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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케미칼 '재무통' 김기동 CFO, 장기차입 늘려 불황터널 돌파한다

Numbers 2023. 9. 19. 15:39

SK케미칼 판교 본사 전경. (사진=SK케미칼)

 

석유화학업계가 극심한 불황을 겪고 있는 가운데 SK케미칼이 돌파구 모색에 한창이다.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부진으로 경영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 효율적으로 곳간을 사수하고 있다.

다만 원자재 가격 상승, 글로벌 물류대란 등 경영 불확실성은 아직 남아있다. 이에 회사는 차입금 위주의 재무 전략으로 단기 유동성 확보에 최대한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올해 상반기 장기차입을 통해서만 3000억원 이상의 현금을 확보했다. 이러한 노력의 중심엔 지난해 초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선임된 김기동 경영지원본부장이 자리잡고 있다.

 

장기차입 확대, 돌파구 모색

 

SK케미칼은 지난 2년간 실적이 다소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2021년 연결기준 매출액 2조896억원을 달성한 후 2022년에는 1조8292억원, 올해 상반기 7358억원을 올리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는 6481억원에서 3219억원, 482억원 순으로 줄어들었다.

SK케미칼의 영업수익은 대부분 ‘그린케미칼’ 사업부문에서 나온다. 고기능성 코폴리에스터 수지와 친환경 소재 등을 생산한다. 상반기 기준 이 사업부의 매출액이 6569억원으로 전체 대비 89.3%를 차지한다. 나머지는 제약 사업부와 자회사 SK바이오사이언스를 통한 백신 사업에서의 영업활동을 통해 창출하고 있다.

국제 유가와 화학 원자재 가격이 상승 기조를 달렸던 지난 2년 간은 영업이익 창출이 쉽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백신 수요가 감소하면서 자회사 SK바이오사이언스의 실적 악화도 회사에 영향을 미쳤다.

이에 SK케미칼이 선택한 재무 전략은 ‘차입금 확대’다. 회사의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총차입금은 985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6% 증가했다. 특히 장기차입금의 비중을 확대한 것이 눈에 띈다. 이 기간 장기차입금은 133억원에서 3330억원으로 2403.8% 늘었다. 반면 단기차입금은 31.4% 줄어든 3787억원이다. 단기화 된 차입구조가 1년 만에 장기화된 것이다.

 



만기가 1년 이내인 단기차입금과 달리 장기차입금은 자금 조달에 대한 이자율이 낮다. 또한 상환 기간이 길어 유동성 측면에서 유리하다.

 

안정적 재무건전성 '자신감' 배경됐나

 

SK케미칼이 이 같은 전략을 선택한 데는 회사의 안정적인 재무건전성이 꼽힌다. 회사는 지난해 말 현금성자산이 1조7198억원에 달했다. 총차입금이 7000억원을 넘어서는데도 순현금 경영을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 또한 각각 45.7%, 18.4%로 안정권에 있었다. 이 지표는 올해 상반기 장기차입을 3000억원 이상 늘렸음에도 52.2%, 24.2% 수준에 그쳤다.

결과적으로 SK케미칼은 현금흐름 저하에도 올해 상반기 현금성자산을 1조5218억원이나 보유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말 대비 11.5% 감소한 수준이다. 앞으로 이어질 대규모 투자 실탄이 충분히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원자재 가격 상승, 글로벌 물류대란 등 대외적 경영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안심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CFO의 향후 조달 전략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SK케미칼의 CFO는 지난해 1월 부임한 김기동 경영지원본부장이다.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인디애나 대학에서 MBA 과정을 마친 김 본부장은 25년간 SK그룹에 몸 담아온 ‘재무통’이다. SK디스커버리에서 3년 간 재무실장을 역임했으며, 당시 SK신텍 대표이사, SK플라즈마·SK어드밴스드·TSK Water 기타비상무이사를 겸하기도 했다. 

 


김 본부장은 SK케미칼 CFO 자리에 올라선 이후 주로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다. 올해 사모 기업어음(CP) 발행이 2회, 공모 회사채 발행 1회다. 총 조달금액은 3000억원이다.

재무건정성이 다소 나빠질 수 있으나, 대외적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투자에 집중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회사는 지난해 말 △화학적 재활용△바이오 소재 △그린 에너지 사업으로 화학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환하고, 이를 위해 1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해당 사업부문에서 2030년까지 매출액 2조6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것이 계획이다.

박수현 기자 clapnow@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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