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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초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의 경영 쇄신이 한 차례 더 진행됐다. 2023년 12월 설립 이래 첫 외부 경영인을 영입한 것에 이은 후속 조직개편 조치다. 새해 김 대표의 첫 선택은 C레벨 조직 개편인데, 엔씨소프트의 대표 게임인 '리니지' 등의 사업 총괄 3명으로 구성된 CBO(최고사업책임자)를 중심으로 재편됐다.
이들 CBO 3인의 공통점은 엔씨소프트 대표 게임의 개발 및 사업 실무 경험이 풍부한 개발자 출신이라는 점이다. 그간 엔씨소프트가 김택헌 수석부사장을 중심으로 사업 담당 위주의 경영을 이어온 것과 달리 개발 실무진 출신에게 힘을 실어준 것에 의의가 있다. 김택진 대표 또한 개발자 출신으로, 향후 엔씨소프트가 중추 사업인 게임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또 김 대표의 가족인 윤송이 CSO(최고전략책임자·사장)와 김택헌 CPO(최고퍼블리싱책임자·수석부사장)이 C레벨 직책을 사임했다. 그동안 꼬리표로 따라다닌 오너일가 경영에 종지부를 찍은 셈으로, 김 대표는 내부 변화에 대한 의지를 다시금 강조했다.
윤송이·김택헌 C레벨서 사임, 가족경영 종지부
엔씨소프트는 지난 8일 전사 직원에게 최고사업책임자 3인을 중심으로 개발 및 사업 조직을 재편하는 내용의 치프(Chief) 체제를 신설한다고 공지했다.
CBO 3인은 이성구 부사장, 백승욱 상무, 최문영 전무다. 이들은 엔씨소프트의 게임 IP(지식재산권)별로 개발·사업을 총괄하게 된다. 먼저 이성구 CBO는 리니지 IP를 전반을 담당하며 백승욱 CBO는 아이온2와 리니지2M을, 최문영 CBO는 TL(쓰론앤리버티)을 비롯한 신규 개발 게임 IP를 맡는다.
CBO 3인 중심 조직 체계가 주목받는 배경에는 엔씨소프트의 오너경영과 관련이 있다. 엔씨소프트는 창립 후 지금까지 김택진 대표를 중심으로 그의 배우자인 윤송이 사장과 김 대표의 동생인 김택헌 수석부사장이 각각 서구권과 아시아권 글로벌 사업을 주도해왔다.
엔씨소프트의 오너경영 체제는 공고해보였다. 2023년 엔씨소프트가 변화경영위원회를 신설하고, 박병무 VIG파트너스 대표를 창립 후 첫 외부 경영인으로 영입하며 강도높은 체질개선에 돌입했음에도 김택진·윤송이·김택헌 오너일가 체제에는 변화가 없었던 탓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윤 사장과 김 수석부사장도 변화의 바람은 피할 수 없었다. C레벨 직책을 내려놓는 윤 사장은 엔씨웨스트와 엔씨문화재단 이사장으로, 김 수석부사장은 엔씨재팬과 엔씨타이완, 엔씨아메리카 법인장으로서 각각 기존 사업 담당을 이어간다.
C레벨 임원은 조직의 빠른 의사결정 권한과 책임을 가지는 데 의미가 있는데, 사실상 엔씨소프트의 가족경영이 막을 내렸다고 평가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C레벨 조직개편으로 오너일가 경영이 사실상 막을 내리며 향후 엔씨소프트에는 더 큰 변화가 예상된다.
이성구·백승욱·최문영 CBO, 김택진과 같은 개발자 출신
이번 조직개편에 대한 결정은 김택진 대표와 변화경영위원회의 주도로 단행됐다. 특히 변화경영위원회는 김택진 대표를 제외하고 C레벨 임원으로 구성됐는데, 위원회에는 김택헌 수석부사장도 속해 있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번 C레벨 조직개편으로 엔씨소프트의 중심점은 김 부사장 중심에서 개별 IP 개발 총괄 및 사업을 담당했던 개발자 출신 CBO로 이동했다.
