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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어디로] 경영권 분쟁 끝...풀어야 할 숙제는

Numbers 2025. 2. 17.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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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어디로] 경영권 분쟁 끝...풀어야 할 숙제는 

한미약품 창업주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종결됐다. 최근 한미사이언스는 이사회에서 임종훈 대표이사가 사임하고, 송영숙 그룹 회장이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5월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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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한미약품


한미약품 창업주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종결됐다. 최근 한미사이언스는 이사회에서 임종훈 대표이사가 사임하고, 송영숙 그룹 회장이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5월 공동대표직에서 물러난 지 9개월 만의 복귀다. 

1년 넘게 이어져 온 창업주 일가의 경영권 분쟁으로 송 회장이 풀어야할 숙제는 산적하다. 업계 안팎에선 가족 간 갈등 봉합과 전문경영인체제 도입 등이 먼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창업주 일가의 경영권 분쟁, 모녀 측 승리로 

한미 일가의 경영권 분쟁은 앞서 지난해 1월 송 회장 모녀가 상속세 납부 등을 위해 한미사이언스와 OCI 그룹의 통합을 추진하자, 임 대표와 형 임종윤 이사가 반발하면서 촉발됐다. 이후 지난해 3월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에서 임종윤·임종훈 형제가 한미사이언스의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의 표를 얻게 되면서 모녀 측은 경영권을 잃게 됐다. 결국 지난해 5월 송 회장은 대표직에서 해임됐다.

그러나 형제 측이 한미사이언스 경영권을 쥔 이후 주가가 대폭 하락하자, 신 회장이 지난해 7월 모녀 측과 손을 잡으면서 상황은 급변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한미약품 이사회에서도 모녀와 신 회장 등 ‘4인 연합’ 측 이사가 6명이 되면서, 형제 측(이사 4명)보다 우위에 섰다. 최근에는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서도 형제 측의 인사가 자진 사임하면서 4인 연합 측이 장악했다.

결국 전날 동생인 임 대표의 자진 사임으로 이어지면서 창업주 일가의 분쟁은 모녀 측의 승리로 결론이 지어졌다. 이로써 송 회장과 딸 임주현 부회장,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사모펀드 운용사 라데팡스파트너스 등 ‘4인 연합’이 한미약품에 이어 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의 경영권도 확보했다. 

임종윤 이사 거취 확정…중국법인 동사장 선임

한미약품그룹은 앞으로 조직을 재정비해 안정시키고 경영을 정상해야하는 중대 과제가 남아있는 가운데, 전날 별도 입장을 내지 않았던 임종윤 이사는 한미약품자회사인 북경한미약품유한공사 동사장에 선임됐다고 이날 밝혔다.

코리그룹에 따르면 북경한미는 최근 동사회를 개최해 임 회장을 동사장으로 선임했다. 권용남 북경한미 경영지원부 고급총감과 서영 연구개발센터 책임자, 이선로 코리 이태리 대표 등 3명은 신규 동사로 임명됐다.

북경한미는 한미약품과 중국 화륜그룹이 약 3대 1 비율로 지분을 출자해 설립됐다. 한국 측 동사 3명, 중국 측 동사 2명 등 총 동사 5명으로 동사회를 구성하고 있다. 북경한미는 지난해 매출 3856억원을 기록하는 등 3년 연속 매출 3000억원 이상을 달성한 바 있다. 

코리그룹 관계자는 “1년 넘게 지속된 한미약품 경영권 분쟁이 종식 단계에 있는 시점에서 북경한미 성공을 다시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경한미 / 사진제공=한미약품


 경영정상화 나선 한미약품…‘머크식 전문 경영인 체제’ 언제쯤

다만 경영정상화에 주력한다고 밝힌 한미약품은 수익성이 감소한 상황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조4955억원으로 전년 대비 0.3% 증가했다. 같은기간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2162억원, 1435억원으로 각각 2%, 13.2% 감소했다. 한미약품 측은 지난해 MSD로부터 유입된 마일스톤에 따른 기저 효과와 독감 유행 지연, 의정 갈등 장기화 등 통제 불가능한 요인들에 영향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분쟁이 종결된 전날 송 회장은 “그룹 조직을 재정비해 안정시키고 경영을 정상화하는 데 매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미약품은 ‘머크식 전문 경영인 체제’를 도입한다는 뜻을 공고히 했다. 머크는 가족위원회와 파트너위원회 등 2개 위원회를 운영한다. 가족위원회는 머크 일가와 머외부 전문가로 혼합해 파트너위원회 구성원을 선출하는 방식이다. 파트너위원회에서 머크 최고 경영진이 선임되고, 최고경영인은 독자 경영을 추진할 수 있으며 대주주의 감독을 받는다. 

앞으로 새 전문경영인이 선임되면 오너일가 지분을 연이어 사들이면서 1대 주주로 올라선 신 회장과 형제, 모녀 간의 경영 역할에도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약품은 전문경영인 체제에 대한 공식적인 답변을 내놓지는 않았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전문경영인 체제 확립에 관련한 모든 것에 대해서는 3월 정기주총 이후 공식적으로 말씀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경영권 분쟁을 촉발시킨 '한미사이언스와 OCI 그룹의 통합 건'을 재추진할 계획은 없다며 선을 그었다. 

주샛별 기자 jsb31660@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