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spective 156

[CFO 리포트] ‘채무자의 갑질’, 태영건설은 회생할까?

허정수 전 KB금융지주 CFO 태영건설 워크아웃을 두고 채권단과 금융당국, 채무자 간 공방이 지속되고 있다. 처지가 다르니 다툼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돈 빌려줄 때와 돌려 받을 때 갑과 을이 뒤바뀐다는 말이 빈말이 아니라는 게 실감난다. 최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 강석훈 행장의 강경 발언들은 이러한 상황을 충분히 짐작하게 한다. 기업이 경영을 잘못하여 망할 위기에 처하면 시장 논리로 보면 망하게 둬야 한다. 기업가치가 추락하고 영위하던 사업이 돈 되는 괜찮은 사업이면 싸게 인수하려는 투자자가 나타나서 정상화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퇴출되는 수순을 밟게 된다. 이러한 프로세스는 상시적인 도산법(倒產法,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과 한시법인 기촉법(企促法, 기업구조촉진법..

Perspective 2024.01.08

[CFO 리포트] 대선비정(大善非情)의 계절, KB·신한·하나·우리금융 CEO의 소명의식

정권이 바뀌거나 회사 CEO 교체기 때마다 은행과 금융지주 수장들은 거의 예외 없이 시련의 시간을 견뎌내야 하는 일이 반복된다. 최근 CEO를 교체한 KB금융지주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이런 바깥바람 정도는 주어진 외생변수로 치고 늘 호사다마(好事多磨) 덤으로 생각하며 오히려 조직내부의 결속을 다지는 계기로 활용되기도 한다. 익숙한 통과의례, 통제할 수 없는 한국 금융회사 수장들의 숙명처럼 받아들이고 마땅히 치루어야 할 비용으로 습관화된 지 오래다. 이러한 외풍 못지 않게 매년 조직을 점검하고 전열을 가다듬는 12월 즈음은 모든 CEO들에게는 아주 고통스럽고 잔인한 달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그동안 의기투합하여 동고동락하며 함께 일해온 동료, 선후배들 중에 동행하지 못하고 하차를 알려야 하는 일은 여간..

Perspective 2024.01.02

[박종면칼럼] 금융감독의 지혜, '물망 물조장'(勿忘 勿助長)

최근 끝난 은행연합회장이나 생·손보협회장 등 금융협회장 인선은 회원사인 은행이나 생보사 손보사 CEO들이 모여 투표를 통해 뽑는 것으로 돼 있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금융협회장 가운데 실제로 자율성이 보장된 인사는 금융투자협회장 정도에 불과합니다. 생·손보 협회장은 종종 업계 자율적으로 선임할 때도 있지만 은행연합회장 인사는 한 번도 예외 없이 정권 차원에서 챙겨왔습니다. 보수·진보정권 똑같습니다. 이번 조용병 은행연합회장 인선 때도 그랬던 것으로 은행장들은 증언합니다. 물론 모든 은행장들에게 ‘지침’이 내려온 것은 아닙니다. 몇몇에게만 얘기해도 정부 의중은 전달되니까요. 게다가 이번에는 신한은행뿐 아니라 국민 하나 우리은행 등 4대 금융그룹이 모두 밀었다고 합니다. 금융권에서는 지난해 말 3연임에 대한 ..

Perspective 2023.12.26

손태승은 이렇게 승소했다...박정림·정영채 '징계 취소' 소송전 전망하기

자본시장 사건파일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이 금융당국을 상대로 소송에 나섰다. 박정림 KB증권 대표와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의 이야기다. 이들은 대규모 투자 손실을 일으킨 라임·옵티머스 펀드 불완전 판매 사태와 관련해 지난달 금융위원회(금융위)로부터 각각 직무정지 3개월 등의 중징계를 받았다. 징계 사유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금융사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위반이다. 박 대표와 정 사장은 이에 반발해 "징계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의 향방에 관심이 모이면서,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참고 사례로 거론되고 있다. 손 전 회장은 우리은행 DLF(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 불완전 판매 사태에 대한 책임자로 지목돼 지난 2020년 금융위의 징계를 받..

Perspective 2023.12.22

[CFO 리포트] ‘나 혼자 산다’와 생명보험의 구원자들

허정수 전 KB금융지주 CFO 국내 생명보험 고객들은 소멸성인 정기보험보다 원금을 생각하는 저축성 기능을 먼저 생각한다. 종신보험 가입고객의 가장 큰 불만이 20년 이상 걸리는 원금회복 기간과 기대보다 낮은 중도해지 환급액이다. 종신보험 3년 계약유지율이 50%~60% 수준이면 양호하다고 평가한다. 보험료 비싼 종신보험 가입자의 절반은 3년 내에 해지환급금이 원금에 훨씬 못 미치는 허탈함을 맛본다는 뜻이다. 그동안 위험보장 받은 것으로 위안을 삼지만 보험에 대한 인식이 좋을 리 없다. 판매시 설명이 부족했다는 불만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감독원 민원건수 최상위를 항상 오르내린다. ‘나 혼자 산다’가 대세인 세상, 1인가구 750만 시대(전체 34.5%)에 일반종신보험이 잘 팔리지 않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

