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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의 복안' 안동일 현대제철 사장, R&D '친환경 신사업' 올인

Numbers 2023. 9. 20.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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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일 현대제철 사장이 연구개발(R&D)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성과가 부진한 사업을 빠르게 정리하고 이를 통해 마련한 재원을 친환경 신사업에 적극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외부인사 출신인 안 사장의 발탁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된 만큼 그룹 미래 사업 비전과도 발을 맞춰가는 양상이다.

현대제철은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 7조1383억원, 영업이익 4651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전년 동기대비 매출이 3.3%, 영업이익이 43.4% 각각 감소했다. 글로벌 철강 시황 악화로 매분기마다 1000억원에 못 미치는 영업이익을 냈던 안 사장의 임기 초(2019∼2020년)와 비교하면 유의미한 성과다. 

 

경쟁사 '포스코' 엔지니어 출신 CEO

 

 

안 사장은 경쟁사인 포스코에서만 30년 넘게 몸담은 제철 설비 전문가이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는 전문경영인이다.

1959년생인 안 사장은 부산대학교에서 생산기계공학 학사를 취득하고 캐나다 맥길대 경영대학원(MBA) 과정을 마쳤다. 이후 1984년 포항종합제철(현 포스코)에 입사해 포항제철소 설비기술부 부장, 광양제철소 설비담당 부소장, 포스코 기술위원, 광양제철소 소장, 포항제철소 소장 등을 역임했다. 이 같은 현장 경험을 거쳐 2019년 현대제철 생산·기술부문담당 사장으로 영입됐다. 당시 총괄 수석부회장이던 정의선 회장이 부담을 무릅쓰고 직접 발탁한 첫 사장급 인사다.

경쟁사인 포스코 임원까지 지낸 안 사장의 이력을 두고 업계에서는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그간 현대제철 CEO는 내부에서 발탁되거나 현대차그룹 계열사 임원이 이동해오는 일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또 정의선 회장이 안 사장 영입에 대해 최정우 포스코 회장에게 직접 양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사장을 위해 현대제철 생산·기술부문 담당 사장이라는 직책을 신설키도 했다. 현대제철의 혁신을 이끌 철강 전문가로서 안 사장의 능력을 인정한 결과다.

안 사장은 신입사원들에게 문화인류학자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저서 '총, 균, 쇠'를 선물하는 등 철강인으로서의 자부심을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평생 쇳밥을 먹으며 묵묵히 걸어온 뚝심이 지금의 'CEO 안동일'을 만들었다는 전언이다.

 

비핵심사업 '손절'…R&D 비용은 2배 '껑충'

 

안 사장의 경영 전략은 과감한 조직개편으로 요약된다. 현대제철은 2020년 수익성이 저조한 박판열연설비, 컬러강판설비 등 비주류 사업을 정리했다. 대표적인 적자사업으로 지목돼온 단조 사업부문도 자회사 현대IFC로 분리했다.

글로벌 사업에도 메스를 댔다. 현대제철은 올해 상반기 중국 베이징법인과 충칭법인 매각 절차에 돌입했다. 베이징법인과 충칭법인은 국내에서 들여온 자동차 강판을 재가공해 현대차·기아의 베이징 공장과 충칭 공장에 납품하기 위해 설립된 곳이다. 하지만 2017년 사드 배치 이후 중국 정부의 한국 기업에 대한 보복 조치가 본격화되며 5년 연속 저조한 실적을 이어왔다. 대내외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비핵심 사업 부문을 빠르게 '손절'한 셈이다. 이 같은 사업 재정비를 통해 자금 유동성을 확보하고, 미래 사업 투자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와 동시에 안 사장 부임 이후 현대제철 연구개발(R&D) 비용은 해마다 증가하는 양상을 보인다. 현대제철은 안 사장이 부임한 지난 2019년 한 해에만 R&D 비용으로 1362억원을 투입했다.

 

(그래픽=박진화 기자)

 

이후 R&D 비용은 △2020년 1425억원 △2021년 2052억원 △2022년 2456억원으로 순차적으로 확대됐다. 안 사장 선임 4년 만에 R&D 비용이 2배 넘게 늘어난 셈이다. 이 기간 쏟아부은 금액만 7300억원에 육박한다. 매출액 대비 R&D 비용도 안 사장 선임 전인 2018년 0.65%에서 지난해 1%대로 올랐다. 같은 기간 또 다른 경쟁사인 동국홀딩스 R&D 비용은 △2018년 107억원 △2019년 102억원 △2020년 103억원 △2021년 119억원 △2022년 112억 수준으로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철을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는 탄소가 다량 배출된다. 안 사장과 현대제철이 표방하는 '지속가능한 친환경 철강사'로 나아가기 위해 저탄소 제품 개발을 위한 R&D와 인프라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안 사장은 현장에서 오래 근무하던 엔지니어 출신 전문경영인만큼 R&D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이같은 R&D 비용 증가에는 연구원들 영입에 따른 R&D 비용도 다수 포함돼있다"고 언급했다.

 

현대차그룹 '미래비전' 입각한 포트폴리오 강화 

 

안 사장의 행보는 현대차그룹의 비전과도 맞닿아있다. 정의선 회장은 2018년 수소 및 수소전기차 중장기 로드맵 'FCEV 비전 2030'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국내에서 연 50만대 규모 수소전기차 생산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게 주요 골자다.

이에 현대제철도 수소연료전지용 금속분리판사업, 연료용 수소 공급 사업도 강화한다. 아울러 2019년 론칭한 자동차용 철강 솔루션 브랜드 'H-솔루션(SOLUTION)'을  기반으로 고장력강·핫스탬핑 등 다양한 자동차용 소재 제품군도 함께 선보일 계획이다. 

안 사장은 "전기차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시장 상황에 발맞춰 친환경·경량화 자동차 소재 및 부품사업에 대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수익성 중심의 생산·판매 포트폴리오 구축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지원 기자 frog@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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