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분석

[게임사 곳간점검] 엔씨소프트 ROA '뚝'…왜

Numbers_ 2025. 3. 27.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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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사 곳간점검] 엔씨소프트 ROA '뚝'…왜

엔씨소프트가 실적 감소로 총자산수익률(ROA)도 떨어졌다. 2021년 이후 ROA 하락만 올해로 4년째다. 기업 지분 등을 팔아 빚을 갚으며 자산을 줄였지만 순이익 감소 비율 증가세를 감당하지는 못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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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엔씨소프트 김택진·박병무 공동대표 /사진 제공=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가 실적 감소로 총자산수익률(ROA)도 떨어졌다. 2021년 이후 ROA 하락만 올해로 4년째다. 기업 지분 등을 팔아 빚을 갚으며 자산을 줄였지만 순이익 감소 비율 증가세를 감당하지는 못했다. 일시적 비용 확대에 이은 기업가치 지표 하락까지 엔씨소프트의 체질개선이 난항을 겪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연결 ROA는 2.25%로 전년 대비 2.59%p 낮아졌다. ROA 하락은 돈을 버는 자산이 줄었다는 의미다. ROA는 기업의 당기순이익을 총자산으로 나눈 값이다. ROA가 높으면 기업이 총자산을 효과적으로 이용해 이익을 냈다는 의미로 자산활용 효율성이 높다고 평가된다. 반대로 ROA가 낮으면 자산활용 효율성이 낮다는 뜻이다. 

기업의 ROA는 분자인 순이익이 늘거나 분모인 자산이 줄면 상승한다. 둘 다 증가한 경우 순이익이 자산보다 더 높은 비율로 커질 때 ROA가 올라간다. 반면 순이익이 감소하거나 자산이 증가하면 ROA는 하락한다. 둘 다 줄어들 경우 순이익 감소 비율이 자산 축소 비율보다 크면 ROA는 떨어진다. 

엔씨소프트는 순이익이 감소 비율이 자산 감소 비율을 넘어서면서 자산활용의 효용성이 낮아진 경우다. 분자가 분모보다 더 많이 줄어든 것이다. 엔씨소프트의 지난해 순이익은 전년 대비 56% 축소된 반면, 총자산은 4조3938억원에서 3조9539억원으로 11% 줄어든 데 그쳤다. 

구조조정으로 퇴직위로금이 발생해 실적이 악화된 결과다. 일회성 인건비의 영향으로 1092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여러 신작을 출시해 마케팅비가 전년보다 51% 증가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수년간 이어진 부진을 끊기 위해 비용을 줄이는 과정에서 발생한 이른바 ‘계획된 적자’다. 엔씨소프트는 모바일게임 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핵심 지식재산권(IP)인 ‘리니지’ 매출 하향과 신작 흥행 부진 등으로 순이익이 줄었다. 창립자인 김택진 공동대표는 지난해 박병무 공동대표를 영입해 대대적인 체질개선에 나섰다. 

박 대표는 허리띠를 졸라매면서도 비용이 커지는 리스크를 감수하는 동시에 보유한 자산을 팔아 '실탄'을 마련했다.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파이프라인을 다양화하고 인수합병(M&A)으로 IP를 확보하려는 행보다. 가상자산인 수이코인을 매각하고 △하이브로 △버프스튜디오 △엔트리브소프트 △클렙 등의 타법인 주식도 팔았다. 신한자산-커버드콜 을 비롯해 △트러스톤자산-집합투자(PEF) △신한자산-국내채권 △미래에셋자산-글로벌 주식 △타임폴리오-주식롱쇼트 등의 투자자산을 정리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연결기준 엔씨소프트의 단기금융상품은 1783억원, 유동투자자산은 398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84.7%, 93.2% 감소했다. 매각자금으로 곳간을 채우면서 같은 기간 연결기준 투자현금흐름에서는 유입액이 1045% 늘어난 1조2941억원을 기록했다. 

투자현금흐름 증가는 자산을 팔아 투자금을 회수했다는 의미다. 엔씨소프트의 지난해 연결기준 현금흐름이 1조2605억원으로 전년 대비 245% 늘어난 데는 자금 회수가 주요한 역할을 했다.

 

엔씨소프트의 순이익·총자산 증감 추이(단위:억원) /자료=엔씨소프트 사업보고서, 표 정리=조아라 기자


자금의 일부는 빚을 갚는 데 썼다. 차입금 2400억원을 포함해 부채를 덜어내면서 지난해 연결기준 재무현금흐름은 -5131억원으로 유출 규모가 전년보다 196% 늘었다. 현금이 그만큼 빠져나갔다는 얘기다. 

통상 유동성 확보는 기업가치 하락으로 이어진다. 투자를 줄여 미래 성장 가능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엔씨소프트는 자금을 확보하면서 지난해 유동비율이 555.1%로 전년 대비 174.7%p 개선됐다. 다만 차입금을 줄이면서 지난해 연결기준 부채비율(29.1%)을 전년 대비 6%p 낮추는 동시에 자산 규모를 축소하면서 ROA 하방 압력을 완화하는 효과를 봤다.

한국예탁결제원 참고(소수점 둘째 자리에서 반올림) /표=조아라 기자


다만 ROA가 감소세를 보이는 점은 우려된다. 엔씨소프트의 ROA는 △2021년 15.8% △2022년 9.7% △2023년 4.8% 등으로 하락했다. ROA는 수익성 지표로 주가와 높은 밀접도를 보인다. 엔씨소프트의 주가흐름이 ROA와 비슷한 추세를 나타내는 것도 이 때문으로 분석된다. 

엔씨소프트 주가 추이/표=네이버 증권


엔씨소프트는 올해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을 포함해 슈팅과 서브컬처 등 다양한 장르의 신작으로 실적과 기업가치 반등에 나설 계획이다. 올해 하반기에는 자체 개발한 신작 '아이온2'와 'LLL'을 선보인다. 또 지난해 퍼블리싱 권한을 확보한 '브레이커스'와 '타임테이커즈'도 연내 출시를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지난해 조직효율화로 비용을 줄이고, 올해는 신규 게임 개발과 퍼블리싱 사업 확대로 턴어라운드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주가부양책에 대해서는 “2025~2027사업연도에는 기존과 동일하게 연결 순이익의 30%를 현금배당할 계획이다. 또 올해부터는 배당 예측 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해 배당 기준일을 배당액 확정일 이후로 정했다”며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배당선진화 정책의 취지에 맞춰 개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아라 기자 archo@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