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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레벨 탐구] 김도형 현대건설 CFO, 영토확장 '안살림 안정화' 특명

Numbers_ 2024. 9. 11.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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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레벨 탐구] 김도형 현대건설 CFO, 영토확장 '안살림 안정화' 특명

기업 최고 의사결정권자(CEO, CFO, COO, CIO 등)의 과제와 성과를 소개합니다. 현대건설은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워크아웃에 들어갔으나 구조조정을 거쳐 회생에 성공했다.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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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최고 의사결정권자(CEO, CFO, COO, CIO 등)의 과제와 성과를 소개합니다.

 

국내 건설사 중 현대건설이 최초로 라틴파이낸스가 선정한 '2021올해의딜' 구조화 금융부문에 선정됐다. 김도형 당시 재무관리실장(중간)이 뉴욕에서 진행된 시상식에 참석한 모습 /사진=현대건설


현대건설은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워크아웃에 들어갔으나 구조조정을 거쳐 회생에 성공했다. 이후 현대자동차 그룹에 매각된 뒤로는 안정적인 재무 환경을 유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현대건설 인수 이후 현대차 출신의 재무담당자를 배치하며 자금 관리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현대차 출신의 재무담당자들은 부채비율 등 재무안정성 관리에 초점을 두고 경영 활동에 관여해 왔다. 현대건설이 위기에 빠졌던 1990년대 후반은 아시아 금융위기로 인해 회사채 금리가 17~22%까지 뛰었던 시기다. 당시 이라크 건설 현장에서 공사대금 1조원을 받지 못하는 일까지 겹치며 현대건설은 1999년에만 무려 121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당시 부채비율은 299%까지 치솟았다.

 
현대건설 첫 '1970년대생' 등기임원


현대건설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고 있는 인물은 김도형 상무다. 그는 재경본부를 이끌며 현재 현대건설의 자금 조달과 재무 관리를 총괄하고 있다.

김 상무는 1973년생으로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2000년 현대자동차에 입사해 재무 업무를 줄곧 담당해 왔다. 2011년 현대건설에 합류한뒤 재무관리실장을 거쳐 재경본부장에 올랐다.

그는 현재 현대건설 등기임원 중에선 유일한 1970년대생이다. 1970년생인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취임 이후 계열사 곳곳에 1970년대생 임원을 전진 배치했으나 현대건설에서는 등기임원 중 1970년대생이 이름을 올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윤영준 대표의 지휘 아래 현대건설은 공격적 수주와 외형 성장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유동비율은 낮아지고 부채비율은 증가하는 재무적 변화가 나타났다. 2020년 200%를 넘겼던 유동비율은 지난해 180%까지 감소했고 부채비율은 104%에서 127%로 증가했다.

위험 수준은 아니지만 재무적으로 유지 또는 관리가 필요한 상황에서 재경본부의 지휘봉을 잡았다. 김 상무 부임 이후 현대건설의 재무상태는 안정적로 유지되고 있다. 6월 기준 유동비율은 176.5%, 부채비율은 130%로 나타났다.

김 상무는 회사채 발행 등 대규모 자금 차입은 아직 진행하지 않았다. 1월 전임자 김광평 전무가 30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한 직후 부임했기 때문에 자금 조달의 필요성이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사업 진행을 위한 외부 차입은 꾸준히 늘고 있다. 줄곧 마이너스였던 현대건설의 재무활동 현금흐름은 지난해부터 플러스로 전환된 상황이다. 차입이 늘면서 현금 유입액이 점차 늘어났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의 재무활동 현금흐름은 6월 반기 기준 138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반기 3294억원보다는 적은 수치다. 지난해보다는 외부 차입이 줄었으나 여전히 기존 수주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외부 차입을 늘리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현대건설은 실질적으로 현재 무차입경영 상태다. 다만 최근 들어 순차입의존도가 -2.6%까지 상승하면서 2016년부터 이어져 온 실질적 무차입 기조 유지를 위해 자금 조달 관리는 필요한 상황이다.

2021년~2023년 현금흐름표 /사진=현대건설

 

구조화금융 전문가, 해외 사업 자금 조달 키맨


김도형 상무는 구조화금융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현대건설이 포스코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등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2020년 파나마 메트로청이 발주한 3호선 공사를 수주할 당시 자금 조달을 이끌었다.

현대건설은 수출입은행과 한국무역보험공사 등과 접촉해 자금을 조달했다. 중남미에서는 일반적으로 공사대금 조달을 위해 발행한 채권을 금융기관이 매수해 먼저 자금을 지급하고 3년~7년 후에 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을 활용한다. 이를 중장기 수출채권 매입 제도라 부른다.

이 제도를 활용해 27억달러를 향후 지급하는 조건으로 지급불이행이 발생하더라도 상환 청구 요청을 하지 않겠다는 확약을 달아 파나마 국책은행을 포함해 10여개 글로벌 은행에서 9년간 20억달러 규모의 공사 대금 조달에 성공했다.

김 상무의 이러한 구조화금융 설계 역량을 기반으로 현대건설은 향후 중남미 시장에서 다양한 공사 수주에 도전할 계획이다. 현대건설이 해외 사업 역량을 강화하려 하는 만큼 해외 사업 관련 자금 조달에 대한 수요도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대건설이 집중적으로 수주를 늘리고 있는 중동 지역의 자금 조달 구조는 국내와 다른 전문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김 상무의 자금조달과 관리 역량이 더욱 중요해진 상황이다. 

 


김진현 기자 jin@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