해지 계약 등에서 정상적으로 발생한 액수"라며 "3500억원 정도는 보험개혁회의 개선안 반영과 가정 변경에 따른 조정에 기인했다"고 설명했다.
관련 자료를 분석한 결과 작년 1~3분기 평균 조정액인 3000억원대의 2배에 달하는 규모로 정책 변경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파악됐다. 전체 CSM 조정액은 -1조7050억원에 이른다. 그럼에도 같은 기간 삼성생명의 전체 CSM이 오히려 증가할 수 있었던 데는 건강보험상품 매출이 크게 늘어난 덕분이다.
CSM은 일정 기간이 지날 때마다 줄어들고, 줄어든 양은 당해 보험영업이익으로 산출된다. 삼성생명은 이처럼 보험영업이익분으로 상각된 CSM 규모도 1조3700억원에 달한다. CSM를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하려면 이렇게 줄어든 양보다 더 많이 채워야 하는데, 이는 신계약 매출에 따른 신계약 CSM으로 보충된다.
이런 가운데 삼성생명의 지난해 말 기준 누적 CSM 규모는 3조2610억원으로, 매분기 8000억원의 신계약 CSM을 달성하겠다는 목표치를 충족했다. 신계약 CSM은 월납환산초회보험료와 CSM 배수를 곱한 값으로, 보험료 수익이 많거나 효율성 지표인 CSM 배수를 늘리면 신계약 CSM을 극대화 할 수 있다.
CSM 배수는 월납 보험료가 신계약 CSM을 얼마나 늘리는지를 산출하는 수치다. 만약 1만원의 보험료를 받았을 때 신계약 CSM으로 유입되는 금액이 10만원의 가치를 지녔다면 CSM 배수는 10배가 된다. 즉, CSM 배수가 클수록 같은 보험료라도 CSM 창출능력이 우수하다고 본다.
다만 보험시장이 점점 치열해지며 CSM 배수는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이했다. 업계 관계자는 "신계약 CSM 배수 하락은 금리 하락과 보험사 간 경쟁 심화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언급했다.
삼성생명의 작년 말 기준 CSM 배수는 2023년에 비해 감소 폭이 두드러졌다. 건강보장 상품은 25.7배에서 16.5배로, 사망보장 상품은 12.7배에서 8.0배까지 떨어졌다. 전체 CSM 배수 역시 14.2배에서 10.5배로 내려오며 효율성 지표가 많이 악화했다.
CSM 배수가 감소했음에도 삼성생명의 누적 신계약 CSM은 직전년도보다 6.6% 감소하는데 그쳤다. 건강보험 매출이 크게 신장한 결과로 해석된다. 지난해 건강보험상품의 누적 연납화보험료(APE)는 1조3580억원으로 직전년도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APE는 각기 납입기간이 다른 보험료를 1년 단위로 환산한 것이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건강보험상품으로만 분기별로 3000억원 이상의 APE를 벌어들였다. 사망보험상품과 연금상품의 성장세가 정체된 상황에서 전체 APE를 끌어올리는데는 건강보험상품의 역할이 컸다. 전체 APE 증가액이 건강보험상품 APE 증가분인 약 700억원과 거의 비슷했기 때문이다.
삼성생명 측은 "보험본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고수익 건강보험 판매를 확대하고, 보유계약 관리 강화에 힘쓰겠다"며 "채널 맞춤형 상품 공급 및 혁신 담보 개발로 보장 영역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당국은 향후 예상치 못한 해지 행태가 시현될 경우 보험사의 건전성이 저하돼 장래 보험료 인상, 지급불능 등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이러한 이유에서 무·저해지상품의 위험이 건전성 지표인 신지급여력제도(K-ICS) 비율을 산출할 때 적절히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료 납입기간 중 해약환급금이 없거나 아주 적은 무·저해지상품은 보통의 표준형 상품과 해지위험의 방향이 달라 지금 방식은 위험액이 과소산출되는 측면이 있다"며 "이 상품은 대량해지 충격이 발생해도 환급금 부담이 적고, 납입 후반부 계약은 대량해지가 발생할 경우 순자산이 증가하는 사례도 다수 있다는 차이가 있다"고 전했다.
박준한 기자 bigstar102@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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