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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한퓨얼셀, 자산 재평가'로 재무건전성 방어 '묘수'
수소 연료전지 전문업체 범한퓨얼셀은 수소산업 성장에 대비해 적극적인 외형 확장 전략을 펼쳤다. 지속적인 연구개발(R&D)을 통해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한편, 자회사 설립과 공장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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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 연료전지 전문업체 범한퓨얼셀은 수소산업 성장에 대비해 적극적인 외형 확장 전략을 펼쳤다. 지속적인 연구개발(R&D)을 통해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한편, 자회사 설립과 공장 인수 등 생산성 극대화를 위한 투자를 병행했다.
‘자산 재평가’를 활용한 재무·회계 전략이 돋보인다. 매출 대비 3배에 달하는 금액을 금융권에서 조달했지만, 자산가치 상승분이 자본에 반영되면서 부채비율이 과도하게 상승하는 것을 막았다. 외형 확장과 재무 관리라는 두 과제를 한꺼번에 충족시킨 묘수라는 평가다.
유형자산 담보로 880억 확보
범한퓨얼셀은 지난 2022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이후 수소 사업 전반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며 덩치를 키웠다. 지난 3년(2022~2024년) 동안 투자활동 현금흐름에서 총 1607억원의 지출이 발생했다. 해당 기간 총자산은 569억원에서 3124억원으로 5.5배가량 불어났다.
범한퓨얼셀의 주요 자산으로는 경남 창원시 성산구 대원동에 위치한 공장 부지가 거론된다. 지난해 2월 해양· 육상 수소모빌리티 시장 진출을 위해 두산건설로부터 사들인 유형자산이다. 토지 12만9890.7㎡에 건축물 4만8302.19㎡ 규모로 총 1100억원을 투자해 양수했다.
거래 이후 범한퓨얼셀의 전체 자산 가운데 유형자산 비중이 65%를 넘어섰다. 지난해 말 기준 회사의 유형자산은 2051억원으로 전년보다 무려 1497% 늘었다. 공장 인수에 따라 토지, 건축물 등 유형자산 규모가 크게 증가하면서 총자산 확대에 일조한 모습이다.
늘어난 체급만큼 부채 규모가 커졌다. 올해 1분기 기준 범한퓨얼셀의 부채총계는 1487억원이다. 지난 2023년 말 대비 740% 증가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1년 안에 상환해야 하는 유동부채는 103억원에서 430억원, 만기가 1년 이상 남은 비유동부채는 172억원에서 1051억원으로 늘었다.
장기차입금의 변화도 눈길을 끈다. 지난해 금융권에서 조달한 장기차입금은 31억원에서 901억원으로 증가했다. 범한퓨얼셀은 지난해 2월 기업은행과 880억원 규모의 대출약정을 체결했다. 별도의 꼬리표가 붙지 않은 ‘시설자금대출’이다. 주요 경영진이 해당 차입금에 대한 연대보증을 제공한 것으로 파악된다. 만기는 2027년 2월로 설정됐다. 내년 2월 ‘단기차입금(유동성장기부채)’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산업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범한퓨얼셀이 성공적으로 자금을 조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2023년 연결기준 매출 300억원에 영업손실 52억원의 적자가 나타난 상황이었다. 최근 코스닥 상장사에 대한 1금융권의 대출 심사 허들이 높아진 점을 고려하면 매출 대비 3배에 달하는 장기차입을 유치하긴 쉽지 않다.
대출약정이 체결될 수 있었던 배경은 담보물이다. 범한퓨얼셀이 약정액에 준하는 수준의 가치가 있는 ‘토지’를 담보로 제공하면서 약정 체결을 이끌어 낸 것으로 풀이된다.
토지 재평가 차익 '778억' 자산가치 껑충
범한퓨얼셀은 지난해 보유하고 있던 토지의 자산재평가를 거치면서 자산가치가 상승했다. 회사는 유형자산으로 분류되는 토지에 대한 재평가를 실시했다. 평가는 외부 독립 평가기관인 나라감정평가법인이 수행했다.
이에 토지의 장부금액은 1852억원으로 평가됐다. 원가모형으로 평가할 경우 1073억원인 토지의 값어치가 778억원가량 증가한 것이다.
이는 880억원 규모 은행 대출에도 재무건전성이 크게 악화되는 것을 막는 장치가 됐다. 올해 1분기 기준 범한퓨얼셀의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89.3%에 불과하다. 2023년 말 대비 72.5% 상승했지만, 일반적으로 ‘적정선’으로 여겨지는 200%에는 한참 못미치는 수준이다.
토지 자산의 가치상승분이 회계상 자본총계를 늘리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기업의 자산이 재평가되면서 이익이 발생하면 손익계산서상 ‘기타포괄손익’으로 처리된다. 자본항목 중에서는 ‘기타포괄손익누계액’으로 계상된다. 세무상으로는 재평가 차익에 잠정적인 법인세 부채가 발생하기 때문에 그 영향을 고려해 최종 자본에는 법인세 효과를 차감한 금액으로 반영된다.
지난해 범한퓨얼셀의 자본 항목에 기타포괄손익누계액 597억원이 반영됐다. 자산재평가이익 639억원(법인세 효과 차감)에 ‘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평가손실’을 제외한 금액이다. 그 결과 자본총계 또한 2023년 1059억원에서 지난해 1659억원으로 증가하는 효과를 누렸다. 올해 1분기 자본총계는 1658억원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수익성이 완전히 자리 잡지 않은 상황에서 자금 조달과 재무건전성 관리를 동시에 이뤄냈다는 점에서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케이스”라며 “향후 실적이 따라붙는다면 단기 대응이 아닌 중장기 성장 교두보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범한퓨얼셀 관계자는 “당시 창원공장 인수와 관련해 자금조달 방안을 찾고 있었다”며 “(기업은행 차입금이) 너무 큰 금액이기도 해서 담보물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박수현 기자 clapnow@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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