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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무구조도 작동 방식을 살피고 내부통제 강화 효과를 전망해 봅니다.
금융권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책무구조도 도입이 급물살을 탄 가운데 최고경영진에게 부과할 '고유의 자기 책임'이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는 금융지주 회장 및 은행장의 '내부통제 관리 책임' 강화를 의미하는데, 내부통제 실패 시 금융당국으로부터 '해임 요구'까지 받을 수 있는 핵심 사항으로 꼽힌다.
31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내년 초 책무구조도 도입 이후 금융권 횡령·배임·부당대출 등이 장기화 또는 반복되거나 광범위하게 발생할 때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임원은 행정 제재를 받는다.
책무구조도는 고위 임원의 내부통제 관리의무 위반에 대한 검사 및 제재 업무의 투명성과 일관성을 제고하기 위해 마련됐다. 즉 누가 어떤 의무를 다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는지 책임 소재를 밝히겠다는 취지다. 임원의 직책별 책무 체계를 일괄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책무체계도'와 임원별로 책무의 상세 내용을 기술한 '책무기술서'가 골자다.
당국은 책무구조도 상 관리 조치를 소홀히 한 책임자인 대표이사에게 △해임 요구 △직무 정지 △문책 경고 △주의적 경고 △주의 등을 내릴 수 있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지배구조법)에 따른 대표이사 등의 내부통제 등 총괄 관리의무(지배구조법 제30조의4) 위반과 임원의 내부통제 등 관리의무(지배구조법 제30조의2) 위반 등 개정된 지배구조법을 따른다.
지난 7월 개정법 시행 이전까지는 내부통제 관리에 실패한 은행장과 지주회장은 영업 현장에서의 책임자인 영업점장이나 본부장에게 지웠던 '감독자 책임'의 연장선상이었기 때문에 '주의' 등 경징계에 그쳤다. 사고를 친 당사자와 직급 차이가 날 수록 징계 수위는 약화되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가령 한 영업점에서 1000억원대 횡령이 발생했다고 가정하면, 사고자 A씨의 '직상위자'는 영업점장 B씨이고, 본부장 C씨는 '차상위자'다. B씨와 C씨는 A씨에 대한 관리 감독을 제대로 못 했기 때문에 감독자 책임으로 분류한다. 만일 A씨가 해고 처분을 받는다면 직상위자 B씨는 A씨 징계에 대한 '마이너스 1' 징계인 '정직', 차상위자인 C씨는 '마이너스 2' 징계인 '단봉' 처분을 받는다.
개정 이전 법대로라면 담당 임원과 대표이사도 감독자 책임으로 분류돼 A씨 징계에 대한 '마이너스 3', '마이너스 4' 징계로 결국 경징계를 받았다. 은행장과 지주회장에게 '고유의 자기책임'을 부과하게 된 배경이다.
법 개정 이후부터는 대표이사에게 책무구조도 마련 및 내부통제 관리라는 고유의 자기 책임을 부과하며 책임지어야 할 영역을 완전히 분리했고, 이에 따라 해임 요구 및 직무 정지와 같은 중징계 처분도 가능해졌다. 판단 기준은 위험이 장기화되고 반복적이거나 조직적으로 광범위하게 퍼져있느냐 여부다.
성수용 금융감독원 선임교수는 "올해 7월 3일 법이 개정됐고 직상위자와 차상위자에게는 종래의 같은 방식으로 처분하지만, 임원과 대표이사는 내부통제 관리 의무인 고유의 자기 책임을 묻게 됐다"며 "내부통제 관리 의무는 지역 본부장이나 영업점장 등 담당 팀장이 사고를 내지 않도록 지도하고 감독하고 점검하는 의무"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직적이고 반복적인, 회사의 구조적인 문제로 발생한 사고라고 판명이 나면 임원의 '자기 책임'으로 돌아오는 구조"라며 "감독자로서 처벌을 받는 게 아니라 이 사고를 친 사람(A씨)과 동일선상에서 처벌을 받게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표이사는 책무구조도를 마련하는 당사자이자 내부통제 총괄 관리의무를 부여받는 책임자다. 이 때문에 중대한 금융사고 발생 시 처벌 감경 및 면제받기 위해서는 그동안 어떤 내부통제 관리 조치를 했는지 증명해 보일 수 있어야 한다. 즉 '상당한 주의 업무를 통해 내부통제 관리 조치를 했고 이 사고는 조치를 벗어난 수준'이라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책무구조도 완성은 내부통제 역량 갖췄다는 선언"
이런 가운데 개정 지배구조법에 따른 내부통제 등 관리 의무는 금융회사가 책무구조도를 작성해 금융당국에 제출한 시점부터 적용된다. 금융위원회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은행과 금융지주사의 제출 시기는 내년 1월 2일까지다. 신한은행(9월 23일)을 시작으로 하나은행(10월 25일), 신한지주(10월 28일), 우리지주 및 은행(10월 28일), KB금융 및 국민은행(10월 30일) 등 4대 금융지주가 조기 제출을 이끌고 있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제도의 조기 안착을 위해 이달 말까지 책무구조도를 조기 제출한 금융사를 대상으로 다음 달 초부터 올해 말까지 시범 운영에 들어가겠다고 했다. 다만 제출 시점부터 금융 CEO에게 고유의 자기 책임이 적용되는 만큼 이 기간 내부통제 관리의무 등이 완벽하게 수행되지 않더라도, 즉 관리 미숙으로 금융사고가 일어나더라도 금융사가 소속 임직원의 법령 위반 등을 자체적으로 적발 및 시정할 경우 제재의 감경‧면제를 내 걸었다.
이 같은 '인센티브' 덕에 금융사가 조기 제출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부정적 의견도 나왔다. 4대 은행장의 임기 종료 시점이 올 연말인 만큼 제재에 대한 면피 수단으로 조기 제출을 서두르고 있다는 뜻이다. 이 같은 주장은 내년 1월 제출을 고수했던 대부분의 금융사가 유인책 발표 이후 입장 전환을 했기 때문에 힘이 실렸다.
이와 관련해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책무구조도 완성은 스스로 자기들이 내부통제를 할 수 있는 역량 체계를 만들었다는 선언과 같은 의미"라며 "내부통제 관리 조치를 철저히 해서 사고 예방을 주력해야 할 경영적 필요성도 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명색에 금융 CEO 라는 분들이 시범 운영 기간에 사고 나면 제재 면피할 수 있을 거라는 안일한 생각에서 조기 제출하는 것은 아닐 거다"며 "금융사들도 1년 넘게 준비해 온 것이고 10월이면 책무구조도가 나올 때가 됐다"고 말했다.
당국은 지난해 6월 22일 금융사의 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 개선 방안을 내며 책무구조도 도입의 신호탄을 쐈다. 당국은 개정한 지배구조법을 같은 해 12월 8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고 올해 1월 2일 제정, 개정법은 내부통제 방안 도출 1년여 만인 7월 3일 시행됐다. 당국 타임라인에 맞춰 은행권도 1년 5개월의 준비 과정을 거쳤고 내부통제 관리를 위한 책무구조도를 완성했다.
최주연 기자 prota@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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