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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그룹은 국내 대기업 집단 중에서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하는 내부지분율도 70~80%대의 높은 수준으로 안정적인 지배력을 갖췄다. 이는 전선과 소재 사업 등 안정적인 기간산업의 특성에서 기인한다.
그러나 총수 구자은 회장이 2022년 취임하면서 조금씩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미래 성장동력으로 ‘배전반(배터리·전기차·반도체)’을 강조하며 대규모 투자와 기업공개(IPO)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이는 지배구조에도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승계 경쟁을 펼치는 오너 3세(총수 2세)들이 점차 지배력을 늘려 눈길을 끌었다.
3년차 맞이한 ‘구자은 체제’…점진적 외형 확대
공정위 발표에 따르면 LS그룹의 자본금(액면가 기준)은 최근 구 회장이 취임한 이후 3년간 꾸준히 증가했다. 회장 취임 당시인 2021년과 올해를 비교하면 3년만에 41.8% 늘었다. 이는 그룹의 규모가 꾸준히 성장했음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구 회장 취임 이후 신규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한 배전반 사업 공략 등 경영 전략이 있다.
실제로 LS그룹은 최근 몇 년간 확장에 필요한 주요 결정을 내렸다. 대표적으로 2022년 LS마린솔루션(옛 KT서브마린) 인수를 꼽을 수 있다. LS마린솔루션 1995년 설립된 해저 시공전문 업체로 해저 광케이블 사업에 특화됐다. 최근 IPO도 잇따라 추진 중이다. 구 회장 체제에서 LS머트리얼즈가 첫 타자로 나서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고 이어 LS이링크(E-Link)와 LS이브이코리아 도전장을 냈다.
LS그룹이 이처럼 규모를 확대하면서 지배력에도 변화가 따랐다. 특히 동일인인 구 회장의 지분율은 2022년만 하더라도 0.69%였지만 이후 2023년 0.57%, 2024년 0.42%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총수일가의 지분율도 4.59%에서 지난해 3.94%, 올해 2.96%로 잇따라 하락했다.
다만 전체 내부지분율은 74.83%에서 82.17%로 상승했다가 74.78%를 기록했다. 올해 크게 떨어졌지만 다른 기업집단의 지분율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같은 지배력 변화에는 계열사가 영향을 미쳤다. 인수합병(M&A) 등 확장에서 역할을 수행하며 65.53%에서 73.63%로 상승했다가 올해 68.27% 내렸다. 계열사가 전체 내부지분율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7.6%에서 89.6%, 91.3%로 꾸준히 올랐다.
LS그룹의 확장 전략은 공정위가 공개한 기업집단 IPO 현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올해 집계된 전체 계열사수인 67개 가운데 IPO를 진행한 기업은 10개였다. IPO 비율은 지난해 10.2%로 기업집단 20위까지의 평균보다 낮은 수준이었지만, 올해 14.9%로 4.8%p 올랐다. 같은 기간 자본금 기준으로도 IPO 비율은 44.3%에서 50.3%로 6%p 상승했다.
사익편취로 살펴본 ‘사촌경영’ 특징
구 회장 체제에 들어서면서 눈에 띄는 부분은 ‘총수 2세’로 분류되는 오너 3세의 약진이다. 구자열 LS 이사회 의장이 회장이던 당시 오너 3세의 지분율을 살펴보면 2021년 0.03%, 2022년 0%로 미미한 수준이었다. 그러다 2022년부터 0.1%로 오르면서 존재감을 보이더니 지난해 0.19%로 재차 상승했다. 올해는 전체 자본금 증가의 영향으로 0.14%로 하락했지만 영향력은 여전한 상황이다.
LS그룹은 독특한 사촌경영 방식의 지배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2004년부터 오너 1세대인 구태회·구평회·구두회 명예회장과 세 장남이 돌아가며 회장을 맡았다. 현재 구 회장까지 2세 경영인들은 큰 문제없이 총수를 이어갔다. 때문에 오너 3세 들어서 전통을 지킬지 변화가 나타날지는 거버넌스의 주요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또 다른 지배구조의 특징으로 ‘한 지붕 세 가족’ 방식의 체제를 꼽을 수 있다. LS그룹은 ㈜LS와 E1, 예스코홀딩스 3그룹으로 나뉘어져 운영하고 있다. 이 같은 특징은 공정위가 발표한 사익편취 규제대상 현황에서도 나타난다. 공정거래법상 사익편취 대상인 ‘총수일가가 20% 이상 지분을 보유한 회사’를 살펴보면 예스홀딩스와 E1, JS전선이 있었다. 이들이 지분 50%를 초과 보유한 계열사는 8개였다.
공정위는 올해부터 기업집단이 제공하는 RSU(양도제한조건부주식) 등 주식지급 약정체결 현황도 공개하고 있다. RSU는 특정 기간 회사에서 제시한 조건을 충족하면 주식을 지급하는 장기 성과보상 제도다. LS그룹은 올해 구 회장과 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 등을 포함해 총 4건의 RSU를 지급했다.
윤필호 기자 nothing@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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