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원문 바로가기
[홈플러스 법정관리] 정상화까지 험로... 회생 준비 시점은 여전히 '의문'
홈플러스가 1월 말 기준 기업 영업활동을 지속하는 데 필요한 자금인 순운전자본이 마이너스(-) 8000억원대에 달한 것으로 파악되면서 경영 정상화에 험로가 예상된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의
www.numbers.co.kr
홈플러스가 1월 말 기준 기업 영업활동을 지속하는 데 필요한 자금인 순운전자본이 마이너스(-) 8000억원대에 달한 것으로 파악되면서 경영 정상화에 험로가 예상된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의 사재 출연 의지를 두고도 진정성에 의문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해 말부터 매입채무유동화 금액이 급증한 것으로 확인되자, 사전에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인지하고 재고를 확보해 놓으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18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홈플러스의 순운전자본은 -8753억원으로 집계됐다. 유동자산에서 유동부채를 뺀 값으로, 이 수치가 마이너스 흐름을 보인다는 건 현금의 유입보다 유출이 많다는 의미다.
통상 유통 채널의 경우 매출채권과 재고자산을 합한 금액에서 매입채무를 제하는 방식으로 산출된다. 이를 토대로 볼 때 지난 10년간 회계연도가 끝나는 2월 말 기준 홈플러스의 순운전자본은 수천억원대 마이너스 흐름을 지속했다. 지난해 역시 이 지표는 -8743억원에 달했다.
2015년 MBK파트너스의 인수 이후 경영 개선 및 사업 경쟁력 확보에 나설 거란 시장의 기대와 달리 홈플러스는 영업활동의 지속가능성마저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서 자유롭지 않았던 셈이다. 이는 현재 조속한 경영 정상화를 약속하고 있는 회사의 항변에도 불신을 갖게 만드는 지점이다. 일단 순운전자본을 플러스로 전환하는 게 우선일 테지만, 이를 위해 8000억원대의 유동성을 공급하는 건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이미 인수금융을 갚기 위해 알짜 점포들을 매각해 온 터라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창출력이 저하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홈플러스는 그간 외부에서 단기금융을 일으켜 운전자금을 메워왔다. 매달 카드대금 기초 유동화증권(ABSTB, 전자단기사채)과 단기사채, 기업어음 등을 발행해 협력사에 납품 대금을 지급하는 식으로 사업을 유지했다. ABSTB란 홈플러스가 법인전용카드로 물품을 결제하면, 카드사가 매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삼아 유동화한 금융상품이다. 증권사는 이를 인수해 유동화증권을 발행하고, 투자자들이 사들이는 구조다. 홈플러스가 보유한 이러한 단기 채권 판매 잔액은 지난 3일 기준 5949억원으로 추산됐다.
신용등급 하락 사전 인지 의혹, MBK는 재차 부인
지난해 연말부터 단기채권 발행 규모가 급증했다는 사실은 홈플러스가 법정관리의 원인이 된 신용등급 하락을 사전에 인지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힘을 싣는 요소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실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홈플러스 ABSTB 발행을 단독 주관한 신영증권의 지난해 11월부터 4개월간 발행 총액은 전년 같은 기간(3829억원) 대비 33.9% 늘어난 5126억원으로 나타났다. 1518억원을 발행한 2월의 경우 월별 기준 2년 새 최대치였다.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상거래가 끊길 가능성이 있으니, 매출 창출을 지속하기 위한 재고 확보 차원의 조치라는 게 의구심의 핵심이었다.
지금까지 홈플러스와 MBK파트너스는 지난달 28일 신용등급 하락이 공시되기 전까진 이를 예상하지 못했고, 강등에 따라 단기채 발행이 어려워져 회생신청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이 부분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을 인지했거나, 사전에 회생 계획을 세운 상태에서 채권 발행을 지속한 것이라면 사기적 부정거래 등으로 법적 처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날 오전 국회 정무위원회의 홈플러스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 증인으로 나온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겸 홈플러스 공동대표는 이러한 의혹을 재차 부인했다. 그는 “기업어음 'A3-' 등급은 수요 부족으로 거의 발행이 되지 않는다”며 "3개월간 6000∼7000억 규모 자금 상환요구가 들어오는데 3개월 내 부도를 막을 방법이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전에 준비한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은 이날 해외출장을 이유로 불출석했다. 그는 16일 채권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재정 지원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로 사재 출연을 약속했다. 하지만 정무위원회 증인 통보를 받은 지난 11일로부터 이틀이 13일 중국 및 홍콩지사를 통해 회의 일정을 잡고 17일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재형 기자 jhpark@bloter.net
'Corporate Action > 채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액손실' 한국투자증권 벨기에펀드…피해자 속출, 금감원 "불완전판매 살필 것" (0) | 2025.03.19 |
---|---|
[홈플러스 법정관리] 금정호 신영증권 사장 "신용등급 하락 직후 회생신청, 전례 없다" (0) | 2025.03.18 |
KB증권, 평가등급 'AA+' 유지'…시장 지배력·리스크 관리 기반 (0) | 2025.03.17 |
[홈플러스 법정관리] 금융위 "CP·단기채 위법 소지 발견시 엄정 대응" (0) | 2025.03.17 |
[홈플러스 법정관리] 김광일·조주연, 책임 있는 변제 약속했지만…불신 '여전' (0) | 2025.03.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