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spective 156

[박종면칼럼] KB금융 양종희 회장과 '지천태'(地天泰)

개인도 가정도 기업도 국가도 모두 꿈꾸고 바라는 게 있다면 그것은 바로 평화입니다. 경전 중의 경전 ‘주역’에서 평화에 해당되는 괘를 찾자면 64괘 중 11번째인 지천태(地天泰)입니다. 지천태의 괘는 그야말로 만사태평이고, 모든 게 잘 돌아가고, 편안하고 형통한 상태를 가르킵니다. 그런데 이 지천태 괘의 모양을 보면 우리 상식과는 다릅니다. 하늘과 땅, 양과 음이 뒤바뀌어 있습니다. 위에 있어야 할 하늘(양)이 아래에 있고 아래에 있어야 할 땅(음)이 위에 있습니다. 하늘과 땅이 뒤바뀌어 있는 게 태평성대의 전제조건이라는 것입니다. 지천태와 정반대의 괘가 12번째인 천지비(天地否)인데 이 괘는 하늘(양)이 위에 있고, 땅(음)이 아래에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모든 게 막히고 소통이 안되고 낭패를 보게 됩..

Perspective 2023.12.05

[CFO 리포트] 금융회사 CEO의 자리

하마구치 다카노리(‘사장의 일’ 저자)는 ‘사장 10계명’의 첫번째 계(戒) 로 ‘눈이 내리는 것도 내 책임’이라 생각하라고 했다. 업종이나 규모에 상관 없이 여느 회사 사장이든 그 자리는 ‘극한직업’ 임에 틀림 없다. 손해보험사 사장들은 겨울 철 함박눈이 결코 반갑지 않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여름철 장마철에는 침수 차량 걱정에 밤잠을 설친다. 코로나 시국에 감기환자와 병원 찾는 환자가 줄어들어 실손보험 지급보험금 감소로 경영실적이 개선되는 행운도 있다. 전지구적 환경과 기후변화를 두고도 걱정들이 태산이다. 세상의 경영자들 대부분은 자신의 뜻대로 통제할 수 없는 변수들이 너무도 많다는 사실에 늘 노심초사한다.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그 영향으로 나타난 결과에 대한 책임에서 결코 자..

Perspective 2023.12.04

디폴트옵션이 퇴직연금 도입 취지 살릴 수 있을까?

허정수 전 KB금융지주 CFO 기업의 재무적인 건강정도를 체크할 때 재무상태표나 손익계산서 등 정태적(Static) 정보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동태적(Dynamic) 경영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현금흐름표(Cash Flow)이다. 개인도 마찬가지이다. 은퇴 후 현금흐름 없이 대출 낀 시가 30억 강남 아파트 거주자는 보유세 부담으로 속이 탄다. 세금 걱정하는 친구에게 ‘자랑 질 말라’ 타박하는 또 다른 친구는 비록 집 값은 비싸지 않지만 현직에서 월급이나 안정적인 재테크로 매월 꼬박꼬박 현금흐름이 들어오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 근로자들 ‘주된 일자리’ 평균 퇴직연령이 49.3세이고, 정년퇴직 비율은 9.3% 이다. 노동시장에서 실제 은퇴하는 연령이 72.3세(OECD평균 64.5세)이니 평균 ..

Perspective 2023.11.28

착한 규제, 나쁜 규제, 멍청한 규제

허정수 전 KB금융지주 CFO 국가는 공동체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구성원들이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정하고 규제하는 일을 한다. 대부분의 규제는 사회적 가치증진이라는 선의로 출발한 ‘좋은 규제’로 시작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당초 기대와 정반대 결과로 귀결되는 경우도 많다. 선한 의도의 ‘좋은 규제’가 ‘나쁜 규제’로 바뀌는 것이다. 규제 의도가 불순하고 합리성이 결여되어 최악의 결과를 초래하는 ‘멍청한 규제’도 많다. 국가의 규제는 선한 의도 못지 않게 선한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1865년 영국의 적기법 (Red Flag Act, 증기자동차 운행 규제)은 마부들 생존권 보장이라는 ‘위장된 선의’로 도입되었지만 결과적으로 영국 자동차산업 발전을 지연시키고, 독..

Perspective 2023.11.20

조원태는 없고, 방시혁은 있는 것

“본질은 아티스트와 팬들의 행복이다. 이들에게 더 나은 환경과 미래를 제공한다는 목적으로 SM인수를 추진했지만, 오히려 아티스트와 팬을 배려하지 못한 결과를 낳았다. 이것은 하이브스럽지 않다” 지난 3월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서울에서 열린 관훈포럼에서 한 말이다. SM 인수전에서 하이브가 카카오에게 패한 게 아니냐는 일각의 평가에 대해 방 의장은 이같이 답했다. 방 의장은 2019년부터 SM인수를 준비했다. 케이팝 분야에서도 삼성전자나 현대차에 비견되는 글로벌 기업이 등장해야 한다는 오랜 바람에서다. SM 인수 추진만 4년. 글로벌 케이팝 기업의 탄생을 목전에 둔 방 의장은 스스로 브레이크를 걸었다. 평화로운 인수를 상상했지만 현실은 너무도 달랐다. 인수 시장은 과열돼 흡사 전쟁을 방불케 했다. 주주가치..

