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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둘러싼 오해]① 주인 아닌 데도 기업가정신 강요 '뭇매'

Numbers_ 2025. 4. 17.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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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둘러싼 오해]① 주인 아닌 데도 기업가정신 강요 '뭇매'

사모펀드가 다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론스타 사태 이후 비로소 기억에서 잊힌 듯했던 주홍글씨가 되살아나고 있다. 이제는 해외자본을 넘어 토종 사모펀드까지 손가락질의 대상이다.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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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가 다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론스타 사태 이후 비로소 기억에서 잊힌 듯했던 주홍글씨가 되살아나고 있다. 이제는 해외자본을 넘어 토종 사모펀드까지 손가락질의 대상이다. 다만 지나친 감정은 이성을 흐리게 한다. 맹목적인 비난만 난무하면서, 사모펀드가 해야 할 본연의 역할이 어디까지인지 경계는 모호해졌다. 사모펀드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을 따져 본다. <편집자 주> 

/사진=픽사베이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태동한지 20년이 됐다. 2000억원 수준이던 시장은 140조원으로 성장했다. MBK파트너스를 비롯해 한앤컴퍼니, IMM 프라이빗에쿼티(PE), 스틱인베스트먼트 등 글로벌로 보폭을 넓히는 국내 토종 PE들도 많아졌다. 하지만 대중들에게 사모펀드는 여전히 '먹튀', '기업사냥꾼' 이미지가 박혀 있다.

사모펀드에 대한 나쁜 이미지가 굳어진 것은 과거 해외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국내 시장에 진입할 때 단기 차익을 노린 행동주의 성격이 짙었던 탓이다.

국내 토종 PE들은 이러한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대중들에게 각인된 이미지를 반전시키기는 어려웠다. 이는 사모펀드의 본질과 연관돼 있다.   

사모펀드 주요 출자자 연기금·공제회…공공자금 증대 기여

사모펀드(Private Equity Fund·PEF)는 운용사가 소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주식, 채권, 부동산 등에 투자하는 펀드다. 사모펀드 운용사를 PE(Private Equity)라 한다. 보통 운용사가 업무집행조합원(Genaral Partner·GP)을 맡으며 투자자는 유한책임조합원(Limited Partner·LP)이라고 말한다. 즉 PE는 LP들에게 출자 받은 돈을 모아 회사에 투자하거나 인수해 운영까지 맡는다.

PE는 블라인드펀드 혹은 프로젝트펀드를 통해 투자금을 마련한다. 블라인드펀드는 투자처를 미리 정하지 않고 펀드레이징부터하는 것을 말한다. 프로젝트펀드는 투자처를 찾은 후 펀드레이징을 하는 것을 말한다. PE는 자기자금보다 조달한 자금을 통해 기업에 투자를 한다.

이렇게 결성한 펀드의 만기는 짧으면 5년 길게는 10년이다. 만기 전 투자한 곳을 엑시트 해 LP들에게 돌려줘야 한다. 이 때문에 PE들이 단기 차익만 추구한다는 오해를 산다. 인수한 후 3~5년 사이에 회사 자산을 거덜내고 비싼 값에 팔려고 한다는 이유다. 하지만 껍데기만 남은 회사를 비싼 값에 사주는 곳은 없다. 

결국 PE는 기업에 대한 다양한 기업가치 제고 전략을 수행해 경영권 혹은 지분 매각 시점까지 투자 이익의 극대화를 노린다.

PE들도 대중들이 바라보는 시선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국내 PE들의 주요 출자자는 3대 연기금인 국민연금, 사학연금, 공무원연금공단을 비롯해 교직원·군인·경찰·교직원·행정공제회 등이다. 국민들의 노후자산을 관리하는 곳이다. 이들의 수익률이 국민 노후와 직결되는 셈이다. 사모펀드들은 이들의 자금을 받아 높은 수익률로 돌려줘야 하는 책임이 있다. 