Perspective 2023.12.20

[박종면칼럼] 삼성의 기초체력과 경영 집중력

한국인들에게도 인기 있는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어느 날 깨닫습니다. 좋은 글을 쓰려면 무엇보다 강인한 기초체력이 뒷받침 돼야 하고, 체력이 떨어지면 그에 따라 사고능력도 쇠퇴하기 시작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날 이후 하루키는 매일 10킬로미터 이상 달리기 시작했고 수시로 풀 코스 마라톤을 했습니다. 100킬로미터를 달리는 울트라 마라톤과 철인 삼종 경기에도 도전했습니다. 덕분에 하루키는 70세가 넘은 지금도 왕성하게 작품활동을 합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말합니다. “정신과 두뇌도 결국 우리 신체의 일부다. 당신이 슈베르트나 모차르트 고흐 같은 시대의 천재가 아닌데 조금이라도 높은 것을 성취하고 싶다면 의지를 강고하게 하되, 그 의지의 본거지인 신체를 최대한 건강하고 튼튼하게 유지해야 한다” 하루키의 지..

Perspective 2023.12.19

[CFO 리포트] 착한 기업 교보생명과 신창재 회장의 고난

허정수 전 KB금융지주 CFO 교보생명과 5년 넘게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사모펀드 ‘어피니티 컨소시엄’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 24%는 교보 광화문 사옥건설에서 시작되었다. 1980년 준공된 광화문 사옥을 대우건설이 건축했다. 고 신용호 창업주는 본인의 교보생명 지분 일부를 공사대금으로 내놓으며 사옥을 마련했던 것이다. 고 김우중회장(11%)과 대우건설(24%)이 35% 지분을 가져갔었다. 대우건설에서 분할한 대우인터내션널((주)대우 파산 처리과정에서 포스코그룹에 양도)이 보유하던 지분을 미얀마 가스광구 투자자금 마련을 위해 시장에 내놓은 것이었다. 고 김유중 회장 지분은 한국자산관리공사를 거처 몇몇 사모펀드로 흩어졌고, 대우인터내션널 지분 24%가 문제의 어피니티 컨소시엄으로 넘어갔었다. 2012년 당..

Perspective 2023.12.18

중국 닮아가는 한국 금융주…마이너스금리 일본 금융주가 더 잘나가

한국의 기준금리는 연 3.5%, 일본의 경우 연 -0.10%다. 기준금리가 높을수록 대출업을 영위하는 금융사의 예대마진(대출이자에서 예금이자를 뺀 이자수익)이 확대돼 실적에 유리하다. 그런데 시장의 평가는 반대로 가고 있다. 한국 금융주는 중국과 비슷한 박스권 장세를 면치 못하는 반면, 일본 금융주는 우상향 추세가 뚜렷하다. 12일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KRX 은행지수(국내 은행을 대표하는 금융지주회사 및 은행들을 시가총액 가중방식으로 구성한 지수)는 지난 11일 종가 기준 648.32로 4년 전인 2019년 12월 11일 723.04보다 되레 하락했다. 같은 기간 일본 토픽스 은행지수(TOPIX Banks)는 150.87에서 265.43으로 상승했다. 항셍 본토은행 지수(Hang Seng..

Perspective 2023.12.12

122세에 사망한 잔 칼망의 종신 월급, 그리고 종신 보험

허정수 전 KB금융지주 CFO 최근 송년모임에서 비즈니스 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필요한 의사결정에 유익한 정보를 담은 귀한책(결정지능, 안재현 지음)을 선물로 받았다. ‘좋은 의사결정’을 설명하는 대목에서 인용된 잔 칼망(Jeanne Calment)의 사망소식을 전하는 뉴욕타임즈 기사(1997.8.5)를 보면서 생명보험사의 종신상품이 문득 떠올랐다. 프랑스 남부 아를(Arles)의 한 요양원에서 122세로 사망한 당시 세계에서 가장 오래 산 아주 특별한 할머니 이야기에 나오는 ‘역모기지(Reverse Mortgage)’ 계약에 관한 내용이다. 잔 칼망은 90세 되던 1965년 본인이 살고 있던 아파트를 사망시 양도하는 조건으로 변호사인 라프레(Andre-Francois Raffray)와 매월 2500프랑(..

Perspective 2023.12.12

[박종면칼럼] 금융CEO의 고독한 싸움

항룡유회(亢龍有悔), 하늘 끝까지 오른 용은 후회할 일만 생긴다는 뜻입니다. 삭여무여(數輿無輿), 수레 타기를 좋아하면 수레에서 미끄러지는 신세가 되고 만다는 의미입니다. 최고의 자리에 오른 사람들이 늘 새겨야 할 옛 성현의 말씀입니다. 최고의 자리, 스타의 자리는 영광이 쏟아질 것 같지만 사실은 매우 고단한 자리이고 늘 긴장해야 하는 자리입니다. 전체를 이끌기보다 자기 한 몸 간수하기도 힘들 때가 많습니다. 우리나라 금융 CEO들이 바로 그렇습니다. 최근 은행연합회장에 취임한 조용병 전 신한금융 회장은 지주사 회장 재임 6년 중 4년간 ‘채용비리 재판’을 받았습니다. 그 엄청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재판이 끝나면 몇 시간씩 한강을 달리곤 했습니다. 다행히 조 회장은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아 은..

Perspective 2023.12.11