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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억에서 667억으로…탑코의 '탑툰' 분할·합병 방정식

Numbers 2025. 2. 17.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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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억에서 667억으로…탑코의 '탑툰' 분할·합병 방정식

35억원으로 시작한 자회사가 4개월만에 668억원의 기업가치를 평가받게 됐다. 국내에서 성인 웹툰 플랫폼으로 유명한 ‘탑툰’ 얘기다. 10여년간 웹툰 사업을 영위하며 그룹 내 캐시카우 역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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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탑툰

 

35억원으로 시작한 자회사가 4개월만에 668억원의 기업가치를 평가받게 됐다. 국내에서 성인 웹툰 플랫폼으로 유명한 ‘탑툰’ 얘기다. 10여년간 웹툰 사업을 영위하며 그룹 내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해왔던 탑툰은 그룹 차원의 리빌딩으로 변화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분할 후 3개월 만에 합병…본질가치 668억원

탑툰은 2014년 1월 설립된 종합 콘텐츠 기업 ‘탑코’가 운영하는 웹툰 전문 플랫폼이다. 불과 3개월 전까지만 해도 법인 형태가 아닌 '플랫폼'이었지만, 지난해 12월 31일 물적분할을 통해 탑코의 자회사로 새롭게 출범했다. 분할 당시 탑툰의 순자산가액(자산-부채)은 35억원으로 평가됐고, 이는 곧 탑코가 보유한 탑툰 지분의 장부가액에 반영됐다. 탑코의 전체 재산에서 탑툰이 35억원 정도 차지한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탑코는 탑툰을 또 다른 자회사 탑코미디어에 합병시키기로 했다. 코스닥 상장사인 탑코미디어는 오는 28일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이를 위한 ‘합병승인의 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이후 채권자 이의제출 등을 거쳐 4월1일자로 합병을 완료할 계획이다. 합병이 마무리되면 탑툰은 탑코미디어의 사업 부문으로 편입된다. 탑코의 사업부에서 자회사로 분리된 지 3개월 정도 지난 시점에 탑코미디어의 사업부로 옮겨간다고 볼 수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탑툰의 ‘기업가치’다. 이번 합병에서 탑툰의 본질가치는 668억원으로 평가됐다. 현행법상 비상장사를 분할할 때는 순자산가액을 기준으로 가치를 평가한다. 반면 합병할 때는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가중산술평균한 값으로 가치를 매긴다. 분할은 기업의 현재 재무상태를 기준으로 한 회계적 평가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합병은 기업의 미래 수익성과 잠재적 가치를 함께 반영한다는 것이다.

탑툰의 지난해 매출은 556억원으로 2022년 711억원 대비 21.7% 감소했다. 그러나 외부평가를 맡은 회계법인 리안은 탑툰이 올해부터 회복세에 진입해 오는 2029년 752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또한 85억원 수준에서 204억원으로 2.4배 증가한다고 전망했다. 이를 바탕으로 회사의 영업가치를 1234억원으로 평가했고 여기에 비영업자산 가치와 이자부부채 등을 적용해 1090억원의 수익가치를 도출했다.

이를 탑툰의 순자산가액 35억원과 1대 1.5의 비율로 가중산술평균한 본질가치는 668억원이다. 탑툰이 주당 6만6753원(본질가치/발행주식총수)의 가치를 지닌 기업으로 탈바꿈하게 된 배경이다.

 


탑코미디어-탑툰 합병 수혜자는 '지배주주'

이 같은 가치평가 방식으로 가장 큰 이익을 보는 건 지배주주 측이다. 합병에 따라 탑코에게 2726만8382주의 합병신주가 발행되기 때문이다. 비상장사인 탓에 미래 수익을 예측해 합병가액을 산정한 탑툰과 달리, 상장사인 탑코미디어는 시장에서 거래되는 명확한 기준시가로 계산할 수 있다. 탑코미디어의 주당 평가액이 2448원으로 산정되면서 탑툰과의 합병비율은 1대 27.2683824로 확정됐다.
 


이에 합병 이후 탑코의 탑코미디어 지분율은 기존 29.84%에서 68.65%로 38.81%p 높아질 전망이다. 창업주인 유정석 대표의 탑코미디어 지분율은 4.54%에서 2.03%로 2.51%p 낮아진다. 그러나 유 대표의 탑코 지분율이 50%라는 점을 감안하면 탑코미디어 간접지분율은 14.92%(50%*29.84%)에서 32.33%(50%*68.65%)로 17.41%p 상승하게 된다. 직접지분율(2.03%)을 더한 유효지분율은 34.36%다.

결과적으로 유 대표는 돈 한푼 들이지 않고 상장사에 대한 지배력을 끌어올리게 된 상황이다. 유 대표의 자산 중 상당 부분이 유동화 가능한 상장사 지분으로 전환됨을 의미한다. 탑툰을 탑코에서 분할시켜 탑코미디어에 합병시키는 것만으로 취할 수 있는 전략적 이득이다.

박수현 기자 clapnow@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