Perspective 2023.11.13

카카오의 위기, 성장통인가, 불치병인가?

허정수 전 KB금융지주 CFO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이 카카오톡을 만든 것은 좀 과장하면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에 비견된다. 시골 집안 어르신들을 비롯한 가족들이 카카오 단톡방에서 자주 만나 안부도 묻고 집안일도 상의하며 일상의 소회도 나눈다. 지난 여름 함께한 여행사진과 감상평을 곁들인 수담은 행복했던 시간들을 연장해주는 것 같다. 해외 이민 가 있는 친구와 무료 화상통화도 수시로 한다.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바꾸어 놓고, 전국민들에게 일상생활에서 건강한 소통의 장을 만들 준 것이다. 정보화시대에 정보 유통속도를 엄청나게 높여주고 정보비대칭을 완화하여 사람들의 생활편의와 경제적 효익을 크게 증대시켰다. 그런데 최근 지방에 거주하는 가족 한 분이 카카오 주식이 너무 많이 떨어져서 우울하다며 이..

Perspective 2023.11.06

반복되는 금융위기와 중위험 중수익의 소환

허정수 전 KB금융지주 CFO 세상만사의 유일한 변수는 시간이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은 시간의 흐름이 반영된 플로우(Flow) 개념의 ‘변화, 과정, 생명’과 관련이 깊은 말이다. 100 퍼센트 ‘완벽, 절대, 완성’ 이라는 말은 시간이 멈춘 스톡(Stock) 개념의 ‘정지, 결과, 죽음’을 의미한다. 살아 움직이는 세상 모든 일은 플로우 개념으로 봐야 보다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 금융위기도 마찬가지이다. 빌린 돈을 갚지 못하면 금융위기가 발생한다. 금리는 돈 값이다. 금리 변동 추이는 돈을 빌릴 수 있는 상황을 보여준다. 금리가 경제 상황의 가늠자인 것이다. 2000년 1월 9%로 출발한 한국채권시장 대표금리 국고채 3년물이 2007년 10월 5%대에서 코로나 팬더믹 와중인 2020년 ..

Perspective 2023.10.24

카카오뱅크가 '메기' 넘어 '고래'되는 길

2017년 7월 반포 한강공원에서 열린 카카오뱅크 출범식에 참석했었다. "레거시 뱅크(Legacy Bank)들의 모든 업무처리 과정을 수도 없이 분석하여 철저히 고객관점에서 프로세스와 시스템을 재구성했습니다" 라는 멘트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기존 은행들도 각자 처지에서 고객을 생각하며 나름 노력하고 있는데 과연 어떤 차이를 보여줄 지 무척 궁금했다. 서비스가 오픈 되자 기존은행들이 주지 못한 신선하고 편리한 서비스에 사람들이 환호하며 출범 단 2년 만에 1000 만명의 열혈 고객층 확보에 성공했다. 디지털 전략의 핵심이 ‘인감도장’을 정교한 ‘디지털화면’으로 구현하는 ‘기술’이 아니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도장’ 자체를 대체하는 ‘프로세스 혁신’이어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수십년..

Perspective 2023.10.16

삼성화재가 삼성생명 시가총액을 추월하는 날

자식 보다 더 오래 사는 부모가 다수 생겨나고, 사후 유가족 걱정(종신보험)보다 본인의 남은 여생 동안 병원비와 간병비 준비(질병보험)가 더 큰 고민으로 다가오는 것이 현실이다. 규제 때문에 ‘종신보험(사망담보)’은 생명보험사 단독 사업영역이지만 ‘제3보험(질병담보)’은 손해보험사와 생명보험사 모두 치열하게 경쟁하는 시장이다. 지금은 이 ‘질병담보’ 영역이 우리나라 보험산업에서 상대적으로 더 먹거리가 많은 곳이다. 그런데 지난 10년간 비슷한 환경속에서 같은 고객을 두고 경쟁해 온 두 진영의 성적표를 보면 손해보험사들이 생명보험사보다 더 약진을 했다. 2022년말 현재 운용자산은 생보 736.5조원, 손보 293.6조원으로 각각 80%, 150% 성장했다. 같은 기간 연간수입보험료는 생보 132.7조, ..

Perspective 2023.10.10

김재철의 꿈, 김홍국의 꿈

‘불가식즉길 이섭대천’(不家食則吉 利涉大川), “집에서 밥을 먹지 않으면 좋은 일이 생긴다. 큰 강을 헤쳐나가는 모험을 감행하면 이로운 일이 많을 것이다”는 뜻입니다. ‘주역’ 64괘중 26번째인 ‘산천대축(山天大畜)’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누군가 점을 쳐서 산천대축의 괘를 뽑았다면 그는 이미 내부에 많은 것을 쌓았기 때문에 자신의 한 몸을 위해 일하고 밥 먹을 게 아니라 천하의 어려움을 구제하기 위해 모험을 감행하고 도전해야 합니다. 더욱이 그런 도전을 하면 결과도 아주 좋다는 게 산천대축의 괘가 알려주는 가르침입니다. 국내 최대 해운회사 HMM(옛 현대상선) 인수전에 뛰어든 동원그룹의 창업주 김재철 명예회장이 “HMM 인수는 내 마지막 꿈을 이루는 것이며 바다에서 한평생 일군 회사인 동원이 누구보다 ..

Perspective 2023.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