이성구 CBO는 리니지 IP의 첫 모바일 게임인 리니지M 사업을 필두로 리니지 모바일 시리즈를 총광해 왔다. 이 CBO는 마케팅 계열 개발 실무 출신으로, 리니지2 사업 실무자 경력을 쌓으며 엔씨소프트 IP 전체를 총괄하며 게임 사업 부문에서 입지를 다졌다. 2017년 출시된 리니지M은 엔씨소프트 게임 매출 구성을 PC온라인 게임에서 모바일 게임 위주로 바꾼 주역이다.
엔씨소프트는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모바일 게임의 매출 규모를 더 키워야 했지만 오히려 작아졌다. 회사의 사업보고서 및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3분기 기준 주요 모바일 게임의 매출은 △리니지M 3775억원 △리니지2M 1990억원 △리니지W 3155억원 등 8920억원으로 전체 게임 매출의 66%를 기록했다. 이는 2022년말 기준 2조810억원(리니지M 5165억원·리니지2M 3915억원·리니지W 9708억원, 전체 게임 매출 비중 73%)에 비해 57% 감소한 수치다. 전체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모바일 게임 매출이 1년도 안 돼 크게 줄어든 것인데, 이는 엔씨소프트가 경영쇄신에 박차를 가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김택진 대표와 같은 개발자 출신의 CBO도 주목할 만하다. 백승욱 CBO는 아이소닉 온라인에서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아타나시아를 개발하다 엔씨소프트에 입사했다.
백 CBO는 PC온라인 게임 리니지 IP를 이어 엔씨소프트 성장을 견인한 아이온 개발에 참여하며 엔씨소프트 핵심 인물로의 발판을 다졌다. 특히 백 CBO와 이 CBO는 2019년 출시된 리니지2M 개발을 주도하며 합을 맞췄다.
최문영 CBO는 수석개발책임자(PDMO)로서 2023년 12월 출시된 신작 TL 개발을 총괄했다.
AI 금융·엔터 정리하고 게임 강화
개발자 출신 CBO 3인 중심 조직 재편으로 향후 엔씨소프트의 행보 또한 엿볼 수 있게 됐다. 엔씨소프트는 2023년 쇄신 의지를 내비친 이후 강도높은 조직 개편을 단행하면서 게임 외 사업을 정리하기도 했다.
엔씨소프트는 2023년 12월 자체 R&D(연구개발) 성과 중 하나인 AI(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도전했던 금융권 사업을 정리했다. 업계에 따르면 2023년 12월 엔씨소프트는 산하 금융 AI 조직 '금융Biz(비즈)센터'를 대상으로 한 조직개편 내용을 담은 설명회를 열고 사업 정리 공지와 동시에 직원 40여명의 거취를 논의했다.
앞서 엔터테인먼트 자회사 클렙(KLAP) 수장을 교체하며 엔터 사업도 일부 정리했다. 클렙 역시 김택헌 수석부사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었으나 그는 2022년 12월 31일 대표직을 사임했다.
반면 게임과 관련된 사업에는 힘이 실렸다. 변화와 도전을 기조로 2023년 11월 국내최대게임전시회 '지스타'에 8년 만에 참가해 슈팅 게임 'LLL', 난투형 대전 액션 '배틀 크러쉬', 수집형 RPG(역할수행게임) '프로젝트 BSS' 신작 3종의 시연 부스를 마련해 이용자들을 만났다.
또 2024년 상반기 TL을 북미 시장에 선보일 예정으로, 엔씨소프트는 글로벌 유통사 아마존과 협업하고 있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블로터>에 "불확실한 경영 환경 대응을 위해 선택과 집중에 기반한 조직 개편을 진행했다"며 "엔씨소프트 구성원이 원 팀(One-Team)으로 협업 역량을 높여 경영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미래 성장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안신혜 기자 doubletap@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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