자본시장 관계자는 "PE가 엑시트를 하면 차익 중 80~90%는 LP에게 돌려줘야 하는 구조"라며 "PE가 받는 보수가 과하다고 이야기하지만 결국 수익의 10~20% 수준을 가져가고 대부분의 수익은 공공자금으로 흘러가는 셈"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민연금의 최근 10년간 국내 사모펀드 투자 수익률은 8.86%이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 투자 수익률 4.72%에 머물렀다는 것을 감안하면 높은 수익률이다. 결국 국민들의 노후자금을 늘려주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기업가치 높여 매각해야…VC와 역할 비슷

PE는 소액주주들과 마찬가지로 경영진의 이익이 아닌 회사의 이익 즉, 주주들의 이익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기업가치를 높여 매각하는 것 말고는 돈을 벌 수 있는 구멍이 없기 때문이다. 한 PE 대표는 "기업 밸류업을 가장 우선수위로 둘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주가가 상승해야 향후 엑시트할 때도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데 이는 소액주주와 목표가 같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벤처캐피탈(VC)의 경우 초기 스타트업의 성장에 날개를 달아준다는 인식이 강하다. VC가 초기 스타트업에 지분을 투자해 경영에 관여하며 성장의 날개를 달아준다면 PE는 중견기업, 나아가 대기업을 인수(바이아웃)한 후 경영해 기업을 키우는 방식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업의 성장 단계에 따라 투자하는 시기가 다를 뿐 VC와 마찬가지로 PE도 투자한 기업을 키우는 것에 중점을 둔다"고 말했다.

배당도 마찬가지다. PE들이 과도한 배당으로 주머니를 채운다고 한다. 하지만 배당은 주주환원 정책 중 가장 보편적인 방법이다. 특히 시설 투자에 큰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되는 업종의 경우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의미가 없다.

미국 코카콜라의 경우 60년 넘게 배당금을 늘리며 배당성향은 80%를 웃돈다. 반면 시설투자에 큰 비용을 지출하는 업종에는 배당금이 적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낮은 배당성향은 업종을 가리지 않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상장사의 2014년부터 10년간 배당성향은 평균 27.2%로 나타났다. 주요 16개국 중 꼴찌를 차지했다. 영국(137.4%), 이탈리아(116.4%)와는 5배가량 차이났고 아르헨티나(27.4%)보다도 낮았다. PE들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의미가 없는 기업의 경우 배당금을 높게 설정해 주주 환원에 사용한다.  

오너 아닌 PE에 주인의식 강요

오너에게 바라야 할 기업가정신을 PE에게 바라는 실정이다. 앞서 말했듯 PE의 목적은 출자자들의 돈을 불려주는 것 그 자체다.

오히려 국내 오너들은 주주지만 결이 다르다. 2, 3세로 넘어가면서 낮아진 지분을 지키기에 혈안이다. 그래서 계열사를 쪼개고, 쪼갠 계열사를 합병하면서 승계 도구로 사용한다. 소액주주들은 '쪼개기 상장'을 지적하지만  최근 한 총수는 "중복상장이 문제라고 생각하면 상장 후 주식을 사지 않으면 된다"고 말했다. 즉 주주가 아닌 오너 중심의 경영을 하고 있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PE에 대해 부정적 여론이 형성되고 있는데 오너에 대한 MBK의 도전이 도화선이 된 것 같다"며 "PE의 M&A는 거버넌스 개선의 출발점인데 싹부터 자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오너 기업들이 2, 3세로 내려오면서 도전 보다는 지분을 지키는 것에 중점을 두면서 PE 아래서 기업들이 성장할 기회가 생기기도 한다.

재계 관계자는 "통상 대기업집단에 분류된 기업은 비주력 사업부가 있기 마련이다. 해당 사업부에 오는 대표들은 성장보다는 현상 유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사실상 기업이 크는 것에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즉 비주력 사업부에서 성장을 강요하기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PE의 대기업 사업부를 인수하는 카브아웃 딜의 경우 해당 회사의 독립성을 부여해 경영 효율화에 나선다. 그룹 차원에서 '일감 몰아주기'로 성장한 회사를 PE가 인수하면 시장 원리에 맞게 경쟁해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에 발 벗고 나설 수 밖에 없다.

중견기업 바이아웃의 경우 글로벌 진출 등 새로운 기회를 부여할 수 있다. 자금력을 통한 볼트온 전략도 가능하다. PE가 보유한 포트폴리오 중 사업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곳과 합치기도 하며 필요한 경우 PE가 프로젝트펀딩으로 자금을 조달해 다른 곳과 합병하는 경우도 있다.

이 교수는 "PE가 잘못했다면 비판 받는 것이 마땅하다"라면서도 "경영을 잘못했다고 법적으로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것은 기존 경영인들과 비교하면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한새 기자 sae@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