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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 포커스] 영풍, 검표만 2시간 '집중투표제' 막았다

Numbers_ 2025. 3. 28.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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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 포커스] 영풍, 검표만 2시간 '집중투표제'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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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영풍


"이런 주총은 사상 처음입니다"

영풍 정기 주주총회는 1월 파행될 뻔했던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의 데자뷔였다. 당초 오후 2시 시작하기로 했으나 위임장 검표만 2시간 걸렸다. 검표 과정서 일부 중복된 표가 확인돼 영풍과 영풍정밀이 협의한 시간까지 감안하면 사실상 사전 절차에만 5시간 소요된 셈이다. 

영풍은 27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본사에서 정기 주총을 개최했다. 오후 2시 시작하는 것으로 사전에 고지했지만 실제로 출석 주식 수 보고는 저녁 늦게 이뤄졌다.

이날 영풍 주총은 내일 열리는 고려아연 주총의 '전초전'으로 장·최 두 가문이 맞붙는 사상 초유의 주총으로 예고됐다. 그동안 장 씨 측이 고려아연 주주로서 배당을 요구한 적은 있어도 최 씨 측이 영풍을 상대로 대립각을 세운 적은 없었다. 최 씨 측은 오히려 영풍의 지분을 대부분 정리해 자회사 영풍정밀 외에는 지분이 미미했다. 

영풍이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고려아연 경영권을 위협하자 최 씨 측은 영풍정밀을 앞세워 처음으로 주주로서 행동에 나섰다. 영풍정밀은 △현물배당 도입 △집중투표제 도입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김경율 후보 추천 등을 주주제안했다. 

영풍 주주총회가 세간의 관심을 끈 것은 처음이다. 영풍 측은 늦게까지 개회 선언도 못한 것은 전례없는 일이라고 당혹감을 드러냈다. 

영풍 관계자는 "위임장 검표하는 시간이 1시간 소요될 것으로 보고 사정이 급한 주주는 사전 투표할 수 있게 투표장을 배부했다"고 설명했다.

오후 4시께 검표를 마쳤지만 중복 위임장이 발견돼 영풍·영풍정밀 양 측 검사인 입회 아래 이를 어떻게 처리할 지 논의하는데 시간이 추가로 소요됐다.

1월 고려아연 임시 주총을 지켜본 주주가 상당 수여서 이날 주총이 늦어진 것에 대해 주주 동요는 없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자 위임장에 대한 양 측 합의가 늦어지면서 1시간 정회했다. 회사 측은 "저녁 식사를 하고 다시 모이는 것으로 주주에게 공지했다"고 말했다. 

오후 7시께 의장을 맡은 김기호 사장이 인사말을 전했다. 김 사장은 "친환경 아연잔사 재처리 기술을 귀금속 및 희소금속 제련에 확대 적용해 수익성을 높이는 한편 화석연료 기반 공정을 단계적으로 전환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ESG 기준을 충족하겠다"고 말했다. 

제1호 의안 '제74기 연결 및 별도 재무제표승인의 건'부터 통과가 쉽지 않았다. 일부 소액주주가 배당이 적다며 불만을 제기한 것이다. 영풍은 1호 의안 처리를 뒤로 미루고 2호 의안 '정관 일부 변경' 표결로 들어갔다. 

정관 변경 건은 영풍 이사회, 영풍정밀 주주제안이 한데 묶여 일찌감치 접전을 예상했다. 영풍 이사회는 액면분할을, 영풍정밀은 현물배당·집중투표제 도입을 주장했다. 특히 집중투표제는 대주주의 의결권이 3%로 제한되는 '3%룰'이 적용된다. 영풍개발 등 장 고문 일가가 보유한 영풍 지분은 총 52.65%이지만 3%룰 적용 시 의결권은 13.95%로 줄어든다. 

주주들은 이사회 내 위원회 설치하고 액면 분할을 제시한 영풍 이사회의 손을 들어줬다. 영풍정밀이 제안한 현물배당은 반대 쪽이 우세했다. 집중투표제 역시 부결됐다.


김수정 기자 crystal7@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